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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누워서 그림먹기!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그림의 맛|최지영 지음|홍시|1만5000원
난해한 현대미술은 셰프의 눈으로 어떻게 해석될까? 음식과 미술은 다양한 작가의 해석으로 재창조되곤 했다.

다니엘 스포에리는 식탁을 캔버스 위로 옮긴 아티스트다. 먹고 배설하는 과정을 영상물로 제작하거나 음식물 쓰레기통을 거꾸로 뒤집어 엎어 놓는 등 ‘잇아트’를 선보였다. 한 끼 식사를 하기 위해 수반되는 모든 행동을 예술로 만든 것. 설치미술가인 수보드 굽타는 관람객에게 인도 가정식을 손수 만드는 라이브 퍼포밍을 선보였다. 식문화의 일상과 진실을 예술로 보여주고 있다.

거꾸로 식문화가 미술을 가져오기도 한다. 괄티에로 마르케시 셰프가 잭슨 폴록의 회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드리핑 디 뻬쉐>를 보면 음식이라 할지, 미술작품이라 불러야 할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요리전문학교에서 수학한 셰프인 저자는 미술에 빠져서 독학했다고 한다. 저자는 음식과 미술을 문화라는 같은 뿌리로 바라본다. 그래서인지이 책에서 요리와 그림은 자연스러운 연상에 가깝다. 메뉴판에서 음식을 골라먹듯 현대미술의 ‘별미’를 찾아보는 기분이다.

분자요리와 아방가르드 미술, 길거리 음식과 길거리 낙서, 식재료의 생명윤리와 동물 오브제의 생명윤리, 날것의 음식 ‘로푸드’와 아카데미 미술의 관습에서 벗어난 날것의 예술 ‘아르 브뤼’가 각각의 방식으로 연결된다. 느슨하지도 팽팽하지도 않게 독자를 이끄는 과정은 따분할 틈이 없다. 투명한 콘소메를 만드는 방법이나 파인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구성하는 방식처럼 고어메이에 관한 팁도 눈에 띈다. 프랑스 와인의 5대 샤토 중 ‘샤토 무통 로칠드’ 이야기도 흥미롭다.

대다수의 사람은 먹을 줄 안다. 입에 맞는 것을 먹으면 즐겁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갤러리와 주방이 이토록 가깝다는 사실을 몰랐던 게 놀라울 정도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702호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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