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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럴 아츠의 심연을 찾아서] 십대 나이에 미국 떠난 헤밍웨이 

카우보이들을 휘어잡다 

유민호 월간중앙 객원기자, ‘퍼시픽21 디렉터’
20세기 유럽의 전장을 누비고 쿠바의 태양을 누린 자유인에게 미국인들 동질성 느껴… 어둡고 잔인한 세상이 있어 아름답고 절실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역설의 진리’ 체득
웰빙(Well Being)이란 말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언제부턴가 로망이란 말이 유행하는 듯하다. 로망은 프랑스어 ‘Roman’에서 온 말로, 원래는 자유분방한 장편소설을 의미한다. 영어로 로맨스(Romance)로 번역되면서 사랑, 열정이란 의미로 확장된다. 사랑이나 열정이 없는 장편소설은 의미가 없다는 의미에서, ‘로망=상상력·장편소설·사랑·정열’이란 뜻으로 풀이될 수 있을 듯하다. 로망은 원래 19세기 일본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낭만(浪漫)’이란 한자어로 정착돼 한국에 넘어온다. 아시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이다. 낭만주의는 바로 상상력·장편소설·사랑·정열에 기초한 새 시대의 문예사조에 해당된다.

로망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거의 반사적으로 생각나는 말이 하나 있다. ‘남성의 로망’이다. 각자의 세계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성의 로망에 어울리는 최적의 세대는 40~50대 정도가 아닐까? 모든 것이 그러하듯 명암의 공존은 세상만사의 원칙이다. 위기의 중년도 있지만, 반대로 중년 남성의 로망도 존재한다. 성숙한 중년의 남심(男心)을 상징하는 신비한 어감이 남성의 로망이란 말 속에 투영돼 있다. 척박한 삶을 관조하면서, 젊은 날의 갈등과 고통을 떨친 뒤의 여유로 채워진, 기존에 없던 뭔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도전이 남성의 로망이란 말에 맞춰져 있다.

남성의 로망은 한국 드라마의 단골 메뉴인 재벌 2세 러브스토리와 무관하다. 일확천금이나 대박, 신데렐라 탄생기가 아니다. 인간적 성숙을 통해 다른 가치의 세계를 창조하고 발견해낼 수 있다는, 문자 그대로 정신적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세계관이 남성의 로망이란 말로 표현된다. 따라서 세상을 어느 정도 알고 난 뒤에 나타난 시시함을 넘어선 감정이 남성 로망의 배경에 서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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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호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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