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어소(御所)·킨카쿠지(金閣寺)·기요미즈데라(淸水寺)…. 그러나 백미는 기온(祇園) 거리의 고색창연한 골목길 끝자락에 우뚝 솟은 고주노토(五重塔)다. 이 오중탑은 교토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예부터 교토를 소개하는 책자에 실렸다. 그런데 이 탑을 고구려 출신의 건축가들이 처음 세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더구나 ‘기온’이라는 거리 이름 역시 고구려인이 세운 야사카진자와 관계가 있다.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일본 교토(京都)에 갈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일찍부터 일본의 천년 왕도(平安京/헤이안쿄, 794~1867)였던 교토의 역사에 누구보다 해박한 교토대 사학과 하야시야 다쓰사브로(林屋辰三郞)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교토하면 세속적으로 일컫는 3대 문화가 있다. 춤추는 어린 기녀인 ‘마이코(舞妓)’와 7월의 ‘기온마쓰리(祇園祭)’, 그리고 ‘고주노토(五重塔)’다.”( 1968) 더욱 흥미로운 것은 교토의 이 3대 세속 문화와 직결되는 곳이 바로 교토의 동쪽 산인 히가시야마(東山) 기슭에 자리 잡은 큰 사당 야사카진자(八坂神社)라는 점이다.
기온마쓰리의 뿌리를 제공하는 야사카진자는 더욱이 우리 고대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교토를 처음 찾는 한국의 나그네라면 기온(祇園) 거리에 자리 잡은 이 신사를 한 번쯤 꼭 찾아가볼 일이다. 교토 역전의 ‘시버스(市バス)’ 터미널 ‘디(D)’ 승차장에서 206번 시버스를 타고 20분 남짓 가서 ‘기온’ 정류장에서 내리면 눈앞에 큰 사당이 펼쳐진다. 바로 야사카진자다.
야사카진자의 앞은 좌우로 벌어지는 기온삼거리다. 이곳에서 양쪽 골목으로 어디든 발을 들여놓으면 어린 기녀들이 부채춤을 추거나 작은 북과 삼현 악기인 ‘샤미센(三味線)’을 연주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곳을 ‘기온상(祇園さん)’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기온상 골목길에서도 본격적으로 기생들의 기예를 관람할 수 있는 요정인 ‘기온게이죠(祇園藝場)’에 들르기란 쉽지 않다. 기온게이죠에서는 예능 공연을 위주로 하는 15~18세 어린 소녀들인 마이코와, 20~50세로 술시중을 드는 능숙한 게이샤(藝妓) 등 두 부류의 여인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기온게이죠에 들러 마이코의 예능을 보면서 게이샤가 권하는 술을 대접받으려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미리 예약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상당히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재력으로는 기온게이죠에 들를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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