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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보고 - “결혼 빼놓고는 다 쉬워요” 

나홀로족이 사는 법 

글·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이윤식 인턴기자 사진·지미연 기자
대한민국 전체 가구 4분의 1인 488만이 ‘1인 가구’, ‘솔로 이코노미’ 연간 지출액만 50조 원…사회적 안전장치 튼실해야 삶의 질 추락 막을 수 있어

▎대한민국 1인 가구는 488만 가구로 전체의 4분의 1에 이른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로 관련 산업의 규모도 점점 커진다. 혼자 앉아서 식사할 수 있게 자리가 마련돼 있는 서울 신촌의 한 ‘나홀로족 식당’.



1인 가구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1인 가구의 경제 규모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상품과 맞춤 서비스 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한 텔레비전 예능프로는 “이제 혼자 사는 삶은 대세가 됐다”고 선언하며 ‘나홀로족’의 일상을 그려 큰 호응을 얻는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편리하게 먹고 놀 수 있는 시대, 과연 나홀로족은 행복할까?

“늘 생각했던 게 있어.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쓸쓸해지는 거야.” 서울 신촌의 한 일본음식점 벽면에는 일본 드라마 〈고쿠센〉에서 나왔다는 대사 한 구절이 적혀 있다. 이 식당에 왜 이런 대사가 붙어 있는 것일까?

이 식당은 요즘 점점 늘고 있는 ‘1인 식당’이다. 식당의 인테리어는 대부분 1인 좌석을 마련해놔 혼자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혼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이 같은 1인 식당은 최근 급성장하는 1인 가구 산업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 전기밥솥(왼쪽)보다 크기가 작은 1인용 전기밥솥도 출시됐다.
통계청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대한민국의 1인 가구는 488만 가구로 추산되며 이는 전체 가구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혼자 사는 것이 ‘청승맞은 일’이 아니라 ‘대세’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1인 가구는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올랐다. 이들의 연간 지출액은 50조 원에 이르며, ‘솔로이코노미(Solo Economy)’나 ‘싱글슈머(Single+Consumer)’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이들의 경제적 위상은 높아졌다.

고소득층을 잡아라

나홀로족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지면서 이들에 대한 분석도 보다 정밀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전국의 20대 후반부터 40대 전반의 500가구를 조사한 결과 1인 가구의 구매력이 다인(多人) 가구의 구매력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소포장 판매를 하는 슈퍼마켓은 싱글들이 장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지난해 1인 가구 월가처분소득은 80만5천원으로 73만5천 원에 그친 3~4인 가구보다 7만 원이 더 많았다. 그만큼 나홀로족은 양육·육아·부양가족 등에 대한 부담이 적다.

대한상의는 이들의 소비성향을 ‘SOLO’로 정의한다. SOLO는 Self(자기)·Online(온라인)·Low price(저가)·One-stop(편리성)의 줄임말이다. 1인 가구는 그야말로 ‘나를 위한 소비’를 한다. 대한상의가 이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늘릴 지출 항목을 물은 결과 여행·자기계발·여가·건강·취미 등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나홀로족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구매를 즐긴다. 이들은 의류·가전·신발·화장품 등의 항목에서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전체 소비의 50%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저렴한 것을 선호해 나홀로족 가운데 절반이 넘는 사람은 물건을 사기위해 바겐세일 기간을 기다리며, 식사의 60%를 간편식 또는 가공식품으로 해결할 정도로 편리성을 중시했다.

기업들은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른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린다. 가전업계는 기존의 저가형 소형제품 생산라인을 유지하면서도 새롭게 대두되는 고소득 나홀로족을 잡기 위해 편리성을 강조한 고기능 1인용 가전제품을 줄지어 출시하고 있다. ‘미니프리미엄’ 또는 ‘미니맥스’라고 불리는 제품들은 1인 가구에 맞게 가전제품의 크기는 줄이면서도 기능은 기존 제품과 비슷하거나 나홀로족 생활 패턴에 맞게 특성화된 기능을 추가했다.

쿠쿠는 기존의 저가형 소형 전기밥솥 제품도 계속 생산하면서 고급 기능이 추가된 쿠쿠미니를 선보였다. 쿠쿠미니는 1~3인분의 밥짓기가 가능한 콤팩트 모델이지만, 분리세척·자동살균세척·밥물고임방지 배수로·소프트 스팀 캡 등 청결시스템을 갖추고 쾌속취사기능도 포함돼 기존 저가형 모델보다 기능이 뛰어나다.

쿠쿠에서 출시된 기존 소형 전기밥솥은 소비자가격이 10만원 이하가 주를 이뤘지만 고급기능이 장착된 전기압력밥솥은 가격이 20만 원대 후반이다. 덩치는 작아졌지만 나홀로족을 위한 세부·고급기능이 추가되다 보니 가격은 오히려 비싸진 것이다. 동부대우전자 드럼세탁기 미니는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에 사는 1인 가구 특성에 맞춰 벽걸이형으로 디자인하고, 저소음·무진동 모터를 사용해 편리성을 강화했다. 3㎏ 용량의 이 제품은 같은 회사의 7㎏ 용량의 드럼세탁기보다 5만 원 이상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1인용 가전제품이 기존의 저가형 제품과 고가의 고기능 제품으로 양분되는 것은 1인 가구의 편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1인 가전의 주 소비층은 학생이나 사회초년생과 같이 상대적으로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는 청년층이었다”며 “그러나 초혼 연령과 이혼율 상승, 자녀 유학으로 인한 기러기아빠 증가 등으로 인해 경제력을 갖춘 30~40대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겨냥한 고가의 고기능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물품을 집으로 배달해주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브스크립션’ 산업도 발달하고 있다. 젓갈과 조림 같은 밑반찬을 매월 집으로 배달해주는가 하면, 출장형 가사도우미 서비스처럼 밖에 있는 동안 청소나 빨래 등 집안일을 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매일 양복·와이셔츠 등을 다려주거나 정기적으로 생수를 배달해주는 서비스 상품도 나왔다. 경제적으로 여유는 있지만 집안일을 일일이 챙길 수 없는 1인 가구가 주 이용객이다.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한 사람이 한 끼에 먹을 만한 분량의 과일·채소·두부 심지어 생선회를 파는 것은 조금은 낯선 풍경이었다. 이런 모습들은 일찍부터 1인 가구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나홀족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기업형 슈퍼마켓도 1인 가구를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 롯데마켓999는 식재료의 소량 포장·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혼자 음식을 해먹는데 굳이 많은 재료가 필요 없고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1인 가구의 형편을 반영한 것이다. 롯데마켓999 신촌점 관계자는 “우리 마켓은 식재료를 소량으로 포장·판매하기 때문에 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이 장보는 곳으로 선호한다”고 말했다.


▎(왼쪽)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나홀로족이 늘면서 관련 산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롯데마트 내의 동물 전문매장. (오른쪽)간편히 식사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늘면서 가정식 대체식품 전문점도 생겼다.



맞춤 서비스 산업도 급성장

편리성을 추구하는 나홀로족에게는 편의점도 주요 쇼핑장소다. 2013년 편의점 매출실적을 보면 나홀로족이 편의점을 간단한 식사 해결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홀로족들은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할 음식을 구매하거나 아예 그 자리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1인 가구들이 주로 소비하는 편의점 도시락의 경우 세븐일레븐이 2012년 대비 57.7%·CU가 55.7% 매출이 증가하는 등 전체적으로 해마다 4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편의점 도시락은 연간 1억 개 이상 판매된다”며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규모를 연 6천억~7천억 원 규모로 추산했다. 가공식사제품도 편의점 효자상품으로 도약했다. 덮밥류가 43.4%로 가장 높은 매출 신장률을 보였고 레토르트(31.6%)·즉석면(23.5%)·즉석밥(22.2%)도 큰 인기를 누렸다.

도시락뿐 아니라 일반 가정식과 비슷한 메뉴를 제공하는 가정식대체식품(Home Meal Replacement·HMR) 산업도 발달하고 있다. HMR은 음식 재료를 손질해 어느 정도 조리가 된 상태에서 가공·포장한 것으로 데우거나 끓이는 정도의 단순조리 과정만 거치면 완성되는 식품이다. 다양한 메뉴 개발과 음식의 질적 향상이 요구되면서 편의점을 통한 유통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매장을 가진 HMR 전문업체도 생겼다. HMR 시장 규모는 3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1인 가구 서비스는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를 간편하게 해주는 데서 나아가 문화·여가활동까지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는 ‘나홀로 문화’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영화관람객 17%가 ‘나홀로 관객’이었을 정도로 이제는 혼자서 영화 보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나홀로족은 편리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살림살이도 단출하다. 원룸에서 컴퓨터를 하면서 휴식시간을 보내는 30대 직장인.
외로움 달래주는 업종 속속 등장

나홀로 문화가 크게 확산된 콘서트·뮤지컬 등 공연업계에서는 관객 4명 중 1명이 ‘나홀로 관객’이다. 공연업계에서는 한 자리만 예매한 고객에게 할인혜택을 주거나 패키지 상품을 내놓는 등 나홀로족을 겨냥한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공연장 특성상 두 자리씩 예매하다 보면 한 자리만 남는 경우가 많아 여간 곤란하지 않았다. 한 좌석 마케팅을 하는 것이 주최측에도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1인 여행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해외 단체배낭여행의 50%는 1인 여행객”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배낭여행 패키지 상품에는 사전 오리엔테이션과 룸메이트 정해주기 등 1인 여행객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포함되기도 한다. 아예 나홀로 여행객 특성에 맞게 항공편과 숙소를 제공하는 1인 맞춤여행 상품도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3년 내에 1인 여행 산업이 두 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외에도 1인 노래방, 혼자 즐기는 커피 전문점 등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사업아이템들이 나홀로족의 구미를 충족시키고 있다. 1인 가구의 양적·질적 성장과 이들을 겨냥한 비즈니스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바야흐로 나 혼자 밥을 먹고 영화보고 노래하는 나홀로족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홀로족은 결혼 빼고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생활에 만족하는 것일까? 아무리 혼자 먹고, 놀 수 있는 나홀로 산업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외로움만은 어찌할 수 없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 혼자 사는 20~30대의 21.9%가 외로움과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해 혼자 사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외로움을 느끼는 나홀로족이 늘자, 방송계에서는 앞다퉈 이들을 겨냥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방영 중인 MBC 예능 프로인 <나 혼자 산다>는 노홍철·김광규 등 실제로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다양한 싱글라이프를 조명한다. 그들의 혼자 사는 일상을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보여주고, ‘무지개’라는 싱글 모임을 빌려 1인 가구가 느끼는 그들만의 속사정을 들려준다.

tvN <식샤를 합시다>는 밥 먹을 때 특히 외로워지는 1인 가구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다. 혼자 살면서 겪는 외로움과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은 실제 나홀로족인 작가들이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나홀로족의 공감을 사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1인 가구의 외로움을 겨냥한 산업도 크게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반려동물 산업이다. 혼자 사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집에서 기르는 숫자가 2010년 63만 마리에서 2012년 116만 마리로 2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도 커지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현재 1조8000억 원에서 2020년 6조 원 규모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까지 반려동물 산업에 뛰어들었다. CJ는 애견사료사업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했으며, 대한제분은 애견사료 생산에 이어 반려동물 종합공간을 설립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반려동물 종합공간을 개설하거나 아예 자체 브랜드를 개발했다.

몇 해 전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셜다이닝’ 역시 1인 가구의 혼자 먹는 외로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와 맞닿아 있다. 소셜다이닝은 SNS나 전용 사이트 등을 통해 낯선 이들과 만나 밥을 먹으면서 친목을 다지는 ‘밥상모임’으로, 국내에서는 2012년부터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소셜다이닝 업체 ‘집밥’의 경우 회원이면 누구나 모임의 성격·장소·시간을 정해 사이트에 올릴 수 있다. 그리고 관심 있는 다른 회원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 식사모임이 이뤄진다. 2013년 3월 정식 결재 시스템을 도입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밥상모임 누적 건수는 2천 건이 넘었다. 또 1만2천 명 이상이 이 모임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주거 공동체는 정서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1인 가구의 ‘생존 방향’을 제시해준다. 셰어하우스 ‘우주’의 서울 종로구 권농동점(왼쪽)과 동대문구 전농동점.



함께 어울려 사는 ‘셰어하우스’ 급증

혼자 사는 생활에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늘면서 아예 다른 이들과 ‘함께’ 사는 주거형태인 ‘셰어하우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셰어하우스란 한 집에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주거 형태로 침실·책상 등 개인 공간은 따로 쓰지만 거실·주방·마당 등은 다른 이들과 함께 사용한다. 셰어하우스는 공동생활에서 오는 정서적 만족이 큰 매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용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8개의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우주하우스 측은 “입주자 중 고시원·원룸 등 1인 거주 경험이 있는 입주자들의 비율은 30%가량 된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평균적으로 70~80%의 응답자들이 공동생활로 인해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었으며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셰어하우스에 입주해 있는 직장인 성모(34)씨도 “(셰어하우스에 입주하니) 또 하나의 가족이 생긴 것 같아 든든하다. 같이 사는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다”며 공동생활에 만족을 표했다.

공동생활이 기본인 셰어하우스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에 융화될 수 있는 소양이 요구된다. 셰어하우스 ‘함께 꿈꾸는 사람들’의 경우, 입주 지원자는 입주 신청서와 일종의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한다. 자기소개서에는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함께 직업·근무처·관심사·셰어하우스를 선택한 이유와 간단한 자기소개를 적는다. 우주하우스도 입주담당자가 기본적인 자료·전화상담·인터뷰 과정 등을 통해 입주지원자 성향을 파악한다.

우주하우스 관계자는 “공동체 생활이 기본이 되는 셰어하우스에서는 적응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이기적이라거나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지 못하는 사고를 가지고 있을 경우 1년에 가까운 공동거주 기간 중 불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인 가구 시대일수록 사회적 유대가 더 요구된다.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친밀성은 인간이 포기할 수 없는 관계지만 친밀한 관계가 꼭 가족에 한정될 필요는 없다”며 앞으로 1인 가구가 주거공동체 등 사회적 관계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으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1인 가구 커뮤니티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커뮤니티에서는 혼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법이나 방 꾸미기와 같은 정보가 공유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혼자 사는 일상에 대한 감상이나 푸념 등을 늘어놓는 ‘수다방’의 이용 빈도가 더 높다. 또한 이들 커뮤니티를 통해 이른바 ‘번개모임’을 실시해 정해진 공간에서 인적 교류를 하기도 한다.

1인 가구 커뮤니티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나홀로족의 정서적 갈증을 해소해준다.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오프라인상에서 모이는 ‘정모(정기모임)’ 활동도 이젠 보편화됐다. 연말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지 않고, 술집이나 카페 등 특정 장소를 빌린 뒤 커뮤니티 모임을 여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노 교수는 주거공동체를 정서적 만족뿐 아니라 경제적 차원에서도 1인 가구 시대에 적합한 주거 형태라고 말했다. 그는 “두 사냥꾼이 힘을 합쳐 사슴을 잡아 나누면 혼자 토끼를 잡을 때보다 둘 다 더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혼자 원룸을 구해 사는 것보다 주거공동체를 구성했을 때 개인이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의 넓이와 쾌적함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노년층은 경제적 어려움 겪기도

주거공동체뿐 아니라 앞으로 1인 가구가 사회적 관계에 의존하는 영역은 더 넓어질 전망이다. 1인 가구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 교수는 “맞벌이부부 가족은 한 명이 설령 실업 상태에 처하게 되더라도 나머지 1명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견뎌나갈 수 있다. 하지만 1인 가구의 경우 그 한 명의 실업은 당사자의 몰락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직이나 경제적 활동이 왕성한 연령층이라면 모를까 모든 1인 가구가 충분한 경제적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1인 가구의 경제적 어려움은 노년층으로 갈수록 심각해진다. 경제활동이 왕성한 20대 후반에서 40대 전반을 대상으로 한 대한상의의 조사에서는 1인 가구가 3~4인 가구보다 경제여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사대상을 노년층까지 확대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한국법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43.7%는 무직이며 월평균 소득은 119만 원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경우 1인 가구의 70%가 저소득층이다.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2014년 1인 가구 488만 가구 중 60세 이상이 162만 명으로 33%에 이른다. 또 1인 가구 평균 연령은 57.9세다. 결혼 포기 인구와 이혼율의 증가, 결혼한 자식들이 부모와 살지 않으려 하는 경향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고령의 1인 가구 비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사회 보장 제도가 보완·강화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한국법제연구원은 “1인 가구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서 소득 대부분을 주거비로 사용하기 때문에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가족 중심의 주거복지 정책을 저소득 1인 가구에 대한 지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제연구원은 이어 “코하우징(Co-housing) 개념의 공동생활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임대주택법을 개정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셰어하우스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이제까지는 모두 민간에서 운영되는 형태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가 선보인다. 서울시가 도봉구 방학동에 조성한 ‘두레주택’이 첫 번째 사례다. 두레주택은 서울시가 만든 셰어하우스형 공공임대주택으로 올해 1월 말 입주가 완료된다.

노 교수는 전체 인구의 47%가 1인 가구인 스웨덴에서 해법을 찾는다. 스웨덴은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거의 해체된 사회임에도 영국의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 선정, ‘세계에서 다섯째로 살기 좋은 나라’로 꼽혔고 ‘삶에 대한 만족’도 넷째로 높다. 스웨덴의 다양한 복지제도와 사회안전장치 때문이다. 노 교수는 “개인의 자율성과 안전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 나라에서는 1인 가구가 늘어나도 삶의 질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402호 (201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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