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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바닥을 들키는 순간이다
슬픔이 일사불란하다
뒷모습은 침수된 방의 피아노 다리처럼 표정이 없어
노을과 함께 걸었다
난감한 손가락만 잔뜩 달고
두서없는 뒷모습과 복잡한 뒷모습만을 보이는
휘저은 흰죽의 자국으로
누군가의 뒷모습이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고
그런 날에는
옆에 있지도 않은 사람이 깰까 웅크려 잤고
폭발음 없이도 귀가 잘 먹었다
※ 문보영 - 1992년 제주 출생. 201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2017년 낸 시집 <책 기둥>으로 ‘제36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