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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화제 | 한국 담배산업의 위기? 해외시장 개척으로 정면돌파 

 

현지화 정책 주효해 15년 만에 해외수출 35배 이상 성장…신탄진공장, 세계 최대 초슬림 담배공장으로 재탄생해 제2 도약 꿈꿔

▎KT&G는 국내 담배산업의 위기를 해외시장 개척으로 돌파해가고 있다. 해외진출 14년 만에 35배가 넘는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2010년 10월 8일, 러시아 현지 공장 준공식 장면.



국내 담배산업이 위기다. 금연인구 증가에다 국내시장 개방으로 다국적 담배회사들의 국내시장 공략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KT&G는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으로 위기를 돌파해간다. 내수산업의 한계를 예측하고 일찌감치 해외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KT&G는 2000년대 들어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진출 초기 수출지역인 중동, 러시아연방을 넘어서 최근에는 동남아, 미주, 아프리카 등지로 시장을 꾸준히 확대해나가고 있다. 현재 수출 국가는 50여 개국에 달한다. 해외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출액과 수출량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1999년 수량 26억 개비, 금액 1476만 달러에 불과하던 해외 매출이 지난해 수량 343억 개비, 금액 5억2000만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15년 만에 35배 이상으로 성장한 것이다.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과 함께 현지화를 꾸준히 추진해온 것이 주효한 결과다. KT&G는 2010년 러시아 현지 공장을 준공해 세계 2대 담배시장으로 꼽히는 러시아와 인근 CIS(독립국가연합) 국가의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데 이어 2011년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인 ‘트리삭티’사(社)를 인수해 세계 5대 담배시장인 인도네시아와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중장기적인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KT&G 관계자는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사양산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수출증대에 있어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며 “국가브랜드 가치를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담배산업의 역사는 115년에 이른다. 1899년 대 한제국 궁내성에 설치된 내장원을 시작으로 1952년 전매청과 1989년 한국담배인삼공사를 거쳐 2002년 말 민영화된 KT&G가 담배산업을 이끌어왔다. 최근 들어 흡연규제가 강화되고 담배소송까지 이슈화되는 과정에서 담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제기되고 있지만, 담배산업은 100여 년 동안 국가산업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내 담배산업이 위기를 겪은 적은 또 있었다. 1988년 국내 담배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민영화 과정을 거치면서 유명 브랜드와 자금력을 앞세운 외국계 담배회사의 거센 공세에 부닥쳤을 때다. 2001년 85%에 육박하던 국내시장 점유율이 2002년 말 민영화가 이뤄진 이듬해에 70%대로 급락했다. 현재 KT&G는 국내시장 점유율이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KT&G 관계자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담배시장을 개방한 나라 중 로컬기업이 6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사례는 KT&G가 유일하다.

KT&G 관계자는 “민영화 후 끊임없는 시장탐색을 통해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선도하며 거대 외국계 담배회사들을 압도한 결과, 현재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국내 담배산업은 오랫동안 국내 잎담배 농업의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담배산업의 육성과 더불어 국내 잎담배 농사 규모가 크게 성장해, 1960년 521t이었던 잎담배 수출물량은 1965년 4천t에 육박하는 등 5년 만에 8배 가까이 늘어났다. 당시 식량 자급자족조차 힘들었던 국민들에게 담배산업 육성을 통한 잎담배 수출은 외국에서 쌀을 들여올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현재는 높은 인건비와 대체작물의 증가로 인해 국내 잎담배 농가는 경쟁력을 잃어가는 추세다. 같은 품질 대비 두세배 비싼 가격으로는 외산 잎담배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KT&G는 잎담배농가의 보호를 위해 최근까지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잎담배를 전량 구매해주고 있다.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가격을 인상하고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도 국산 잎담배는 단 한 잎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담배산업은 국가의 주요 세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KT&G에 따르면 한 갑당 2500원인 판매가에는 62%인 1550원가량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담배판매로 한 해에 거둬들이는 세금만 총 7조원에 육박한다. KT&G는 지난 3월 10일 국내 담배산업의 역사를 새로 썼다.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의 주역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KT&G 신탄진공장을 재탄생시킨 것이다. 3년 5개월에 걸친 증설과 자동화 시스템 구축공사를 끝낸 것이다.


▎‘세계 최대 초슬림 담배공장’으로 변모한 KT&G 신탄진공장은 연간 최대인 850억 개비의 생산규모를 자랑한다. 3월 10일 KT&G 신탄진공장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회사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60년대 경제개발계획 주역 신탄진공장의 재탄생

KT&G 신탄진공장은 제1차 경제개발계획이 진행되던 1964년 설립된 것이다. 당시 ‘자립경제’를 목표로 정부가 나서서 시작한 것이 바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다.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계획에서 중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담배사업이었다. 세원확보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담배산업은 본격적인 경제개발을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어느 산업보다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산업이었다.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던 1970~80년에는 당시 전매청의 세입규모는 14배로, 잎담배와 인삼류의 수출은 6배로 증가하는 등 담배산업은 국가 경제개발을 추진하는 데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든든한 원동력이 됐다. 당시 경제개발의 주역이었던 신탄진공장은 KT&G가 해외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최대 초슬림 담배공장’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에쎄(ESSE)를 비롯해 KT&G의 초슬림 담배 생산을 전담하는 신탄진공장은 이번 증설로 인해 전 세계 초슬림 담배시장의 50% 물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연간 최대 생산규모 850억 개비를 자랑한다.

국내 담배산업은 115년이라는 긴 역사가 말해주듯 우리 경제발전의 주춧돌로서 한국경제와 더불어 성장해왔다. 지금까지 창출해온 부가가치는 자동차·전자산업 등 주요 대기업과 견줘도 결코 뒤처지지 않을 정도다. 시가총액 17위라는 성적표가 그 방증이다. KT&G는 앞으로도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으로 성장해나가길 꿈꾼다.

201406호 (201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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