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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종류의 무궁화꽃, 배달계·단심계·아사달계그런데 북한의 국화(國花)는? 원래 진달래였다가 목란(木蘭)으로 바꿨다고 하는데, 목란은 우리나라에서는 함박꽃나무(Magnolia sieboldii)라 부른다. 무궁화나무는 내한성(耐寒性)이 있어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줄기는 2∼4m로 곧추서며, 가지가 많이 퍼지고, 때로는 교목(큰키나무)이 되는 것도 있다. 잎은 늦게 돋고 어긋나며, 마름모꼴로 얕게 세 갈래로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거친 톱니가 있으며, 앞뒷면에는 털이 있다.꽃은 대체로 종(鍾, trumpet-shaped flower) 모양이다. 꽃은 지름 7.5㎝ 안팎이고, 꽃 색도 아주 다종다양(多種多樣)하여 홍자색·흰색·연분홍색·분홍색·다홍색·보라색·자주색 등이다. 수술은 끝이 노란 단체수술로 20∼40개의 수술이 생겨 암술대를 싼다. 암술대는 수술 통 중앙부를 뚫고 나오며, 암술머리는 다섯 갈래로 쪼개진다. 꽃받침조각은 통 모양으로 성모(星毛, 별모양의 털)가 있다.꽃은 홑꽃과 여러 형태의 겹꽃이 있다. 홑꽃의 꽃잎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으로 밑동에서는 서로 붙는다. 겹꽃은 수술과 암술이 꽃잎으로 변한 것으로 변한 정도에 따라 다양하다.그리하여 무궁화 꽃은 크게 세 무리로 나누니, 순백색(純白色)인 배달계와 화심(花心, 꽃의 한가운데)이 붉어 단심(丹心)이라 부르는 단심계, 또 단심이 있으면서 붉은색 띠무늬를 가진 아사달계가 있다. 열매는 길쭉하고 타원형인 것이 무명열매 닮은 삭과(蒴果, 영글면 말라 쪼개지면서 씨를 퍼뜨림)로 10월에 익으며 다섯 개로 갈라지고, 편평하며 털이 있다. ‘작은 씨 하나가 정원을 만든다’고 한다. 가을에 씨앗을 받아서 저장하였다가 이듬해 봄에 뿌려 키운다. 햇빛을 많이 받아야 잘 자라는 양수(陽樹)인 까닭에 양지 바른 곳에서 잘 자란다. 또 다른 꽃나무에 비하여 병이 거의 없는 편이나 뽕나무·벚나무·매실나무·살구나무들에도 많이 끼는 목화진딧물(Aphis gossypii)이 말썽이다. 때문에 심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진딧물까지도 사랑하면 어떨지.무궁화는 여름과 가을에 걸쳐 무려 100여 일간을 무궁무진 화려하게 연달아 오래 피므로 무궁화란 이름을 가지게된 것이라 했다. 아무튼 많으면 헤프게 느껴지고, 오래가면 지루한 것도 당연지사다. 학교·도로변·공원 등의 조경과 분재(盆栽) 및 산울타리(산 나무를 촘촘히 심어 만든 울타리)로 널리 이용되고, 고결함과 빼어난 자태를 뽐내는 꽃나무다. 한국·싱가포르·홍콩·타이완 등은 물론이고 16세기부터 유럽에서도 잔뜩 재배돼왔다. 그렇다. 지금 생각하니 로마 어딘가에서 화단에 활짝 핀 무궁화를 보고 너무 반가워 달려간 적이 있었지! ‘까마귀도 내 땅 까마귀라면 반갑다’고 외국에 나가면 모두 다 애국자가 된다.식용·약용으로 쓰이니 어린잎은 차나 나물로 먹고, 꽃은 차를 만들어 마신다. 잎의 추출물은 샴푸를 만들 때 첨가물로 이용되기도 하고, 잎은 이뇨 작용과 천식 해소에 효과가 있다 한다. 무궁화 꽃의 꽃말은 은근과 끈기, 아름다움과 일편단심이란다.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