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 에세이] 가을 숲은 추억과 사랑의 전령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에 10m 넘는 40년생 자작나무 수십만 그루 … 껍질에 편지 쓰면 사랑 이뤄진다는 소문에 ‘연인들의 숲’으로 각광 

글·사진 주기중 월간중앙 기자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일대에는 유독 자작나무가 많다. 1970년대 초반, 정부에서 산림녹화 사업의 하나로 자작나무 70만 그루를 심었다.
‘속삭이다’는 남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나지막하게 얘기한다는 뜻이다. 이 말에 잘 어울리는 단어가 있다. ‘사랑’이다. 소근소근 얘기를 나누는 연인들의 달콤한 교감과 은밀한 서약….


▎자작나무는 삼각형 모양이다. 노란색 단풍이 든 자작나무가 햇빛에 반짝인다.
사랑을 속삭이기에 좋은 곳이 있다.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에 있는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이다. 가을에 보는 자작나무는 더욱 애틋하다. 하얗고 가늘고 긴 몸매는 여리고, 바람이 불면 떨어질 듯 나풀거리는 잎새는 아련하다. 자작나무 껍질을 얇게 벗겨 편지를 쓰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한다. 그래서 ‘사랑의 나무’로 불린다. 연인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도 그 때문일까.

이곳에는 키가 10m가 넘는 40년생 자작나무 수십만 그루가 빽빽이 우거져 있다. 곧게 뻗어 있는 나무의 모습이 흰색 제복을 차려 입은 군대의 열병식을 보는 듯하다. 빛이 들면 껍질이 희다 못해 은빛 광채가 난다. 북유럽 산림지대의 어느 한 곳을 옮겨 놓은 것 같다.

자작나무는 그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낭만과 동경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한 쓰임새가 많은 나무다. 목질이 가볍고 단단하며 보존성이 좋다. 천마총에서 나온 그림의 목판도, 해인사 팔만대장경도 자작나무로 만들어졌다. 기름기가 많아 화력도 좋다. 불에 탈 때 ‘자작’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자작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시인 백석은 그의 시 ‘백화(白樺)’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넘어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원대리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을 찾은 젊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왼쪽) / 자작나무에는 사람의 형상이 있어 더 신비롭다.



▎자작나무 숲 산책은 도시락을 싸고, 자리를 준비하면 최고의 가을 소풍이 된다.(왼쪽) /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사시사철 아름다워 사진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곳 중의 하나다.
- 글·사진 주기중 월간중앙 기자

201511호 (201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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