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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걸음을 떼니 온 우주가 너를 돕는구나 

구본형의 편지 | 새로운 일의 초입에 선 그대에게
물질이란 전체 속에 섞여 있는 자신의 존재를 일부분만 드러낸 상태 

사람의 일은 신비롭기 짝이 없구나. 양지바른 곳 눈 곱게 쌓인 눈 슬로프를 따라 굴러내린 작은 눈뭉치 하나가 눈사람을 만들 만큼 커다란 눈덩이로 변하듯 작은 일 하나가 어떻게 그렇게 귀엽게 커나가는지 신기하다. 회사에 다니면서 틈틈이 어려서부터 네가 그렇게 해보고 싶어하던 목공예를 배워온 지 벌써 2년째구나. 네가 깎아 보내준 새집 속에 아직 새가 들지는 않았지만, 세월과 함께 나무 색과 거의 같아지는 새집을 보며 너를 생각하고는 한다. 너를 보노라면 사람의 타고난 재주란 바지 속에 넣으면 뾰족한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올 수밖에 없는 송곳 같은 것임을 떠올리게 된다. 스스로 자랑하지 않아도 감출 수 없는 것이 타고난 재주 아니겠느냐? 너의 목공예 실력이 그렇게 짧은 시간에 누구나 놀라워하는 수준으로 뛰어오른 것은 바로 재능이 땀과 더불어 만들어낸 값진 성취가 아닐 수 없다.



나에게 고마워할 것 없다. 그저 네게 찾아온 기쁨이다. 나는 그 기쁨에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이 작은 일이 앞으로 또 얼마나 큰일의 단초가 되겠느냐? 늘 열심히 살 일이다. 오늘 아침 다시 너의 편지를 읽는다. 다시 읽으니 또다시 더 큰 기쁨으로 나를 이끄는구나. 너로 인해 내가 즐거워지니 고마워할 사람은 오히려 나인 듯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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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호 (201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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