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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11)] 현생 인류 안의 네안데르탈인 

무엇이 호모 사피엔스를 생존하게 만들었을까 

배철현 서울대 인문대학 종교학과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
이종교배에도 호모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공존… 두 개 종을 하나로 만들지 못한 이유는 DNA가 전혀 다르기 때문
최근까지만 해도 네안데르탈인 하면 야만인의 상징이었다. 고고학자자나 인류학자도 이들을 다른 육식 동물들이 먹다 남은 사체를 처리하는 거의 하이에나와 같은 존재로 생각했다. 이들은 기껏해야 토끼나 쥐 같은 설치류만 사냥하거나 움직임이 거의 없는 커다란 초식동물의 사체를 찾아다니는 보잘것없는 사냥꾼이다. 전문적인 사냥은 1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이주하면서 가능했다. 네안데르탈인은 기회주의자로 사나운 육식동물이 남긴 사체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먹이사슬의 끝에서 연명하는 존재였다.

‘신고고학’ 혹은 ‘과정주의 고고학’의 창시자인 미국의 고인류학자 루이스 빈포드(1931∼2011)는 과거를 해석하는 데 개별 사건에 집중하기보다는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이나 유물에 집중했다. 빈포드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은 다른 동물처럼 자신의 행동을 미리 계획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이들이 만드는 도구나 무기는 미래에 다시 사용하기 위해 수리하거나 유지되지 않고 한번 사용 후 바로 폐기했다. 그들이 만든 무기는 생산과 재생산 효율이 제로였다. 그는 네안데르탈인을 에스키모인과 비교하여 설명했다. 에스키모인은 자신이 사용한 무기나 가죽옷을 사냥을 한 야생이 아니라 자신이 거주하는 캠프로 다시 가지고 온다. 그리고 다음 사용을 위해 다시 수리한다. 이것이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이다.

빈포드의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와의 현격한 구분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네안데르탈인은 적어도 20만 년 동안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생존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들은 좀처럼 자신이 거주하는 장소를 떠나지 않았다. 후에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에게 밀려 스페인이나 러시아로 이주했다. 이들은 쉐닝겐 나무창에 날카로운 돌을 끼운 가공할 무기를 만들었지만, 두 손이 빙하시대 동물을 찌르는 무기였다. 이들은 호모 사피엔스처럼 먼 거리를 던지거나 화살과 같은 무기를 만들 수 없었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의 비교를 통해 유사점과 상이점을 부각시키면서 그 정체성을 찾아갔다. 네안데르탈인은 맨 처음 발굴 당시부터, 인간과는 다른 야만적 유인원으로 그 정체성이 확립되었다. 네안데르탈인은 정말 야만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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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호 (201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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