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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슈] ‘민주당發’ 정계개편 카운트다운 들어갔나 

“국정동력 여의치 않으면 新 3당합당 추진할 수도”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내년 6월 개헌 국민투표 앞두고 합종연횡 가능성…국민의당·바른정당은 구심력 차단 위해 연대 모색

1년 뒤인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있다.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찬반 국민투표도 실시된다. 국민투표 회부(回附)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개헌 전 선거법 등 관련법 개정은 필수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중·대선거구제로 바뀐다면 각 당의 이해득실도 달라진다. 개헌, 선거법 개정, 지방선거 등 일련의 정치일정이 맞물려 돌아가는 과정을 잘 살펴보면 정계개편의 밑그림이 보인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3월 1일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경남중 동문이고, 김 의원이 1년 선배다. / 사진제공·공동취재단
대선 3일 뒤인 5월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이 술렁거렸다. 주승용 국민의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공개로 회동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두 당의 연대 방안과 관련해 양당 대표권한대행이 의견을 교환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양당 대표권한대행의 전격 회동은 주승용 대행의 ‘간접제안’을 통해 이뤄졌다. 주 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원내부대표단 및 주요 당직자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 당이 (국회의원) 40명을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외연(外延)을 확대했으면 한다”며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유지하는 게 불투명한 상황에서 (통합을 통해) 60석이 되면 국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대행은 ‘개인적’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여운(餘韻)은 작지 않았다.

주호영 대행은 주승용 대행과의 회동 직후 기자들을 따로 만났다. 주호영 대행은 이 자리에서 “그 제안이 어떤 뜻인지 궁금했고, (주승용 대행에게) 확인해본 결과 개인적 의견이라고 했으나 완전한 사견만은 아닌 듯하다”며 “(국민의당) 구성원들의 뜻을 상당히 짐작하고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 대행은 이어 “40석과 20석이니 서로 통합이나 연대할 필요는 있을 수 있고, 구성원 중에서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다만 둘(양당) 다 지도부가 교체되는 기간이라 (새) 지도부가 들어서고 나서 그런 논의를 활발히 해야 할 것 같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송영길 “안철수 떠나면 국민의당과 연정”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신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정계개편 가능성을 시사하는 장면을 당시 공동여당이었던 자유민주연합 관계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주승용 대행이 공식회의에 이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바른정당과 통합 필요성을 역설하기 전, 적잖이 시끄러운 일이 있었다. 문재인 대선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국민의당을 ‘도발(挑發)’한 것이다. 송 의원은 대선 다음날인 5월 10일 공개된 오마이 TV 개표방송에서 “안철수 후보는 사실상 정계은퇴를 해야 하지 않겠나. 의원직도 사표를 내고 3등으로 졌는데 더 이상 정치할 명분도 근거도 없다고 본다”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는 이어 지난 총선에서 안 전 후보가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던 것을 두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부산 영도에서 싸웠다면 지도자로 성장했을 텐데 비겁하게 민주당 강세 지역구에 왔다”며 “이것은 야권을 분열시키는 것이지 확장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본다. 안철수 없는 국민의당과는 연정(聯政)할 수 있다”고 구체적 조건까지 제시했다.

송 의원의 ‘안철수 정계은퇴’ 주장 후 국민의당은 부글부글 끓었다. 개표도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상대 당 후보의 은퇴를 운운한 것은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도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송 의원이 방송에 출연한 시점은 대선 당일 밤이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정작 문재인 대통령은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 모두 동반자’라고 외치는데, 총괄본부장이라는 사람이 상대 당 후보의 정계은퇴를 촉구하는 것이 도대체 어느 나라 정치냐”며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꼴찌로 탈락했을 때 송 의원은 왜 정계은퇴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송 의원은 말을 거둬들였다. 그는 5월 11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선거 전에 (민주당과 국민의당 싸움의) 여진(餘震)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인터뷰가 있었다. ‘나라면 그렇게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며 “안 후보에게 전화했는데 연결이 안 돼서 그 측근에게 저의 (사과의) 뜻을 전했다”며 자세를 낮췄다.

그럼에도 국민의당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발(發) 국민의당 흔들기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철수만 없으면 국민의당과 통합하겠다는 것 아니냐. 송 의원은 갑질하는 졸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원심력을 차단해야 한다는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다. 양당의 대표권한 대행이 전격 회동해 합당을 논의한 것은 당의 구심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합당 논의가 의원들의 이탈을 막는 유효한 수단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봤을 때 지속성 여부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입각설에, 괴문서에… 어수선한 야권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식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함께 입장하고 있다. / 사진제공·공동취재단
이낙연 전남지사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낙점된 5월 10일 오후, 일부 언론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정의당 심상정 노동부 장관, 바른정당 유승민 경제부총리”라는 말이 돌았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눈은 삽시간에 눈덩이가 됐다.

소문이 확산되자 유승민·심상정 의원 측은 반박논평을 냈다. 유승민 전 후보의 대변인을 맡았던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5월 11일 “경제부총리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 함께 경쟁한 대선후보에게 이런 식의 언론 플레이는 예의가 없는 행태”라며 “제의가 오더라도 받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잘라 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 역시 같은 날 논평을 통해 “갑자기 SNS상에 급속하게 우리 당 심상정 대표의 노동부 장관 입각설이 떠돌았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야당이자 공당(公黨)의 대표가 합리적 과정 없이 입각 명단에 오르내리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은 일이다.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복당파 13명이 떠난 뒤 간신히 원내교섭단체(20석)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바른정당은 대선에서 선전했다. 유 후보가 6.8%를 얻어 체면치레는 했다. 그럼에도 앞날은 불투명하다. 여전히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김무성계의 추가 탈당 가능성도 엿보인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유승민 입각설은 협치가 아닌 분열책”이라며 발끈했다.

정의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심상정 전 후보가 역대 진보정당 사상 최고 득표율(6.2%)을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유승민 후보에게도 뒤진 꼴찌다. 대선 후 정국의 중심추가 민주당 쪽으로 기울면서 포지셔닝(위치 잡기)이 쉽지 않아졌다.

유승민·심상정 전 후보의 입각설이 나돌던 날 ‘국민의당 붕괴 시 민주당으로 복당 가능/불가 인원’이라는 괴문서가 SNS를 통해 나돌았다. 이 문서에는 국민의당 소속 37명 전·현직 의원의 실명이 담겨 있다.

민주당 복당 ‘유력’으로 분류된 인사로 김경진·김관영 의원과 부좌현·정호준 전 의원이 지목됐다. 윤영일·이찬열·장병완·정인화 의원은 복당이 가능한 ‘2순위’로 분류됐다. ‘보류’는 총 9명으로, 이 가운데 현역의원은 김성식·손금주·이용주·정동영·천정배, 전직 의원은 권노갑·김옥두·정대철 전 의원 등이었다.

반면 민주당 복당 ‘절대불가’ 인사는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현역의원으로는 권은희·김동철·박주선·박준영·박지원·유성엽·이언주·조배숙·주승용·최명길·황주홍 등이 포함됐다. ‘절대불가’로 분류된 인사는 하나같이 반문(반문재인) 성향이 짙은 이들이다. 비례대표 13명은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명단에 없었다.

실체도 없는 괴문서가 여의도를 강타하자 국민의당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누가 봐도 국민의당을 흔들기 위해 민주당 측에서 작업한 흔적이 보인다”며 “겉으로는 통합·연대 파트너라고 말하면서 뒤에서는 의원을 빼가려는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야당 의원 몇 사람을 입각 시키는 것은 어떻게 포장해도 결국 사람 빼가기에 불과하다. 여당은 야당에 협치의 목표와 범위를 분명히 밝히고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당 호남 출신 의원들 중 일부는 민주당으로 되돌아가고 싶겠지만, 간다고 한들 그들에게 정치적 미래는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당에 남아 다당제 유지의 근간이 되는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에 힘쓰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전 이합집산 이뤄질까?


▎문재인 더불어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015년 12월 30일 서울 창동성당에서 열린 고(故) 김근태 의원 4주기 추모행사에서 인사를 나눈 뒤 돌아서고 있다.
야당 중진의 내각 차출설, 국민의당 관련 괴문서 등에도 불구하고 여권발 정계개편이 당장 가시화되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다고 정계개편 가능성 자체가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개헌 찬반 국민투표, 그리고 그에 앞선 선거법 개정 등 ‘정치 캘린더’를 고려하면 정계개편은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반 유권자들도 향후 정계개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월간중앙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타임리서치에 의뢰해 5월 11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통합’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31.1%로 가장 많았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17.0%,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15.4%였다. 16.1%는 의견을 유보했고, 20.4%는 ‘정계개편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정계개편은 한 마디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것”이라며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앞서 기초단체장 정당 공천 문제 등과 관련해 여야의 합의가 이뤄지고 나면 국가 운영 전반에 걸친 개조작업의 하나로 개헌이 추진될 것이다. 개헌 논의 과정에서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자연스럽게 이합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재원 교수는 “정계개편의 가장 큰 관건은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 논의다.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으로서는 합당 논의 이전에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3월 2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주호영(왼쪽)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사진제공·공동취재단
반면 내년 지방선거 역시 이번 대선과 마찬가지로 다자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요 선거 때마다 이뤄졌던 야권 단일화론(論)이 나오긴 하겠지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야권 단일화라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중심의 보수 단일화인데, 되레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박해성 타임리서치 대표는 “대선 후 각 정당이 새로운 지도체제를 꾸리고 있다. 새로 선출된 지도부는 연대론보다 자강론(自强論)을 외치며 집권여당과 각을 세우려 할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까지 1년밖에 남지 않은 만큼 대선과 비슷하게 다자구도가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레임 측면에서 봤을 때 내년 지방선거는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새 정부 2년차인 만큼 심판론보다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으리라는 말이다. 야 4당으로서는 현실적으로 각자도생(各自圖生), 즉 자신들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곳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도 곁들여진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인위적 정계개편은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집권여당으로서는 대통합정부 내지 연정 수준에서 야당들과 협력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1990년 1월 민정·민주·공화 3당 합당에 준하는 신(新) 3당합당이 추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혁(保革) 회귀?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


▎90년 1월 22일 3당 통합을 선언하는 노태우(가운데) 대통령과 김영삼(왼쪽) 통일민주당 총재,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
향후 정치일정과 상황 등을 종합해보면 정계개편의 열쇠는 개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헌의 핵심은 권력 구조 개편이고, 논의 과정에서 여야 5당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대선후보 시절 공약을 보면 문재인·홍준표·유승민 전 후보는 4년 중임제를, 안철수 전 후보는 권한축소형 대통령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심상정 전 후보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했다. 거대 양당을 대표하는 문재인·홍준표 전 후보가 4년 중임제를 공약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4년 중임제라면 대통령의 권한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강화되는 권력구조다. 뿐만 아니라 4년 중임제는 미국처럼 양당제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소수당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안 전 후보가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일 권한축소형 대통령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공약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 대통령의 희망대로 4년 중임제 개헌이 이뤄진다면 현재 5당 구조가 다시 보혁(保革) 양당체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진다.

양당 대표대행이 만나 합당 가능성을 타진했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합당을 포함한 ‘전략적 제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바른정당은 대구·경북 등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시너지효과를 낼 수도 있다.

물론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대선에서 그랬듯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민주당에, 바른정당은 영남에서 자유한국당에 밀릴 수 있다. 만일 그런 상황을 맞는다면 지방선거 후 두 당은 각각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 중심의 진보진영과 자유한국당 중심의 보수진영으로 양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채진원 교수는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통합 또는 연대를 추진한다면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과 손잡게 돼 결국 보혁 구도가 재현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 등 연대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 때는 호남에서 문재인 전 후보에게 밀렸지만, 지방선거 때는 다를 것이란 예상도 있다. 대선 패배에 따른 ‘안철수 동정론’, 그리고 차기 유력주자 힘 실어주기 차원에서 안 전 후보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총선 때 호남 지역구 28석 가운데 23석을 석권했다. 안 전 후보는 월간중앙 4월호 인터뷰에서 “호남은 어려울 때 나를 일으켜 세워준 곳”이라고 했다.

익명을 원한 한 전직의원은 “문재인과 안철수 사이에서 고민하던 호남이 대선에서는 ‘큰집 장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다를 것”이라며 “지방선거에서 안 전 후보가 호남 승리를 발판삼아 재기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회권력은 여소야대 구조다. 5월 17일 현재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 120석, 자유한국당 106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이 20석을 차지하고 있다. 정의당은 6석, 새누리당은 1석(조원진 의원)이다.

180석 ‘민주당의 꿈’은 실현될까?


▎분당(分黨)의 격랑에 휩싸인 열린우리당이 2006년 12월 27일 당의 진로와 관련해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워크숍을 열고 있다. 2003년 11월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100년 정당을 외쳤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에 지지율 급락과 함께 당이 쪼개지는 비운을 피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협치를 강조하지만, 야권의 협조 없이는 인사청문회뿐 아니라 개혁과제 추진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야4당 대표를 만나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5당 원내대표를 방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주당이 그리는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한국당을 제외한 국민의당·바른정당과 연정을 통해 공동정권을 만드는 것이다. 세 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공교롭게도 180석이다. 여기에 정의당 6석까지 더할 경우 범여권이 의회권력을 장악하게 된다. 신속 법안처리 안건을 위한 기준인 180석을 훌쩍 넘어선다는 점에서 국회선진화법도 장애가 될 수 없다.

돌아보면 1987년 13대 대선에서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비슷한 입장이었던 적이 있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해에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여당의 패배로 노태우 정부는 국정동력이 약화됐다. 여당이었던 민정당은 전체 299석 중 125석에 그쳤다. 반면 야3당인 평화민주당(DJ)·통일민주당(YS)·신민주공화당(JP)은 각각 70석, 59석, 35석을 얻었다.

그러자 민정당은 노태우 대통령 집권 3년차이던 1990년, DJ의 평민당을 배제하고 민주당·공화당과 합당해 민자당을 탄생시켰다. 여소야대 정국이 한순간 여대야소로 바뀌었다.

송 의원의 ‘안철수 정계은퇴’ 주장, SNS 등을 통해 확산된 유승민·심상정 입각설 등도 신 3당체제 구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대편에 있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정당과 손잡는다면 ‘장기집권’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운동 기간 이해찬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극우 보수세력을 궤멸하고 장기집권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채진원 교수는 “집권여당이 당장 인위적 정계개편을 추진하지는 않으리라는 데 이견은 별로 없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 이후 국정동력이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과거 3당 합당에 준하는 신 3당합당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706호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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