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Home>월간중앙>사람과 사람

[화제 지자체] 기초단체장 최초 ‘OECD 챔피언’ 이석우 남양주시장 

“2020년, 자족 기능 갖춘 100만 도시로 발돋움한다”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06년 민선 5기 시장 당선 이후 3선 연임, 11년간 시정 이끌어…독자 개발한 복지 서비스 ‘희망케어시스템’으로 국제적 주목받아

▎이석우 시장은 민선 5~7기 남양주시장으로 11년 동안 시정을 이끌고 있다. 기초단체장으로는 국내 최초로 OECD 챔피언 시장에 선정된 이 시장은 “묵묵히 일해준 공무원들과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은 자원봉사자들 덕분”이라며 몸을 낮췄다. / 사진제공·남양주시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자타공인 지방행정 전문가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이지만 일찌감치 공복(公僕)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경기 도내에서만 미금시·시흥시·광명시·평택시·안양시·고양시·수원시 부시장 등을 거쳤고 경기도 행정부지사도 지냈다.

2006년 제5대 민선 남양주시장에 당선된 이 시장은 2014년까지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지방행정에 잔뼈가 굵은 이 시장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챔피언 시장(The Champion Mayors)’ 42명 중 한 명에 선정됐다. 국내 기초자치단체장이 OECD ‘챔피언 시장’에 선정된 것은 이 시장이 처음이라고 한다.

OECD는 불평등에 대처하고 도시 경제 성장을 위해 헌신한 세계 각국의 시장을 ‘챔피언 시장’으로 선정하고 있다. 보건·복지·고용 원스톱 서비스인 ‘희망케어시스템’과 자족도시 만들기인 ‘남양주 비전 플랜 2020’을 인정받아 이 시장은 ‘챔피언 시장’의 영예를 안았다.

OECD는 홈페이지를 통해 “남양주시는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 4월 시민이 시민을 돕는 복지시스템인 희망케어시스템을 도입했다. 시민 20%가 자원봉사자로 등록됐고, 10년간 후원금은 150억원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월간중앙이 이석우 남양주시장으로부터 OECD ‘챔피언 시장’에 선정된 배경과 재임 11년 동안 이룬 성과 등에 대해 들어봤다.

OECD의 챔피언 시장에 선정된 배경과 의미는?

“OECD는 도시 불평등 완화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시장을 ‘챔피언 시장’으로 선정하고 있다. 뉴욕·파리·아테네·도쿄·서울 등 주로 글로벌 도시 시장들이 챔피언 시장으로 선정돼왔다. 국내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이라는 점에 의미를 둔다.”

지역 간 불균형 해소에 전력투구


▎희망하우스 봉사단, 복지넷, 희망케어센터 직원들과 함께 연탄을 나르고 있는 이석우 시장. / 사진제공·남양주시
어떤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생각하나?

“마르코 다길리오 OECD 공공혁신 프로젝트팀장이 ‘희망케어센터’를 확인하기 위해 8월 31일 남양주시를 방문했다. 마르코 팀장은 ‘세계적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제도가 필요한 상황인데 희망케어센터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유일한 시스템이다. 여러 국가에 권장할 만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남양주시는 자체 개발한 희망케어 복지 시스템의 자료와 축적된 노하우를 OECD와 공유하고 확산·보급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희망케어시스템은 남양주시가 국내 최초로 개발·시행한 보건·복지·고용 원스톱 서비스다. 정부 주도의 복지제도가 아닌 시민이 시민을 돕는 방식이다. 현재 남양주시에는 민간복지사 48명이 365일 복지 사각지대를 지키고 있으며, 자원봉사자 12만4000명(연간)이 이를 돕고 있다. 이 같은 남양주시의 복지시스템은 10년간 국내외 190개 기관, 1742명이 벤치마킹했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의 희망복지지원단, 경기도의 무한돌봄센터 등 전국적으로 유사한 복지시스템이 많이 만들어졌다.

지난 10월 서울에서 제4차 OECD 세계챔피언 시장회의가 열렸다. 세계 39개국의 챔피언 시장단과 비즈니스·국제기구 관계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이석우 시장의 주제 발표가 유독 많은 박수를 받았다. 어떤 내용이었는가?

“시민이 시민을 돕는 시민 참여형 복지 전달체계인 ‘희망케어시스템’, 시민의 다양한 의견이 존중돼 정책 결정을 돕는 ‘현답토론회’, 시민과 함께 시 살림을 꾸려가는 ‘주민참여예산제’, 시민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지역사회복지계획’ 수립, 마을 가꾸기 사업, 점프벼룩시장, 학습등대, 남양주 4.0 등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민선 5~7기 11년 동안 남양주시를 이끌며 전국 10위권 대도시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인 성과는 무엇인가?

“남양주시는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자연환경도 우수하다. 반면 서울시 면적의 75%에 달하는 넓은 면적이면서도 그린벨트 등 규제가 지역 개발을 막고 있고, 다핵화 구조로 형성된 도농복합형 도시라 생활권이 여러 개로 분산돼 있다. 취임 초부터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돌아보면 11년 동안 많은 정책을 시행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희망케어센터,’ 시민이면 누구나 문 밖을 나서 10분 안에 체육·문화·학습·행정·복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행복 텐미닛’, 저속(低速)의 생활미학 ‘슬로라이프’, 생활불편민원 일괄처리시스템 ‘8272센터’,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적 흐름을 선도하는 ‘남양주 4.0’이다. 특히 빅데이터를 실제 행정에 도입한 과학행정은 세계에서도 드문 혁신 사례라고 한다.”

‘남양주 4.0’ 비전은 편리하고 안전한 행복 도시


▎남양주시 별내동 별빛도서관을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는 이석우 시장. / 사진제공·남양주시
남양주시가 ‘남양주 비전플랜 2020’으로 자족 기능을 갖춘 인구 100만 도시로 발돋움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지금의 남양주시는 예전의 남양주시가 아니다. 수도권 변두리의 중소도시에서 인구 67만 명의 대도시가 됐다. 지금도 수도권 동부 최고의 입지로 주목받는 다산신도시 등 도시 개발과 함께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민선 6기 후반기를 시작하며 ‘남양주 비전플랜 2020’을 선포하고 미래 도시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비전플랜 2020은 주거·여가·산업·상업 등 ‘자족 기능’을 갖춘 미래 남양주의 도시 모습이 온전히 녹아 든 실천계획이다. 비전플랜에 따라 신성장 산업 기틀 마련, 주거와 일자리, 경제활동이 함께 있는 다산신도시, 양정역세권 복합 단지 개발 등 여의도 면적 3.8배 규모의 5개 복합단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그린 스마트 밸리 등 첨단 산업단지의 조성을 통해 자족형 도시 건설도 추진되고 있다. 전철 진접 4호선, 별내 8호선, 별내~진접선 연결사업,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오남~수동간 국지도 98호선 개설 등 지능형 도로, 교통망 사업도 예정대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능형 도시 전략 ‘남양주 4.0’은 무엇인가?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인 정약용 선생의 고향인 남양주시는 다산의 애민사상과 실사구시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토지 이용을 제약하는 많은 규제로 인해 생활권이 분산된다. 핵도시의 지역특성을 살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남양주 4.0’ 전략을 구상했다. ‘남양주 4.0’은 더 편리하고 안전한 행복 텐미닛 도시의 비전 달성을 위해 시민의 삶을 바꾸고, 똑똑한 도시를 만드는 두 가지 전략으로 설계됐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첫 번째 전략은 다핵도시 지역 특성으로 생활권이 분산되고 심화되는 지역 간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행정복지센터 중심의 행복 텐미닛 도시 인프라를 조성해 시민의 삶을 바꿔나가고 있다. 행복 텐미닛은 권역별로 설치한 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체육·문화·학습·복지·행정서비스 인프라를 내 집 앞 10분 거리 내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남양주만의 차별화된 플랫폼이다. 즉 다핵도시를 행복 텐미닛 도시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 전략은 8개 생활권역으로 조성한 행복 텐미닛 도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교통·안전·환경 등 도시의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똑똑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인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첨단 ICT 기술을 행정 전반에 접목시키고 있으며, 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둔 과학적 행정 추진을 위해 빅데이터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 업무에 활용되고 있다.”

이 사업과 관련한 향후 계획을 듣고 싶다.

“앞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정한 권역별 특성에 맞게 첨단 기업과 의료·문화시설 등을 유치함으로써 질 높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와 소득이 증가하고 지방재정이 확충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도시 공간에 정보통신 융합기술을 활용해서 실시간 교통량을 관리하고,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도시 전반에 신재생 에너지원을 확대·도입할 계획이다. 수자원 관리,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 인프라까지 포함한 미래 지향적 프로젝트를 추가로 실행해 도시문제를 지원하고 해결하는 첨단 지능형 도시가 제가 그리는 남양주시의 도시 비전이다.”

경기도 분도(分道) 방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법률안으로 상정돼 심사되고 있다. 경기북도(北道) 분도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기도의 분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경기도는 행정구역이 과대할 뿐만 아니라 남·북부 생활경제권이 단절돼 규모의 불경제와 비효율성을 지닌 대표적인 지역이다. 경기도의 재정투자가 남부에 집중되다 보니 북부지역의 경제지표와 도로보급율 등 기반시설은 물론, 사회·교육·문화 등 지표가 남부지역의 3분의 1 수준이다. 분도 반대론자들의 논리는 우선 북부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낮아 분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부지역 재정자립도는 36%으로 20%대에 불과한 다른도 단위 광역자치단체보다 높을 정도로 재정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북부지역이 분도되면 남부지역의 세수 지원을 받지 못해 불균형이 심화될 거라고 한다. 그렇지만 경기도 세수의 배분은 인구·산업 등 지표에 의해 책정되기 때문에 남부 세수의 대부분은 남부지역으로 배분되고 있다. 오히려 올해부터 재정이 우수한 남부지역으로 인해 경기도가 지방교부세 불교부단체로 지정됨에 따라 보통교부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분도가 된다면 북부지역은 중앙정부로부터 3000억원 규모의 보통교부세를 지원받을 수 있다.”

경기도는 과대, 남·북도로 분도돼야


▎이석우 시장(왼쪽 셋째)이 OECD 세계 챔피언 시장회의에서 시민 참여를 이끈 주요 시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제공·남양주시
경기도 북부지역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

“북부지역은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된 유휴지가 풍부하고, 우수한 접근성과 수도권이라는 유인효과로 많은 개발 잠재력을 갖춘 지역이다. 분도가 돼서 독립적인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하게 되면 독자적인 행정주체로서 개발과 보존의 조화를 이룰 것이다. 또한 효율적인 공간 이용 계획이 가능해져 지역 발전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분도가 정말 가능할까?

“분도의 당위성은 지방분권 개헌의 선제적 핵심 사안으로 다뤄져야 한다. 지금의 경기도는 행정구역이 너무 과대해서 도지사 책무 이행의 범위를 넘어섰다. 도지사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경기북부는 10개 지자체에 인구가 339만 명으로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다섯째 규모다. 한 개의 독립된 광역자치단체를 구성할 규모를 충분히 갖추고 있고, 다른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보다도 높은 재정능력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 북부청과 북부교육청, 북부경찰청 등 주요 행정 기관이 이미 설치돼 있다. 분도를 통해 과대한 행정구역을 적정 규모로 조정하는 것이 행정의 효율성과 민주성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다. 지방분권 개헌에 앞서 경기북도 분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석우 시장이 생각하는 경기도백(道伯)의 자격은 무엇인가?

“‘차기 경기지사’는 정치만 했던 사람보다 행정을 아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본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경기도지사 자리는 정치인의 대권 도전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돼왔다. 31개 시·군이 있는 경기도는 행정구역이 과대해서 도정에만 전념해도 부족한데 정치판에 정신이 쏠리니 도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도지사에 취임해서 도정을 완전히 파악하려면 3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1년여 남기고서야 비로서 도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정치판에 한눈 팔 그런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아닌 행정 전문가가 경기지사로 적격이다.”

왕성한 시정 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들었다. 특별한 건강관리 비법이 있는가?

“성격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 편이다.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은 없고 짬이 날 때마다 자주 걷는다. 좀 더 시간 여유가 생기면 슬로 리딩(Slow Reading), 천천히 내용을 음미하면서 독서를 즐기고 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712호 (2017.1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