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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그림을 읽다’] 괴물과 싸우며 성장하는 존재들 

최고의 용기는 내 안의 괴물과 마주하는 것! 

정여울 작가, 문학평론가
공포의 본질은 대상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불확실성… 내면의 자아를 향해 당당해졌을 때 공포를 물리칠 수 있어
#1. 몬스터, 점점 다가오는 공포와 마주한다는 것

스릴과 서스펜스를 간직한 모든 이야기 속에는 변형된 형태의 괴물이 등장한다. 재난과 싸우는 인간을 그린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커다란 화재나 거대한 해일, 무서운 허리케인이 괴물로 등장하고, SF영화에서는 정체불명의 외계인들이 상상의 괴물로 등장한다. 거대한 용이나 뱀파이어, SF영화의 외계인은 사실 모두 상상의 괴물들이다. 인간은 왜 이렇게 괴물이라는 타자를 상상하고, 끝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하여 묘사하고, 그것과 싸우는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것일까? 어쩌면 인간은 온갖 기상천외한 괴물과 필사적으로 싸우면서 자기 안의 가장 빛나는 부분, 자기 안의 최고의 것을 발견해내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내부의 잠재된 가능성의 빛은 아무 때나 발현되지 않는다. 커다란 장애물과 싸울 때, 더 이상 그 공포를 견딜 수가 없을 때, 물러서거나 기다릴 것만이 아니라 이제는 반드시 싸워야 한다고 느낄 때 우리 자신도 몰랐던 놀라운 힘이 폭발한다. 우리는 수많은 신화나 소설,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다채로운 괴물과 싸우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인간이 가진 최고의 힘, 가장 아름다운 빛, 최선의 용기를 만난다.

괴물(monster)의 라틴어 어원은 monstro, monstrum, monere 등이 있는데, 그 뜻은 ‘다가오다’, ‘경고하다’이다. 괴물의 어원이 무언가 ‘끔찍한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다가오고 있다’는 것,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하여 ‘경고한다’는 뜻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괴물의 공포는 그 생김새나 행동 때문이 아니라 ‘아직 모르는 존재의 다가옴’ 때문이 아닐까. 무엇인지 규정할 수 없는 존재가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다는 것, 예측 불가능한 것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끔찍한 외모나 무서운 행동보다도 진정으로 ‘공포스러운 것’의 본질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잘 알고 있다면, 대상이 어떤 것이든 그렇게 두렵지는 않다. 대상에 대한 무지(無知)야 말로 막연한 공포를 자아내며 그 ‘막연함’이야말로 공포의 맨 얼굴일 것이다. 그리하여 공포와 싸우는 최초의 무기는 지성이다. 적의 존재를 안다는 것, 적의 특징과 적의 단점을 알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괴물과 싸움을 앞둔 전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실질적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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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호 (201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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