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한구석에 커다란 항아리가 놓여 있다. 그 안에 노인이 앉아 있다. 지나가던 여인들이 짓궂은 농담이라도 던지려는 듯 장난스럽게 들여다본다. 이 밝고 화창한 날, 세상을 등지고 고집스럽게 옹기 안에 들어앉은 노인. 왠지 답답하고 측은해 보인다. 대낮에 뭐가 그리 어둡다는 건지 등불까지 켜 곁에 두고 있다. 사람들에게 괴짜라고, 미친 노인이라고 손가락질도 많이 당했을 것 같다.
노인의 이름은 디오게네스. 흔히 견유학파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철학자다. 저잣거리의 놀림거리가 된 이 노인에 대해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내가 대왕이 아니었더라면 디오게네스가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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