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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 | 화공업체 D사, 수출용 최루탄 불법 생산 미스터리 - 무면허 제조, 원료 밀수의혹 방사청·경찰청은 모르쇠? 

국내 최대 최루탄 제조업체 생산 전 과정 불·탈법 만연… 수출입, 유독물질 관리·감독 주체도 서로 책임 미뤄 

국내 한 화공업체가 수년간 해외에 수백만 발의 최루탄을 불법 제조해 수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전략물자인 최루탄을 관리·감독하는 방위사업청과 경찰청은 이 같은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루탄 불법 제조 실태와 허술한 전략물자 수출관리 행태를 추적했다.

▎2012년 바레인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최루탄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D사는 그해 바레인에 130만 발의 최루탄을 수출했다.
1월 2일 경남 김해시 낙동강 둔치. 10여 분간 강둑 인근의 갈대 숲을 헤치자 은색 알루미늄 통이 눈에 들어 왔다. 연소된 최루탄이다. 30여 분을 돌아 반경 50여m에서 찾아낸 최루탄은 총 6발. 이 중에는 불발탄도 하나 끼여 있었다. 낙동강 둔치에서 최루탄 시험 발사를 한 흔적들이다. 현행법상 불법이다. 최루탄 같은 화약류의 발파·연소는 총포도검화약류등단속법(이하 총단법)에 의해 화약류의 사용장소를 관할하는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더구나 낙동강은 부산·경남 주민의 식수원으로, 화공품으로 분류되는 최루탄의 시험발사 장소로 허가될 수도 없는 곳이다.


▎바레인에서 사용된 한국산 최루탄.
이곳에서 최루탄 시험 발사를 한 업체는 인근에 있는 화공업체인 D사. 국내 최대 최루탄 제조업체로, 수출용 최루탄의 90% 이상이 이 업체의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김재연 당시 통진당 의원(이하 김 의원)이 “300만 발 이상 수출된 최루탄 전량은 경남 김해시의 업체 한 곳에서 생산됐다”라는 주장에 언급된 기업이 바로 D사다. 그만큼 최루탄 생산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과연 김 의원의 주장대로 수출되는 모든 최루탄을 이 업체가 생산하는 걸까? 우선 김 의원의 자료 출처가 경남지방경찰청(이하 경남경찰청)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의원이 발표한 ‘최루탄 수출현황(경남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1~2014년 9월까지 국내 제조 최루탄은 전 세계 24개국에 316만 발이 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바레인이 144만9680발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터키(66만8110발), 미얀마(27만7742발), 방글라데시(18만6485발), 시리아(10만5천 발), 아랍에미리트(5만9332발), 사우디아라비아(4만3350발), 기타 17개국(37만3223발) 등이다.

현행법상 최루탄 수출은 두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제조업체가 소재한 관할 지방경찰청과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해당 기관이다. 최루탄 구성품에 따라 현행법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최루탄의 내부 구성품은 크게 뇌관과 CS가스 카트리지로 구성되는데 뇌관에 들어가는 화약류는 경찰의 허가사항이고, CS가스는 방사청 허가사항이다. 최루탄의 주 성분인 CS가스가 대외무역법에 의거 전략물자(군용물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방사청이 관리감독을 한다.

업계에 따르면 경남 지역에는 D사와 K사 등 두 곳의 최루탄 제조업체가 있다. 하지만 나머지 K사는 최루탄을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실제로 K사의 홈페이지에는 최루탄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방위산업제품과 민수산업제품, 소방방재제품 등을 생산한다고만 소개하고 있다. 방위산업제품으로는 신호탄·조명탄 등 신호탄류와 지뢰류, 폭파기재류가 주력제품이고, 민수산업제품과 소방방재제품의 대표 상품은 각각 신호기·소화기라고 추천한다. 경남경찰청이 수출허가한 최루탄이 대부분 D사의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것도 그래서다.

한국산 최루탄 수출 사실상 독점 생산


▎D사가 소유한 창고 안에 포장된 최루탄이 쌓여 있다. 이 창고는 일반 창고용으로 화공품인 최루탄을 보관할 수 없게 돼 있다.
D사가 2011년에서 2014년 9월까지 최루탄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최소 3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루탄은 발사형과 투척형으로 나뉘는데, 발사형은 1개당 8~10달러, 투척형은 14~15달러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발사형은 총기에 꽂아 발사하는 형태로, 통상 사거리는 100~130m에 이른다. 일반적 최루탄의 형태가 발사형이다. 투척형은 수류탄 모양으로 안전핀을 제거해 던지는 근거리용이다. 대부분의 수출제품은 발사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의 자료를 보면 이 업체의 수출과 매출 규모가 예상보다 더 많다. 방사청 관계자는 “2014년 한 해 동안 이 업체에 총 200만 발(정확히는 199만1천 발, 투척형·발사형 포함)의 최루탄에 대해 수출허가를 해줬다”고 밝혔다. 최루탄 200만 발은 5t 트럭 55대 분량이다. 5t 트럭 한 대에 최루탄 460박스(1박스 발사형 기준 80발, 투척형 기준 40발)가량이 들어간다고 한다.

D사의 홈페이지를 살펴보았더니 2001년 회사 설립 당시엔 불꽃놀이, 무대용 화약 등 꽃불(폭죽)류 화약류를 생산했다. 최루탄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나이지리아에 5만 달러 규모의 투척형 최루 수류탄(KP-5)를 수출하면서부터다. 회사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최루탄(발사형) 수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그해에만 이 회사는 4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듬해엔 150억원, 2013년엔 80억원 등 연평균 매출 100억~150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수출허가를 받은 200만 발이 모두 선적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수출허가 기준으로 최소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최루탄 수출이 이뤄지기 이전에는 연매출 규모가 10억원 안팎이었다고 한다.

수출용 최루탄에 대한 D사의 독점적 생산지위는 전국 단위로 범위를 넓혀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방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최루탄을 제조하는 업체는 D사를 비롯해 총 5곳이다. 하지만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사청이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최루탄 제조는 D사가 거의 독보적 존재다. 수년 전엔 3~4곳에서 최루탄을 제조했지만, D사 제품이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 현재는 D사만 생산하고 있다. 다른 회사도 OEM(주문자생산방식)으로 D사에 주문해 제품을 수출한다. D사가 수출물량의 대부분을 생산한다고 보면 된다.”

30년 넘은 불용 최루탄에서 흑색화약 추출?

실제 방사청에서 제조업체 중 한 곳이라고 지목한 C사는 D사의 최루탄을 수출하고 있다. 2013년 6월 국내외 언론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터키 정부와 반정부 시위대의 충돌과정에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이때 나온 최루탄이 한국산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최루탄은 모델명 ‘DK-N500’으로, 수출업체는 C사였지만, 실제 제조사는 D사였다. D사의 홈페이지에도 이 제품이 소개되고 있다. D사는 해외 영업을 전담하는 부서를 따로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C사 같은 무역회사를 통해 해외에 최루탄을 수출하기도 했다. D사도 이 부분은 인정한다. D사의 대표 김모 씨는 “우리는 영세한 업체라서 해외 영업부서가 없다. C사 같은 무역회사가 우리가 생산한 최루탄을 수출한다”며 “C사는 2011년 26억원, 2012년 131억원, 2013년 17억원, 2014년 5억원가량을 수출했다”고 말했다.

최루탄은 종류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2종 도화선·속화선·추진제(흑색화약) 등이 들어있는 뇌관과 CS가스 등이 포함된 카트리지로 구성된다. 문제는 이 업체의 최루탄 제조공정에서 불법적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우선 추진제에 대한 공급 루트가 석연찮다. 현재 국내에는 추진제 제조업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일하게 추진제를 만들던 A업체 역시 생산을 중단했다. A업체 대표는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흑색화약을 제조하는 회사는 한화 인천공장 등 10여 곳 됐지만, 국내 수요가 없어 대부분 2010년 이전에 문을 닫거나 생산을 중단했다”며 “우리 회사도 생산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 구매가 불가능하다면 수입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D사는 추진제를 수입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단법상 화약류 수입허가권자인 경남경찰청에 문의한 결과 D사를 대상으로 추진제 같은 화약류에 대해 수입허가를 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군이나 경찰 등에서 불용품으로 처리된 최루탄 등을 매입하는 데 그 불용품에서 빼낸 흑색화약을 재활용한다. 그 양이 1t 정도된다”며 “일부는 풍산이나 한화 등에서 구매해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거로 매입 자료를 제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D사는 2002년 9월 한화 고령화약고에서 흑색화약 80㎏을, 2011년 11월 풍산 안강사업장에서 무연화약(피스톨탄용 추진제) 300㎏을 구매했으며,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5월 말까지 한 군부대에서 불용품을 인수인계 받았다.

하지만 업체의 그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화에서 흑색화약을 매입한 2002년엔 이 업체가 본격적으로 최루탄 수출을 하지 않았던 시점이다. 풍산에서 구매한 무연화약 역시 최루탄의 추진제로서는 부적합하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화약 제조 전문가 B씨의 설명이다. “풍산의 무연화약은 권총용 화약으로, 단순히 밀어주는 역할을 한다. 최루탄에 들어가는 화약은 불을 붙여서 탄이 날라가도록 해야 한다. 착화와 추진을 동시에 하기 위해서는 흑색화약이 필요하다. 무연화약만으로 착화와 추진 역할을 하는 기술력을 가졌다면 세계 최고 화공회사의 기술력을 보유하는 것이다. 그 기술로 최루탄 생산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왜 최루탄을 생산하겠는가.”

불용품 내 포함된 흑색화약의 재활용에 대해서도 복수의 화약 제조 전문가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B씨 역시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흑색화약은 파괴력·착화력이 좋은 반면 습기에 예민해 하절기에는 성능저하의 우려가 있다”며 “경찰이나 군에서 사용되고 남은 불용품은 통상 20~30년 된 제품인데, 완벽한 보관을 하지 않고서는 재활용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에서 “흑색화약은 습기에 강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고 하자 그는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흑색화약의 경우 흡습(습기를 빨아들임)을 방지하기 위해 흑연으로 코팅하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침수시험을 하면 무연화약은 물에 녹지 않지만 흑색화약은 물에 녹는다”며 “장기간 보관하면 결로현상으로 인해 습기를 머금을 확률이 높다”고 부연했다.

제조 면허 없이 화약 만들기도


▎낙동강변에서 수거한 연소된 최루탄. 작은 사진은 불발탄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이하 총포협회)에서 시험을 받았고, 시험결과 사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반박하며 총포협회에서 받은 시험성적서를 보여줬다. 이 성적서에 따르면 총포협회는 지난해 4월 1~2일 2일간과 12월 30일 등 두 차례에 걸쳐 각각 흑색화약 500㎏(제조일 1986년 8~11월)에 대한 시험과정을 거쳐 ‘적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D사가 보유한 화약 물량이 수출 물량을 모두 충당할 수 있느냐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D사가 그동안 사용했다고 밝힌 위의 화약물량을 모두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화약의 규모는 1.3t가량인데 이 화약으로 4년간 수출한 규모인 350만 발의 최루탄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다른 화약 제조 전문가 Y씨는 “최루탄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최루탄 1발에 추진제가 3~6g 정도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며 “하지만 습한 지역에 수출할 경우 추진제를 추가로 첨가해야 하고, 최루탄 시험·검사 등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물량까지 합하면 통상 필요한 물량의 1.5배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D사가 수출한 350만 발의 경우 최소 10~20t이 필요하며, 생산과정에서 소진되는 물량까지 합하면 15~30t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는 셈이다.

무연화약과 흑색화약을 혼합하면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Y씨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루탄 사거리가 최소 100m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1발당 최소 흑색화약 1g 이상은 들어가야 가능한 거리”라며 “D사가 지금까지 최소 350만 발을 수출했는데 단순 계산으로도 3.5t의 흑색화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D사는 이처럼 많은 규모의 화약을 어디에서 구하는 것일까? 취재 도중 김 대표는 “일부는 제조해서 사용한다”고 털어놨다. 추진제 같은 화약류를 다루기 위해서는 총단법상 화약 제조면허가 있어야 한다. 이 업체는 화약 제조면허가 아닌 화약류(화공품) 제조면허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제조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김 대표는 회사 기밀이어서 정확하게 밝힐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이렇게 해명했다. “흑색화약을 아주 소량만 사용해도 추진제를 만들 수 있다. 흑색화약에 화공품을 첨가하면 된다. 정확한 비율을 밝힐 수는 없다. 회사의 노하우이기 때문이다. 화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화공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 제조는 아니다.”

하지만 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완제품의 뇌관을 사용해 최루탄을 조립한다면 화공품 제조 면허만으로 가능하지만 뇌관에 들어가는 추진제를 만드는 것은 화약 제조 면허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D사의 화학물질 구매 내역서에서 대규모로 구입한 한 화공품(업체의 기밀이어서 정확한 제품명을 밝힐 수 없다)을 주목했다. 그 화공품을 Y씨에게 설명하니 그의 답변이 이렇게 돌아왔다. “그 화공품은 주로 다이너마이트·무연화약 제조에 쓰인다. 만약 D사가 그것으로 화약을 만들었다면 합성해서 만든 화약인 화합화약류로 봐야 한다. 합성장치 설비도 있어야 한다. 화약 제조면허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한화와 풍산만 화합화약류 면허를 갖고 있다.”(화합화약류는 1개 분자가 화약류의 형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불완전한 분자 간의 결합 상태가 분해될 때 많은 열을 내며 폭발한다.)

그러면서 그는 “화약 재료용으로 그 화공품이 사용되기 위해서는 구매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대규모 구매를 하고 내역서에 기재할 정도면 화약 재료용이라기보다는 최루탄 제조과정에서 CS분말 등을 반죽할 때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수입허가제품과 통관제품 서로 달라

이 회사 내부 사정에 밝은 H씨로부터 불법 제조에 대한 더욱 세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설명이다. “D사 대표 김 모 씨는 실질적 소유주가 아니다. 소유주는 5·6공화국 때 최루탄 제조회사였던 삼영화학과 고려화공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화약기술자다. 군이나 경찰에서 가져온 불용품은 CS가루를 재활용하기 위한 것이지 화약을 재활용하려는 것은 아니다. 화약은 직접 제조해서 사용한다고 소유주가 직접 털어놓은 적도 있다. 제조과정에서 폭발사고도 있었다. 게다가 이 업체 제품 중 ‘DK38M’이라는 것은 공중 폭파식 최루탄인데, 이 제품에 들어가는 화약은 일명 ‘폭음재’로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량이지만 TNT보다 폭발력이 강하다. 수입을 하던지 스스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불법 제조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경찰은 “추진제 제조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검토 후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불법제조 사실이 드러나면 법에 따른 처벌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뇌관을 구성하는 2종도화선 등 화약류의 수입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도화선은 일정 거리만큼 떨어져서 흑색화약이나 뇌관을 점화(점폭)시킬 목적에 쓰이는 것이다. 2종도화선은 일반광산용으로 많이 사용하며, 연소속도를 지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D사의 2011년 10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세관 수입내역 일부를 검토한 결과 이 업체와 연관성이 없을 듯한 품명을 하나 발견했다. ‘유리섬유 튜브(FIBERGLASS TUBE)’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Fiberglass’는 유리섬유를 의미한다. 최루탄 제조업체에 유리섬유를 수입한 부분이 수상쩍어서 공급회사를 찾아보았다. 중국의 한 무역회사가 수출업체였다. 회사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이 회사는 전문 화약제조기업이었다. 주요 판매품목은 사제화약, 케이크형 꽃불(폭죽), 포탄, 도화선, 발사장치 등이다. 어느 곳에도 유리섬유를 제조한다는 것을 찾을 수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세관 통관 시에는 제품에 따라 세번부호(HS코드)가 부여된다. 유리섬유의 세번부호는 7019.90-9000(70류)이다. 일반적으로 화약류·성냥의 세번부호는 36류로 분류돼 3601부터 시작한다. 2종도화선(Detonating Fuses)의 세번부호는 3603이다. 도화선을 형태가 유사한 유리섬유 제품으로 둔갑시켜서 수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 이 업체는 2013년 4월 2종도화선을 플라스틱 캡과 유리섬유 튜브로 속여서 수입했다가 양산세관에 적발된 사례도 있다. 양산세관 관계자는 “플라스틱 캡과 유리섬유 튜브 등으로 수입신고를 했는데 검사대상으로 지정됐다”며 “현장확인 결과 플라스틱 캡 안에 도화선을 넣어서 가져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업체에 대해 검사비율을 높이는 등 자체 시스템을 보완 조치했으나, 그 이후로는 양산세관을 통해 물건을 들여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밀수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H씨의 설명은 이랬다. “중국 수출업자와 짜고 이중 인보이스를 만든다. 통상적으로 수입업자는 세금 회피나 밀수 목적으로 가격을 낮추거나 수입품과 다른 제품을 인보이스에 기입하도록 요청한다. 세관 등에 제출용으로 만드는 가짜 인보이스인 셈이다. 수출업자 입장에서는 돈만 받으면 되니까 거의 거절하지 않는다. D사도 중국 업체와 거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부산본부세관 관계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밀수를 하려고 작정한다면 수출업자와 짜고 서류를 조작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서류가 선적 목록이다. 이 서류는 수출국에서 화물이 선적되면서 확인과정을 거쳐 발행해 수입국의 세관까지 전달된다. 선적목록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수출업자가 수출 신고 시 작성하는 선적목록의 근거가 되는 인보이스를 조작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만약 D사가 수입내역과 다른 제품을 속여 가져왔다면 밀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도화선의 경우 화약이다 보니 주문 후 물건을 받기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도화선 대신 유리섬유 튜브 등으로 수입한 적이 있다. 세금 포탈 등의 목적이 아니었다”며 “딱 한 차례였고, 적발돼 처벌까지 받았다.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밀수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2012년 1~6월 6개 월간 12회에 걸쳐 1억5천만원가량의 유리섬유 튜브를 중국에서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면서 그는 수입신고필증사본을 제시했다. 2013년 9월 24일 신고된 신고증에는 김 대표가 밝힌 도화선의 수입내역이 있었다. 하지만 세번부호가 3604(Fireworks·불꽃놀이제품)로 도화선의 세번부호와 달랐다. 김 대표는 “품목이 다른데 세번부호가 같은 것은 관세율이 같아서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 관세사는 “품목별 세번부호가 부여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폭발성 유독물질 ‘염소산칼륨’ 누가 관리하나?


▎<월간중앙>이 입수한 D사의 원자재 수입 내역과 D사가 제출한 자료.
최루탄 주요 성분 중 하나인 염소산칼륨의 수입 과정도 석연찮다. 염소산칼륨(Potassium chlorate)은 염화칼슘을 전기 분해해 얻는 무색의 판 모양 결정이다. 산화력이 세고, 유기물·인·황 등과 함께 가열하면 폭발한다. 불꽃놀이용 화약, 폭약 등의 원료로 사용되며, 표백제·염료·의약품 등의 제조에도 쓰인다. 최루탄에서는 CS가스와 혼합돼 발사된 후 사거리에 도달하면 폭발해 CS가스를 분출하는 역할을 한다. 염소산칼륨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신고를 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유해화학물질의 경우에는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장에게 신고한 후 수입해야 하고, 총단법에 따른 화약류는 해당 지방경찰청장의 수입허가가 있어야 수입이 가능하다.

D사는 2012~2014년까지 최근 3년간 45t가량의 염소산 칼륨을 수입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이나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 어디에도 신고나 허가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D사는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에 신고했다”며 “1년에 한 차례 1년 동안 수입한 실적을 신고했다”고 반박했지만,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에 업무를 위탁해주고 있는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최근 5년간 수입신고된 실적이 없다”고 답했고, 경남경찰청 역시 “염소산칼륨에 대해 수입허가를 해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D사가 했다는 신고는 뭘까? 낙동강유역환경청 화학물질관리단 김석종 주무관의 설명이다. “유해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의 경우 적법한 절차를 통해 환경부에서 영업허가증을 발급해주는데 허가받은 업체는 1년에 한 차례 수입실적을 보고한다. 이는 수입할 때 신고하는 것과는 별개다. 유독물 수입신고는 2009년까지 통관 전 신고하는 사전 신고제였지만 현재는 사후 신고제로 변경됐다. 통관 후 14일 이내, 수입할 때마다 신고해야 한다. 신고의무를 하지 않았을때는 1~3차에 걸쳐 건당 600만~1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 된다. 게다가 확인결과 이 업체는 환경부의 허가받은 사업장도 아니어서 관리대상이 아니다.”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에 수입실적을 보고하거나 수입신고를 할 의무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김 주무관은 “일반 산업용인 경우엔 환경부 관리대상이지만, 화약류(최루탄)용도로 수입되는 유독물 함유량 99.7%의 염소산칼륨은 경찰청 관리대상”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폭발성 원료인 염소산칼륨에 대한 관리기관이 경찰이라는 의견은 관세청에서도 나왔다. 관세청 통관기획과 문성환 주무관은 “대외무역법 12조에 의거한 통합공고(수입요건)는 ‘폭약용 원료로 사용되는 것은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통합공고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각 부처와 협의해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식품위생법을 보면 빵의 원료로 사용되는 첨가물을 수입하려는 자는 식약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화학물질인 식품첨가물도 허가 대상이다. 신고되지 않은 물품으로 제조된 제품은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은 “경찰청장의 허가사항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은 총단법에 의해 수입된 물품을 관리한다. 현행법상 염소산칼륨은 허가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총단법상 화약류는 질산염·염소산염등을 주성분으로 하는 폭약 또는 화약을 말한다. 염소산칼륨은 원료이기 때문에 화약류로 볼 수 없고 허가 대상이 아니다.” 경찰이 관계부처 기관과 다른 해석을 내리면서 최루탄용도로 수입되는 염소산칼륨은 관리감독기관이 없는 꼴이된 것이다.

불법제조 최루탄, 수출국서 잇단 사망자 ‘오명’


김 대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2012년 최초 수입을 했을 때(이전에는 화공품을 수입하는 회사를 통해 구매를 했다고 답했다)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에서 1년 단위로 실적보고를 하라고 해서 거기에 따랐을 뿐”이라며 “경찰청 허가 사항인 줄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리감독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비단 경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방사청은 최루탄 수출허가기관임에도 불구하고 2013년에서야 업무에 대해 파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청에 따르면 방사청이 최루탄 첫 수출허가를 해준 시기는 2013년 3월로 사우디아라비아에 6만7천 발 수출 건이었다. 하지만 D사가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선 시기는 2011년부터다. 2년 이상 수출허가 업무가 방사청 업무인지도 몰랐다는 얘기다. 방사청의 관계자는 “업체에서 신청을 해야 알 수 있는데 수출 신청을 한 업체가 없었다. 2013년 5월 경찰청과 협조해 현황을 파악하게 됐다”며 “우리는 수출허가만을 할 뿐 모든 관리는 경찰청 관할이다”고 말했다.

한국산 최루탄은 해외에서 인권탄압의 상징물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한다. 2012년 바레인에 수출한 최루탄에 바레인시위대 가운데 4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온 데 이어 2013년 터키에서도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산 최루탄에 의해 해외에서 사상자가 무더기로 나오자, 국제 인권단체들의 수출 중단요구가 이어지기도 했다. 2014년 3월 NGO단체 ‘바레인워치’ 공동설립자인 알라 쉬하비와 빌 마크작은 방사청을 방문해 최루탄 수출 중단을 요구했고, 올해 1월에는 국제앰네스티(AI) 터키지부가 “터키 정부가 한국업체로부터 최루탄 190만 개를 수입할 예정”이라며 한국업체에 수출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최루탄은 살상용 무기가 아니다. 사용법에 대해 설명을 해도 그들이 오용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 아니지 않느냐”며 “우리가 수출을 하지 않으면 미국·브라질 등 다른 나라에서 수출하게 된다. 열심히 외화를 벌어오는 효자 품목인 점도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인권탄압의 상징물과 같았던 최루탄이 국내에서 사라진지 15년이 지난 지금,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과 노동탄압정부에서는 한국산 최루탄이 사용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한국산 불법 제조 최루탄이 말이다.

-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

201502호 (201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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