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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야망? 

움직여야 “생존” 최태원 회장의 또 다른 카드는…
재계 리포트 | -변신 모색하는 SK그룹 

글 박미숙 월간중앙 기자 [splanet88@joongang.co.kr]
‘수출 38조7,000억 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그룹이지만 올 상반기 내내 긴장하고 스스로 채찍질했다. 올 초부터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임원과 신입사원의 연봉을 10~20% 줄이고, SK텔레콤의 임금을 동결하는 결단을 감행한 것. 최태원 회장은 올 상반기 내내 “‘SK 불사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10년 전 외환위기나 최근의 SK글로벌 사태처럼 더한 상황도 이겨냈기에 ‘이 정도는 문제없다’고 보는 안이한 ‘SK 불사론’을 경계해야 한다.”최태원 회장은 2009년 신년사를 통해 올 한 해 SK의 행보가 어떠해야 할지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현재 중요한 것은 ‘안정’이 아닌 ‘생존’이라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그룹 창립 56주년인 4월8일. 경기도 용인 SK아카데미에서 ‘SK 한마음 한 뜻 대(大)선언식’을 가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 김신배 SK C&C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CEO와 SK 주요 계열사 노조위원장, 구성원 대표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회사가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는 대신 고용안정에 노력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내용에 합의하기 위해서였다. 그 동안 개별 기업 노사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평화선언을 한 적은 있지만, 그룹 단위 전체 노사가 고통분담과 고용안정 등을 합의한 것은 SK그룹이 처음이다.

SK그룹은 10년 전인 IMF 위기 때도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했다. 위기일수록 사람이 중요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주체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 그룹의 경영철학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올해 최대 화두로 내세우는 말 역시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소통경영이다.

올 상반기 부쩍 잦았던 최태원 회장의 현장경영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 회장은 3월과 4월 두 달 동안 연이은 관계사들의 ‘현장경영’에 직접 나섰다. 3월5일 워커힐과 SK네트웍스 에너지마케팅컴퍼니 방문을 시작으로 SK텔레콤 남산사옥·SK증권·SK브로드밴드·SK케미칼·SK텔레콤 분당사옥·SK C&C 분당사옥· SKC 수원공장을 거쳐 SK해운까지 쉼 없이 현장을 방문했다.

이어 SK건설·SK에너지·부산도시가스·SK기술원에 이르기까지 생산현장은 물론 연구개발현장까지 직접 챙기고 나섰다. 관계사 구성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최 회장은 글로벌 경제위기 환경에서 생존의 의미와 생존 목표로 ‘행복’을 강조하고, “위기 극복을 통해 구성원 모두 ‘한마음 한 뜻’이 돼 스피드·유연성·실행력을 높여나갈 것”을 당부했다.

‘소통경영’으로 물꼬 트다

최태원 회장의 현장경영 ‘핵심 키워드 10’
1_ 한마음 한 뜻
2_ 강한 기업문화(Coporate Culture)
3_ 휴먼 캐피털(Human Capital)
4_ 소통(Communication)
5_ 생존(Survival)
6_ 서바이벌 플랜(Survival Plan)
7_ 스피드(Speed)
8_ 유연성(Flexibility)
9_ 실행력(Execution)
10_ 공격력
최 회장은 4월9일 그룹 연수원에서 열린 신임 임원 연수 과정 중 ‘회장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강한 기업문화를 창조하는 ‘컬처 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로서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다.

“소통은 강한 문화의 파급 속도를 빠르게 한다. 핵심은 강한 문화다. 남보다 문화의 진화 속도가 빠르고 강한 문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경험해야 한다.

각 회사를 ‘따로’ 움직여 고유한 문화를 개척하고, ‘또 같이’를 통해 간접경험을 나누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우리 문화를 더 빨리 진화시켜 나가도록 하자.”

그룹 내 ‘위기’를 인식하고 ‘소통’의 과정을 거쳤다면 ‘실행’의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기업인들과 함께 해외 순방길에 올랐을 때 노 전 대통령이 “해외에 나와보니 삼성 간판도 보이고 현대 간판도 보이는데 왜 SK 간판은 보이지 않냐?”고 최 회장에게 물어 무안해 했다는 일화가 있다.

SK그룹이 미래기업으로 뻗어 나가기 위한 실행 단계 제일 순위는 ‘글로벌 SK’다. 정확히 3년 전인 2006년 6월. 최태원 회장은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물었다. “자신이 속한 계열사가 국내에서 매년 10%씩 10년 동안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임원은 손을 들라.” 당시 그 자리에 있던 100여 명의 임원 중 누구도 손을 든 사람이 없었다.


SK에너지 직원들이 해외에서 원유를 시추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더욱 글로벌화해야 한다. 안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니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외쳤다.

SK는 수출이 아닌 내수로 성장해온 ‘내수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늘 남아 최 회장은 항상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동통신과 정유업종으로 성장한 내수기업의 이미지를 불식해야 한다는 것.

이후 중국 진출 등 꾸준히 해외 영역을 확장해온 SK그룹은 올 하반기에도 자원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은 항상 준비하고 계속 추진해야 한다. 이런 준비가 없으면 다시 경제가 살아났을 때 우리는 현재의 위치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월 그룹 사내방송을 통해 방영한 ‘구성원과의 대화’에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도 세계화를 향한 도전은 멈출 수 없다는 의지를 이렇게 드러냈다. 최 회장 스스로 새해 초부터 ‘다보스포럼’이 열린 스위스로 날아가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 분야 지도자급 인사들을 접촉하는 등 ‘글로벌 행보’의 시동을 걸었다.

다보스포럼 개막 첫날인 1월28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만난 데 이어 다음날에는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과 1시간여 동안 단독으로 만나 자원외교를 펼쳤다. 최 회장은 우리베 대통령과 회동에서 “SK그룹이 페루와 자원협력 모델에서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남미의 또 다른 자원부국인 콜롬비아와 자원 개발 등에서 다양한 협력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우리베 대통령은 “콜롬비아와 SK가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알 팔리 아람코 회장과 만나 원유의 안정적이고 장기적 수급 방안을 협의하는 한편 슈와이브 KPC CEO, 알 바다크 사우디아라비아투자청(SAGIA) 청장과도 잇따라 만나 대규모 원유 정제공장 건설 프로젝트, u-City 사업 등 현재 진행되는 사업의 진행 상황과 추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최 회장의 ‘글로벌 SK’를 향한 행보는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85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출장 거리만 지구 세 바퀴에 해당하는 11만9,040㎞였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했을 당시 예후데 시몬 무나로 총리 등과 만나 현지에서 원유 개발 및 LNG사업 등을 하는 SK와 페루 간 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중국을 방문해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중국 최대 에너지 기업인 시노펙(SINOPEC)이 추진 중인 에틸렌 생산공장 건설에 SK에너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합작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미래 성장동력은 밖에서 찾아야

SK그룹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에 나선 것은 26년 전인 1983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SK에너지(당시 유공)가 미국 회사와 공동으로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석유 개발에 뛰어든 때였다. SK그룹의 해외 유전 개발은 당시 최종현 회장이 1980년 2차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자체적으로 자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국가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보고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SK의 첫 해외 유전 개발사업인 카리문 광구사업은 유징을 발견하지 못해 실패로 돌아갔으나, 이듬해인 1984년 7월11일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처음으로 추정 매장량이 10억 배럴에 달하는 대규모 유전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의 닻을 올렸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2006년 초, 최 회장은 ‘글로벌리티(Globality)’를 그룹 경영의 화두로 삼았다.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제기된 글로벌리티라는 용어는 글로벌(Global)과 어빌리티(Ability)를 합성한 개념으로, 단순한 글로벌화보다 글로벌 사업에 대한 능력과 정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최 회장도 SK그룹이 글로벌 사업에서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글로벌리티를 입에 달고 다녔다.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의 변신도 본격화했다. 실제로 SK그룹은 2005년 전체 수출액이 19조905억 원에 불과했으나 2006년 20조7,248억 원으로 처음으로 20조 원을 돌파한 뒤 2007년 26조9,996억 원에 이어 지난해 38조7,000억여 원을 기록했다. 특히 SK에너지의 경우 전체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이 60%에 육박할 정도로 수출기업으로 완벽하게 변모했다.


원유를 가공해 해외로 석유를 수출하고 있는 SK에너지 직원들. SK에너지의 경우 전체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이 60%에 육박할 정도로 수출기업으로 변모했다.

2005년 처음으로 수출액 100억 달러를 넘어선 SK에너지는 지난해 ‘150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2008년 석유·화학·윤활유·석유개발사업 등에서 전년보다 76% 늘어난 26조6,000억 원의 사상 최대 수출 성과를 기록해 연간 200억 달러를 돌파한 것. 연간 수출액이 200억 달러를 돌파한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단순히 수출액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2003년까지 30%대 후반이던 SK에너지의 매출 중 수출비중은 2004년 45%를 넘은 후 2007년 처음 50%를 넘어섰다. 2008년에는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8%를 넘어 명실공히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SK에너지는 올해도 200억 달러 이상의 수출을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회사와 개인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다른 관계사도 ‘글로벌 SK’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은 중국에서의 컨버전스 사업 강화를 위해 올 초 조직 개편 때 중국 C&I (컨버전스&인터넷) 사업부문을 신설했다. 김신배 SK C&C 부회장도 최근 신년사를 통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서비스 플레이어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07년 대비 18배가 증가한 지난해 글로벌 사업 수주 성과(1억590만 달러)의 여세를 몰아 글로벌 시장 개척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SK C&C는 기존 사업부별로 존재하던 해외사업부를 사장실 직속으로 재편했다. 해외에서 ‘검은색 황금’을 캐기 위한 관계사들의 노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SK에너지는 2008년 자원 개발에만 4,5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불과 5년 전인 2004년 670억 원 규모에 비하면 600% 이상 크게 늘어난 것으로, SK의 석유 개발사업에 대한 강한 집념을 잘 보여준다. 이를 통해 콜롬비아 신규 광구 참여 등 원유 및 가스 개발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사업참여 프로젝트를 연초의 15개국 27개 광구에서 17개국 32개 광구로 늘렸다.

올 들어 1월에도 카자흐스탄 잠빌 광구, 브라질 BM-BAR 3 광구, 오만 Block 51 광구에 참여하는 등 자원 개발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해외 광구에서 확보한 5억2,000만 배럴의 지분 원유 보유량을 2015년까지 8조5,000억 원을 투자해 10억 배럴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SK에너지의 목표다.

10억 배럴은 한국 국민이 50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그룹 측은 “2016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에너지 자주화 비율(지분생산량/원유도입량) 20%’ 달성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53년 창사 이후 줄곧 국내 대표적 종합상사로 자리잡아온 SK네트웍스도 SK의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의 에너지·철강·화학 관련 원자재의 수출입사업에서 형성된 R&C를 기반으로 광물자원을 중점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 2014년까지 30조 원어치의 자원을 확보해 세계 50위권의 자원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SK네트웍스는 지난해 5월 중국 5대 동(銅) 복합기업인 북방동업 지분 39%를 인수해 매장량 150만t의 동을 확보했다.

이에 앞서 카자흐스탄·인도네시아 등에서 유연탄·아연 등을 확보하는 등 30여 광물자원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10여 종 3,000만t의 자원을 확보했다. SK가스도 기존 LPG사업과 시너지 효과 등을 위해 2006년부터 러시아 캄차카, 미국 멕시코만,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등의 가스전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SK그룹의 ‘생존 전략’을 임직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

‘ 합병 KT’에 맞서는 SK텔레콤

6월1일 탄생한 통신시장의 거대 공룡 ‘합병 KT’에 맞서기 위한 SK텔레콤의 행보도 주목된다. KT 합병 이슈와 경쟁 사업자의 번호이동경쟁 등으로 인한 과열 양상이 하반기에도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6월1일부터 파격적인 요금 할인 상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첫 대응에 나섰다. 요금 할인과 단말기 할부금을 동시에 지원하는 T더블 할인 신규요금제를 출시한 것이다.

젊은 층을 위한 TTL 신규 요금제도 출시했다. 무선 인터넷 서비스 측면에서는 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일명 웹스토어)을 올 3분기 내에 개설해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무선 인터넷 서비스 시장을 계속 선점해 나갈 계획이다. 다양한 판매 채널 확보를 통해 4월 유통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유무선 결합상품 활성화 등으로 이동통신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 밖에도 SK텔레콤은 블랙베리 등 기업용 서비스에 특화된 단말기를 통해 개인고객뿐 아니라 기업고객시장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SK브로드밴드도 합병 KT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유선 브랜드 ‘쿡’(Qook)에 대응하기 위해 바짝 긴장했다.

컨버전스 시대에 맞춰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전화, IP TV 등 현재 추진하는 사업의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통해 끊임없는 고객만족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최태원 회장은 2월24일 보유한 SK의 자기지분 104만 주(2.2%) 전량을 매각했다.

최 회장이 SK 지분을 팔아 확보한 돈은 무려 1,000억 원에 가깝다. 최 회장이 SK의 주식을 내다 판 이유에 대해 증권업계는 지배구조상 불필요한 지분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지분 관계는 ‘최태원 회장 → SK C&C → (주)SK→ SK텔레콤 → SK네트웍스 → SK C&C’ 형태로 돼 있기 때문에 굳이 최 회장이 중간 지주회사 격인 (주)SK 지분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추측을 내놓고 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최 회장이 확보한 돈으로 SK C&C 지분을 사들여 그룹 지배력 높이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SK C&C는 SK를 통해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어, SK C&C의 지분을 사들이면 자연스럽게 관계사 장악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최 회장이 SK증권을 사들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SK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SK증권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SK증권을 그룹에서 빼내 직접 SK증권을 사들일 것이라는 것. 이 SK증권을 주축으로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기 위한 그림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실제로 SK그룹은 하나은행과 신설할 하나카드(가칭)를 조인트벤처로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4월23일 이사회를 열고 카드사업부문을 하나카드로 분할하기로 했다. 분할 기일은 8월1일이다. 이에 대해 그룹 측은 “최태원 회장의 SK 지분 매각은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져 유동성을 미리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위기 대응차 한 것”이라며 “용처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

앞으로 글로벌 경제위기로 향후 성장동력이나 사업기회가 생겼을 때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지주회사 설립 이야기는 와전된 것 같다”고 부인했다.

SK그룹은 2007년 7월 지주회사 SK를 설립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 유예시한 2년이 만료되는 6월 말까지 지주회사 전환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SK C&C → (주)SK → SK텔레콤 및 SK네트웍스→ 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끊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SK C&C는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다음 변신은 금융업 진출?

SK그룹은 그동안 SK C&C를 상장한 후 구주 매각 방식으로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각각 보유한 지분 30%, 15%를 정리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금융위기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얼어붙어 상장이 지연되는 것이다. SK는 또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금융자회사인 SK증권도 매각해야 한다.

금산분리정책에 따라 SK 같은 산업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를 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룹은 6월 말까지 지주회사 전환 유예기간을 최대 5년(2년+추가 연장 3년)까지 늘리고,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SK증권 해당) 보유를 허용하는 것을 뼈대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현행법에 의거해 지주회사 전환 유예기간 연장 신청을 할 예정이다.

김용식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법안의 개정은 SK의 순환출자구조 해소기간 연장과 SK증권의 소유가 인정되는 방향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에 대한 형평성 차원의 지주사 규제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금산분리 완화 추세에 맞물려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최 회장이 여전히 SK증권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과, 최근 하나카드 경영에 참여하기로 검토하는 것 등을 보면 금융 쪽을 키우기 위한 행보인 것이 틀림없다”며 “올해 SK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금융업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5년 전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SK가 해마다 환골탈태의 과정을 지나고 있다. 올 하반기 최태원 회장을 주축으로 한 ‘SK제국’의 또 다른 변신이 주목된다.

천안사업소에서 생산한 호두, ‘우리 숲’ 브랜드로 시판
故 최종현 회장의 꿈 조림사업 36년 결실

고 최종현 회장이 생전에 인등산에서 나무를 심고 있다.
충북 충주 인등산에는 SK그룹 선대회장인 고(故) 최종현 회장이 30여 년 전에 심은 나무가 자라고 있다. 36년 전인 1973년 최종현 회장이 황무지였던 인등산에 심었던 30cm 높이의 나무가 지금은 지름이 30cm인 우량목으로 자랐다.

지금 인등산은 울창한 숲으로 변했다. 벌거숭이 산에 나무를 심어 30년 후 고급 목재로 자라면 이를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하겠다던 최종현 회장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최종현 회장은 생전에 “나무를 키우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라며 “나무도 사람 키우는 것과 같다. 서양사람들이 잘 먹기 때문에 체격이 좋은데, 나무도 잘 먹이고 보살펴야 잘 클 수 있다. 사람 키우듯 나무를 키워라”라고 말했다. 최종현 회장은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현 SK임업)를 만들고 이듬해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해 올해로 36년째다.

SK임업은 현재 충주 인등산, 천안 관덕산, 영동·오산 등 4개 사업소에 모두 4,100ha(여의도 면적의 13배)의 임야를 조성해 조림수 40종, 조경수 80여 종 등 378만 본의 나무를 키우고 있다. 수종은 당시 국가에서는 녹화를 위해 상록수를 권장했으나, 산소 배출량이 많고 미관이 아름다우며 경제성이 뛰어난 활엽수 중심으로 선정해 자작나무 등을 선택했다.

선친 때부터 이어져온 36년의 조림사업은 이제 큰 결실로 다가오고 있다. 천안사업소에서 생산한 호두는 2005년부터 ‘우리 숲’이라는 브랜드로 시판한다. 최종현 회장이 생전에 조림지에 외국의 유망 수종 중 흑호두나무(Black Walnut)를 심도록 한 것이 결실을 보게 된 것.

흑호두나무는 무늬·색감·재질이 뛰어나 고급 가구재 및 건축재로 각광받는 세계적 고가 목재였다. 1972년 워커힐 등에 100그루를 처음 심은 데 이어 1976년부터 천안 조림지 330만m2에 흑호두나무를 심어 현재 수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SK그룹은 인재 중시 기업문화를 확산해 나가기 위해 2003년부터 그룹 연수원(SK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집합교육 때 교육생들이 직접 충주 인등산 ‘인재의 숲’을 산행하도록 한다.

특히 신임 임원교육 등 인재를 양성해야 할 경영자급은 인재의 숲 산행이 필수 항목이다. 최태원 회장이 선친의 뜻을 이어 30년 나무 육성과 인재 양성을 같은 연장선상에서 보기 때문이다.


200907호 (200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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