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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복거일 소설 ‘이승만’ | 물로 씌여진 이름(제1부 광복) 

제3장 - [6] 선전포고 

복거일(卜鉅一) / 조이스 진
일본경찰은 만주의 조선인 농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중국 농민에게 발포해 수많은 사상자들 낸다. 이른바 만보산 사건이다. 만주 침략의 기회를 엿보던 일본군도 이를 중국 침략의 명분으로 삼았다. 1932년 일본 관동군은 중국 동북군 공격을 시작으로 만주를 점령했다. 만주사변은 국제사회와 조선 사회에도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패퇴하는 동북군과 성난 중국인들의 조선인에 대한 보복이 잇따랐다. 김구가 이끄는 상하이 임시정부는 국면 전환을 위해 비밀리에 ‘거사’를 추진하게 된다.
1931년 1월 초순 프랑스 조계 마랑로(馬浪路) 보경리(普慶里)의 으슥한 골목에 자리 잡은 임시정부 청사 2층에서 김구는 수심 어린 눈길로 어둑한 바깥을 내다보면서 상념에 잠겨 있었다. 아내는 이국에서 병사하고 자식들은 모친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간 터였다. 고단한 홀아비인지라, 그는 따로 집을 얻지 않고 이곳 임시정부 청사에서 기거했다. 청사라 하기엔 너무 초라했지만, 재무장으로 임시정부를 혼자 꾸려나가는 김구에겐 달마다 세를 내는 일도 벅찼다.

‘또 하루가 가는구나.’ 그는 속으로 탄식했다. 요즈음은 하루하루 넘기는 것도 벅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은 늙어가고. 속절없이 늙어가고….” 그는 나직이 탄식했다. 나이는 빠르게 늘어가고 희망은 더 빠르게 줄어들었다. 이제 그도 쉰다섯이었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삶을 마무리하기 시작할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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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호 (201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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