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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패트롤 | ‘부드러운 카리스마’ 박춘희 송파구청장 - 따뜻한 소통행정으로 주민의 구정 참여 높였다 

주민 눈높이의 ‘맞춤형’ 복지·안전 정책 큰 호응 얻어… ‘제2회 세계전자정부대회’에서 공공서비스 분야 ‘우수상’ 받기도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주민과의 ‘소통’으로 구정을 이끈다. 박 구청장은 소통은 ‘경청’이며, 이는 주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는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박춘희(60) 송파구청장은 재선 구청장이다. 2010년에 이어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송파구민의 선택을 받았다. 구청 안팎에서는 그 비결을 ‘소통’이라고 말한다. 박 구청장의 ‘소통행정’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구청장에 당선되기 전, 그가 걸어온 인생여정에서도 나타난다.

경상남도 산청 출신인 그는 중학교 때 온 가족이 모두 부산으로 이사해 경남여고를 거쳐 부산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의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서울로 올라와서는 홍익대 인근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면서 사법고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9전 10기의 도전 끝에 2002년 마흔아홉 살 늦깎이로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해 여성 합격자 중에서 최고령자였다. 그 뒤로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왔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영순 전 구청장이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한 상황에서 새로운 후보를 물색하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박 구청장에서 출마를 타진해왔다. 당시 송파구는 여성전략공천 지역이었기 때문에 여성 변호사로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박 구청장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그해 지방선거에서 48.5% 득표율로 송파구청장에 당선된 그는 4년 뒤 치러진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54%에 가까운 지지율로 여유 있게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4년간의 노력이 송파구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어낸 덕분이다.

재선 후 구정은 복지·안전문제에 가장 큰 관심


송파구청은 올해 홍콩에서 열린 WHO(세계보건기구)가 선정하는 ‘건강도시상(WHO Recognition for Healthy cities)’에서 우수사례상을 받았다. 박춘희 구청장이 수상 후 WHO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 신영수박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파구는 인구 67만 명으로, 서울시 25개 기초단체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 위례신도시나 거여·마천지구 뉴타운 입주가 마무리되면 전체 구민의 수가 80만 명을 넘어서게 된다. 인구가 많은 만큼 주민의 민원도 많고 빈부 격차도 심한 편이다. 최근에는 제2롯데월드의 안전과 교통 문제 등으로 온 국민의 시선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재선 구청장이라지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는 아니다. 송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박 구청장은 어떤 시각을 갖고 있을까? 11월 11일 신천동에 있는 송파구청장 집무실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새로운 4년간의 구정운영 방향은?

“선거기간 동안 주민의 눈과 귀를 현혹할 만한 정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4년간 모든 구민의 생각과 고민을 함께 담아내 선진행정을 펼쳤던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의 4년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송파는 기존 베드타운을 넘어서 글로벌 자족도시, 미래 지식산업의 허브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대규모 개발 호재들이 가시화되면서 송파는 국내에서 가장 높고, 가장 젊고, 가장 활기찬 도시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지역을 이끌기 위해서는 소통·통합·조율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규모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관리하고, 기존 도시 인프라와도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특히 개발로 인한 유·무형의 이익을 송파구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안전·복지·교육·경제·문화 어느 한 분야도 부족하거나 소홀함이 없이 꼼꼼하고 세심하게 살피고 다듬어 국내 대표도시 송파를 완성해 나가겠다.”

‘소통전문가’라고 불릴 정도로 주민들과 잘 통한다고 알려졌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여론을 듣나?

“소통의 기본은 ‘경청’이다. 많은 사람이 소통이라고 하면 ‘내가 가진 지식이나 정보를 남에게 전달하는 것’, 또는 ‘남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정반대다. 스스로가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정직한 모습을 보여줄 때, 진정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 결국 소통은 ‘현장’에 있다. 4년간 직원들과의 밥상머리 소통이라든지, 구민 300인 원탁회의, 주민과의 대화, 이동구청장실, 오후의 수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현장에서 발로 뛰며 각계각층의 구민들을 만났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주민을 위한 행정가의 기본자세라고 본다.”

송파구는 지난해부터 언론에서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최근 무상급식 등으로 복지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됐고, 최근엔 제2롯데월드와 싱크홀 문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서일까? 박 구청장은 선거 당시 복지와 안전에 대한 공약을 가장 중요하게 내세웠다.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이 복지와 안전이었다. 어떤 이유가 있었나?

“최근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가정이 늘면서 그동안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맞춰졌던 정부의 복지서비스가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차상위계층 역시 경우에 따라 복지혜택의 최우선에 배치해야 한다. 복지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구청은 중앙정부와는 달리 주민들과 직접 살을 부대껴야 할 일이 널려 있다. 가정의 확대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에서 엄마들이 자식교육, 집안 살림, 부모님 봉양하는 것을 확대해서 67만 송파구민들에게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를 대신해줄 사람도 없다. 직접 구민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박 구청장이 주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데는 그의 다양한 ‘맞춤형’ 복지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젊은 도시 특성에 맞게 산모와 신생아를 돌보는 구립 산모건강증진센터나 신규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생필품을 지급하는 ‘송파 러브팩’, 은퇴 후 가정으로 돌아온 아버지의 자존감 향상과 제2의 인생 설계에 도움을 주고자 개설된 ‘아버지, 한 가정의 CEO 만들기’ 강좌 등은 모두 그가 처음 시작한 사업들이다.

특히 송파구의 행복나눔센터는 일자리와 복지, 나눔이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복지허브의 대표 사례로 관심을 끈다. 주목할 대목은 이 같은 복지사업들이 대부분 주민의 의견을 듣고, 주민 입장에서 만들어진 소‘ 통’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지금까지의 복지서비스 체계는 공급자 위주였고, 중앙정부와 매칭펀드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벌이는 사업마다 연계성과 유연성에서 한계가 있었다”며 “행복나눔센터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구상한 복지서비스로, 위기 가정이나 저소득층이 한 번 방문하기만 하면, 복지 서비스는 물론, 일자리와 주변 이웃들의 도움까지 종합적인 해결방법을 강구할 수 있도록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제2롯데월드 저층부 조기 개장으로 안전과 교통문제는 당장 풀어야 할 숙제인 듯한데?

“제2롯데월드 저층부 개장으로 주민들의 우려가 컸을 것이다. 송파구는 서울시·송파경찰서와 합동으로 교통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제2롯데월드뿐만 아니라 잠실주변 일대의 교통상황을 시시각각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 달이 지난 현재 제2 롯데월드 주차장 예약제와 전면유료화 시행, 교통체계개선사업의 추진으로 우려와는 달리 잠실주변 교통상황은 개장 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첨단교통정보시스템 구축과 잠실역버스환승센터 건립 등을 통해 교통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안전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현재 건물 자체뿐만 아니라 주변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 명쾌하게 규명되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 철저히 안전문제를 검증해야 한다. 특히 싱크홀 이슈는 서울시도 그렇고, 송파구도 건축공학적으로 크게 우려할 만 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석촌호수 주변의 지하수 흐름을 포함한 수질·수위 관련 연구용역을 서울시립대에 위탁해서 진행하고 있다. 다만 도시 난개발로 인한 도로침하 현상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본다.”

박 구청장은 구정 전반에 대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SNS가 이를 가능케 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2012년에 전국 최초로 시도된 ‘트위터 반상회’다. ‘트위터 반상회’는 사라져가는 반상회를 새로운 시각에서 부활시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행정에 반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반상회에서 벗어나, 동네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불편사항과 개선방향을 제안하는 활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SNS 반상회’로 주민의 행정참여 높이기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송파구는 올해 ‘제4회 대한민국SNS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중국 청두시에서 열린 ‘제2회 위고 어워즈(WeGo Awards)’에서도 공공서비스분야 우수상을 받는 쾌거를 올렸다. ‘위고 어워즈’는 세계도시 전자정부 협의체(WeGO; World e-Governments Organization of cities and Local Governments)가 전 세계도시를 대상으로 전자정부 우수사례를 발굴해 시상하는 것으로 2012년 제정된 이후 올해 2회째를 맞았다.

다양한 분야의 행정실험이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듯하다.

“주민들과의 행복 나눔을 구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섬김의 행정을 실천하며 송파구의 미래를 더욱 더 밝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가 이렇게 과분한 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기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 그동안 우리 구민과 직원들이 살고 싶은 송파, 아름다운 송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상을 많이 받았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을 꼽으라면?

“모든 상이 노력한 결과물이라서 애착이 간다.(웃음) 최근 수상한 위고 어워즈는 송파구가 전자정부의 세계 중심도시로 인정받은 것이어서 더욱 자랑스럽다. 한국의 자랑거리라고 본다. 그 밖에도 WHO(세계보건기구)가 선정하는 ‘건강도시상(WHO Recognition for Healthy cities)’에서 우수사례상, ‘제6차 AFHC(서태평양지역 건강도시연맹) 국제컨퍼러스’에서 받은 ‘창조적인 개발상’, 롯데월드-석촌호수-올림픽 공원을 아우르는 ‘잠실관광특구’ 활성화 노력을 높이 평가받아 수상한 ‘제1회 소비자선정 스타브랜드대상’ 등도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땀 흘린 대가로 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

박 구청장이 꿈꾸는 미래의 송파는 어떤 모습인가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역동성의 도시’, 멈춰있지 않고 하루하루 앞으로 나아가는 ‘젊은 도시’,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 도시’를 제시하고 싶다. 진행중인 사업을 원활하게 마무리하고 부족했던 부분들을 조율하고 채워 나가 주민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송파를 꾸려나가는 게 사명으로 생각하고 노력하겠다.”

201412호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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