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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렌드] <응답하라 1988> 광풍과 함께 ‘돌아온’ 8090 가수들 

지금 그 노래 제목은 잊었지만…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조용필·이문세·이선희·변진섭·소방차·동물원·유재하·임병수 등 80년대 가수들의 아련한 추억…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 차지하며 인기 몰이, 그 시절 경험하지 못했던 2030들도 공감대 형성

▎tvN <응답하라 1988>은 ‘1997’, ‘1994’에 이어 ‘응답하라’의 세 번째 시리즈다.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 스토리와 함께 아련한 추억이 담긴 노래들이 이 드라마의 인기몰이 비결이다. / 사진·중앙포토
옛 것이 좋다(Oldies but goodies). 그 속에 뭔가 아련함이 담겨 있다. 삶이 팍팍할수록 과거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은 더 커진다. 옛 노래를 들으며 열광하는 것은 현실의 공허함을 달래기 위함이다. tvN의 <응답하라 1998>의 광풍이 뜨겁다. 드라마 못지않게 그 안에 녹아 있는 노래도 큰 인기를 누린다. 이에 힘입은 8090 가수들도 인기의 기지개를 켠다.

쌍문여고 2학년 성덕선(혜리 분)은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춤을 몇 달 동안 갈고 닦는다. 경주 수학여행 장기자랑에서 1등 상품 ‘삼성 마이마이’ 카세트를 받는 게 목표였다.


▎84년 제5회 MBC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선희(왼쪽). 당시 그는 ‘4막 5장’이라는 듀엣으로 출전했다. / 사진·중앙포토
그러나 덕선은 수학여행에서 친구들의 다리 부상으로 장기자랑에 나갈 수 없게 된다. 덕선은 선우(고경표)·정환(류준열)·동룡(이동휘) 등 쌍문고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들에게 대리 출전을 부탁한다. 이들은 텀블링까지 완벽한 호흡으로 소화한 덕분에 1등을 차지한다. 그리고 마이마이 카세트를 덕선에게 안겨준다.

‘어젯밤 이야기’는 남성 3인조 소방차가 1987년 발표한 1집의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다. 소방차 데뷔 후 남자 중·고생들 사이에서는 삼총사가 유행했다. 삼총사 중 한 명은 체격이 좀 넉넉했다. ‘동네 정원관’인 셈이었다.

추억의 8090 가요가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당시 최고 영향력을 자랑했던 가요 프로그램은 KBS ‘가요 톱10’ (1981~1998)으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가수에겐 ‘골든 컵’을 수여했다. 응팔에 나오는 노래는 대부분 ‘가요 톱10’에서 1위에 올랐던 곡들이다.

1988년 1월 첫째 주 1위 주인공은 ‘사랑하기에’를 부른 이정석이었다. 87년 12월부터 1위를 차지한 이정석은 1월 둘째 주까지 5주 연속 1위를 지키며 골든컵에 입을 맞췄다.

2~3월에는 최성수의 ‘동행’이 가요계를 움켜쥐었다. 이 곡은 2월 한 주 민해경의 ‘그대는 인형처럼 웃고 있지만’에 잠시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5주 연속, 통산 6주 정상에 올랐다.

‘사랑하기에’ 막 올리고 ‘집시여인’이 막 내린 88년


▎소방차는 80년대 후반 혜성처럼 등장한 남성 3인조였다. 위에서부터 이상원·정원관·김태형. / 사진·중앙포토
다음 바통은 3월 2주간 1위를 한 유열의 ‘이별이래’, 4월 한 주 1위를 한 조하문의 ‘이 밤을 다시 한번’으로 이어졌다. 조하문은 1주일 만에 여운의 ‘홀로된 사랑’에 밀려났다. ‘홀로된 사랑’은 4월부터 5월 첫째 주까지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지만 다시 이선희에게 밀리는 바람에 골든컵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은 5월 둘째 주부터 6월 둘째 주까지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선희가 물러나자 전영록의 ‘저녁놀’이 6~8월에 걸쳐 통산 6주 정상을 휩쓸었다.

8월 둘째 주부터는 서울올림픽 열풍과 함께 정수라의 ‘환희’가 우뚝 솟았다. 이 곡은 8월 한 주 주현미의 ‘신사동 그 사람’, 10월 한 주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에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서울올림픽(9월 17일~10월 2일) 이후인 10월 셋째 주까지 통산 8주나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정수라의 기세를 꺾은 것은 그해 ‘강변가요제’ 대상곡인 이상은의 ‘담다디’였다. 키다리 여가수 이상은이 부른 ‘담다디’는 10월 넷째 주부터 11월 넷째 주까지, 김종찬의 ‘토요일은 밤이 좋아’에 한 주간 정상을 내줬을 뿐 통산 4주 1위를 했다.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탕뿐”


▎1. 음료 광고모델로 나선 가왕(歌王) 조용필의 30대 후반 모습. 요즘 말로 꽃미남이던 시절이었다. 2. 천재 싱어송라이터 유재하. 그는 1987년 11월 1일 교통사고로 만 25세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3. 88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상은. 그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88학번으로 응팔세대다. 4. 80년대의 대표가수 중 한 명인 이문세. 이수만·유열과 함께 얼굴이 길다고 해서 ‘마삼트리오’로 불렸다. 5. 원조 ‘섹시 퀸’ 김완선.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비디오형 가수였다.
이치현과 벗님들의 ‘집시여인’이 12월 한 달 1위에 오르며 88년을 마무리했다. 이 곡은 1989년 1월 둘째 주까지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골든컵의 영예를 안았다.

88년 연말 가요 시상식의 주인공은 주현미였다. 주현미는 ‘신사동 그 사람’으로 ‘KBS 가요대상 대상’, ‘골든디스크’ 대상을 비롯해 ‘MBC 10대 가수상’까지 휩쓸었다.

‘응팔’에는 조용필·이문세·이선희·변진섭·소방차·동물원·유재하·임병수 등 80년대를 주름잡은 가수들의 노래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응팔’ 4화에서는 덕선이 선우에게 몰래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변진섭 1집 카세트테이프에 사탕을 붙여 독서실 책상에 놓아둔다. 88년 발표된 1집 수록곡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을 개사한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탕뿐’이란 메모도 함께 전한다.

스페인어 가사로 화제를 모았던 볼리비아 교포 임병수의 1985년 2집 곡 ‘아이스크림 사랑’도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드라마에서 덕선은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며 이 노래를 부른다.

경주로 수학여행 가는 쌍문여고 학생들이 조지 벤슨의 ‘낫싱스 고너 체인지 마이 러브 포 유(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를 ‘콩글리시’로 합창하는 모습도 그 시절 중·고생이었던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 드라마의 테마곡인 이문세의 ‘소녀’(1985)를 비롯해 유재하의 ‘우리들의 사랑’(1987),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1982), 박남정의 ‘사랑의 불시착’(1988), 김완선의 ‘리듬 속의 그 춤을’(1987) 등도 4050세대에 아련한 추억을 선사했다.

13년 만에 컴백하는 송시현, 밥차 보낸 이승환


▎사진·중앙포토볼리비아 교포로 바이브레이션이 독특했던 임병수. / 사진·중앙포토
응답하라 시리즈의 열렬한 팬인 주부 홍지형(44) 씨는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그 시절로 돌아간다. 생각해보면 참 아름다운 시절이었던 것 같다. 가진 것은 많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때가 더 행복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90년대 대표가수인 이승환은 1월 14일 응팔의 마지막 촬영 현장에 ‘밥차’를 보내 감사를 표했다. 그는 “제 뜨거운 고마움을 실은 보은의 밥차가 달려갔다. 부디 폭풍 흡입하시고 마지막 촬영 잘 마치시길 빈다”면서 “다시 한번 제작진께 저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응팔 18회에서는 최택(박보검)의 방에 모인 쌍문동 5인방이 맥주를 마실 때 이승환이 89년에 발표한 ‘텅 빈 마음’이 흘러나왔다. 이때 이승환은 페이스북에 “‘응칠’, ‘응사에 이어 ‘응팔’ 제작진께 무한감사를 드린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응칠’에서는 ‘화려하지 않은 고백(1993)’, ‘응사’에서는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1991)’, ‘천일동안(1995)’ 등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는 총 10곡가량의 이승환 노래가 나왔다.

‘꿈결 같은 세상’을 불러 80년대 후반 사랑을 받았던 송시현은 응팔의 기운을 받아 13년 만에 컴백한다. 송시현은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통일 염원을 담은 앨범인 <월간, 꿈결 같은 세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2003년 발표한 5집 이후 13년 만의 가수 활동 재개다.

86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미워할 수 없는 그대’로 데뷔한 송시현은 이선희의 히트곡 ‘나 항상 그대를’과 ‘한바탕 웃음으로’의 작사·작곡자로도 유명했다. 그는 5집 이후로는 뮤지컬 연출자로 활동했다. 송시현은 “데뷔 30주년을 맞아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노래를 부르고 싶어 대중음악 전면에 나선다”고 밝혔다.

-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602호 (201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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