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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 지식인 간첩 오길남과 조상권의 절규 

“북한에 볼모로 잡힌 가족 이제는 돌려다오” 

유럽 유학파 출신의 순진한 지식인 오길남과 조상권. 둘 다 빗나간 열정으로 북한행을 선택했다가 결국 공작원의 길을 걸었다. 잘못된 선택임을 깨닫고 한국으로 귀순했지만 아내와 자식들은 북한에 볼모로 잡히는 참담한 운명에 빠졌다.
괴테의 .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한 걸작이다. 웬만한 사람들이 다들 기억하는 대로 고상한 학자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빠져 영혼을 판다는 것이 이 작품의 기본 줄거리다. 파우스트가 악마와 계약을 한 직접적인 이유는 페스트를 치료하는 법을 알아내려는 그의 강한 지적 욕망 때문이었다. 한 인간의 빗나간 열정은 또 다른 비극으로 연결되게 마련이다. 심약하고 이중적인 지식인의 전형인 파우스트가 급기야는 순수한 처녀 그레트 헨의 삶을 불행 속에 빠뜨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레트 헨은 이렇게 절규한다. “아, 내 머리 미쳤구나. 아, 내 마음 산산이 조각났네.”



경제학자 오길남(69)과 건축가 조상권(75)이 딱 그 파우스트 같은 운명을 만났다. 둘 다 1960, 1970년대 선망받는 유럽 유학생 출신으로 지식인으로서 대접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두 지식인의 영혼을 빼앗는 ‘악마의 유혹’이 어느 날 찾아든다. 그들에게 ‘악마’는 바로 북한이었다. 둘 다 품고 있던 ‘남한도, 북한도 내 조국’이라는 순진한 생각의 틈을 비집고 북행의 유혹이 조용히 스며든 것이다. 결국 북으로 간 두 사람의 ‘빗나간 열정’은 끝내 가족과 생이별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오길남은 아내와 두 딸, 조상권은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 두 명을 그레트 헨의 운명 속으로 밀어넣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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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호 (201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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