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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 미쉐린 별점, 한식의 앞날 바꾼다 

“한식 알리기 넘어 한국의 신성장 동력 될 것” 

전수진 월간중앙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올해로 두 번째 발행된 미쉐린 가이드 두고 국내 외식업계 ‘갑론을박’…1인당 29만원부터 8000원까지 서울의 새로운 미식 문화에 ‘훈풍’ 역할

빨간 표지의 작은 책 한 권이 한국의 미식(美食) 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이름하여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프랑스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Michelin)에서 발간하는 미식 평가지다. 전 세계에서 미식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성서처럼 떠받드는 책자다. 셰프들은 이 책자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2016년 서울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외식 업계를 흔들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선정 기준이며 효과를 놓고 갑론을박도 뜨겁다. 그래서 묻는다. 미쉐린이 대체 뭐길래?!


▎지난 11월 8일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호텔에서 열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 공개 행사.
서울 신라호텔의 한식당 라연은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1인당 저녁 코스요리가 25만원, 가장 저렴한 점심 코스가 9만8000원에 달하는데도 자리가 없어서 못 간다. 지난 12월 11일 통화한 라연 직원은 “대기 예약을 하셔야 한다”며 “연말이기도 하지만 2년 연속 미쉐린 3스타에 선정된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음식 관련 블로그엔 “대기 예약을 했는데 창가에 두 자리가 겨우 났다고 연락을 받아 다녀왔다”거나 “어렵게 예약을 해서 다녀왔는데 왜 미쉐린, 미쉐린 하는지 알겠다”는 후기가 넘친다.

라연과 나란히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최고점인 별 셋을 받은 한식당 가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처음으로 별 셋을 획득한 직후엔 예약 문의가 폭주해 이후 넉 달간 예약이 바로 완료됐다. 지난 11월 8일 두 번째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이 발표된 후엔 해외에서도 “레스토랑을 통째로 예약하고 싶다”는 문의가 왔다고 한다. 가온의 저녁 코스요리는 1인당 22만~29만원이다.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고 가격이 모두 천정부지인 것은 아니다. 별 하나를 받은 서울 마포구의 중식당 진진에선 대표 인기 메뉴인 멘보샤(새우를 잘게 다져 식빵 사이에 끼운 뒤 튀겨낸 요리)는 1만6500원, 물만두는 7000원이다. 미쉐린 선정 이전에도 문전성시를 이루던 진진이지만 별 획득 후엔 손님이 더 늘었다. 진진 왕육성 사부는 “미쉐린이 국제적으로 공신력이 있는 브랜드라서 그런 것 같다”며 “손님들에게서 ‘미쉐린에 나온 그 집이 맞죠?’라고 묻는 전화도 많이 온다”고 했다.

반면 미쉐린 파워가 한국에선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대중은 미쉐린 가이드와 같은 전문성보다는 ‘먹방’ 등 방송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미식가가 아닌 대중에게까지는 파급력이 세지 않다는 방증이다. 강지영 음식평론가는 “지난 9월 제주에서 열린 한 미식 행사에 푸드트럭이 10대가량 설치됐는데, 그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곳은 미쉐린이 선정한 곳이 아니라 방송을 타 유명한 셰프들이 하는 곳이었다”며 “아직까지 미식 문화가 대중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쉐린 가이드가 가진 파급력이 생각보다 강력하진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미쉐린 가이드가 한식에 대해 서구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데 대한 반감도 존재한다.

그러나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이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데 호재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룬다. 음식평론가 박정배 씨는 이런 일화를 전한다. 외국에서 귀한 손님이 와서 진주식 육회 비빔밥을 권했는데, ‘나더러 날고기를 먹으라는 것이냐’며 기겁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미쉐린 가이드에서 선정된 집이라고 하자 반응이 ‘미쉐린에서 선정한 집이라면 먹어보고 싶다’로 180도 달라졌다는 것. 박씨는 “한식에 대해 외국인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동시에 우리에게도 한식을 국제적으로 어떻게 프레젠테이션할 수 있는지 알려 주는 게 미쉐린”이라며 “미쉐린은 한식 전파에 있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쉐린 별점… 어떻게 & 왜?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 표지. 문고판에 가까운 이 책자의 한 면을 차지하기 위해 셰프들은 노심초사하며 경쟁을 벌인다. / 사진:미쉐린 가이드
미쉐린은 본래 타이어 회사다. 1889년 프랑스 중부 클레르 몽페랑 지역에서 앙드레와 에두아르 미슐랭 형제가 설립했다. 이 회사의 상징인 비벤덤(Bibendum)은 생소해도 한 번 보면 누구나 알 법한, 타이어를 겹겹이 쌓아 사람 형태로 만든 마스코트다. 당시 프랑스에는 자동차가 3000대 정도밖에 없었고 도로 사정도 열악했다. 자동차 여행이라는 것은 위험을 감수한 모험에 가까웠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여행을 권하기 위해 1900년 미슐랭 형제는 식당부터 숙박시설·주유소 등의 정보를 담은 책자를 내기로 했고, 이를 미쉐린 가이드로 이름 지었다. 미슐랭 형제가 타이어 판촉을 위한 아이디어로 고민 끝에 만든 게 미쉐린 가이드인 셈. 이렇게 탄생한 미쉐린 가이드는 유럽·미국을 거쳐 아시아에까지 확산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일부 외신은 미쉐린 가이드의 별을 두고 “노벨상의 권위와 오스카상의 인기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라고도 표현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국가별이 아닌 도시별로 발간하는데, 서울은 27번째다.

미쉐린의 별점 등급을 보면 여행 책자로서의 태생이 엿보인다. 미쉐린 가이드는 최고점인 별 셋을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에 부여한다고 설명한다. 별 둘은 ‘요리가 훌륭하여, 멀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 별 하나는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에 부여된다. 별점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성비가 훌륭한 식당은 ‘빕 구르망(Bib Gourmand)’으로 선정한다. 책자엔 미쉐린 타이어의 상징인 비벤덤이 입맛을 다시는 픽토그램으로 표시돼 있는데, 비교적 소박하지만 훌륭한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다. 서울에선 3만5000원 이하 가격대로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대상으로 한다. 유럽 지역에선 35유로, 일본은 5000엔, 미국은 40달러 이하가 기준이다. 가격대의 벽이 높지 않아 젊은 블로거들 사이에선 ‘빕 구르망 투어’도 인기다. 이외에도 미쉐린 가이드가 2016년부터 도입한 ‘더 플레이트’는 ‘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에 주어지는데, 아직까지는 선정 기준이 모호한 편이다. 미쉐린 가이드 독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것은 역시 별점과 빕 구르망이다.

올해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의 3스타는 라연(한식)과 가온(한식), 2스타는 곳간(한식)·권숙수(한식)·정식당(코리안 컨템퍼러리)·코지마(스시), 1스타는 모두 18곳이 받았다. 빕 구르망은 48곳이 선정됐다. 여기에서 드는 의문 한 가지. 사단법인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42만여 개의 음식점이 국내에서 영업 중이다. 이 중에서 미쉐린은 어떤 기준으로 레스토랑을 선정하고, 누가 평가를 하는 것일까?

철저한 암행 평가… 미쉐린 평가원의 세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쉐린 가이드 최고점인 별 셋을 받은 한식당 가온과 신라호텔 라연의 인테리어와 메뉴들.
미쉐린의 ‘인스펙터(inspector)’, 즉 평가원은 베일에 싸인 존재다. 미쉐린 측은 “평가원도 다른 사람들처럼 요리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손님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예약을 하거나 식사를 할 때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게 철칙이다. 미쉐린에 소속된 직원이지만 레스토랑이나 호텔을 예약하고 비용을 지불할 땐 개인이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비용은 나중에 회사에서 보전 받는다.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를 문의해야 할 경우엔 식사비를 지불한 뒤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 있지만, 그 뒤엔 그 레스토랑의 평가에서 제외된다고 한다. 이쯤 되면 암행어사라 할 만하다.

식사를 하면서 메모하는 것도 금지 사항. 전문적으로 맛을 평가하는 것처럼 보이면 식당 측에서 특별 대우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 한 사람,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 있는 건 배우자다. 그도 그럴 것이 미쉐린 평가원들은 매년 평균 3만㎞가 넘는 출장을 다니고 250끼 이상을 평가 대상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160여 곳 이상의 평가 대상 호텔에서 숙박을 해야 한다. 미쉐린 측은 “이런 익명성이 미쉐린 가이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라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다른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음식 그대로를 맛보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자신을 ‘M’이라고만 밝힌 한 여성 미쉐린 평가원은 미국 ABC뉴스에 “우리가 하는 일은 음식 업계의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같다”며 “난 항상 가명을 사용하고,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숨어서 혼자 식사를 한다.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알고 보면 꽤나 외롭게 사는 셈”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누가 M과 같은 평가원으로 뽑히는 걸까. 요리 및 호텔업 관련 학교를 다녔거나 일정 경력이 있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선발한 뒤 미식 평가에 대한 교육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쉐린 가이드 측에서 밝힌 별점의 5가지 평가 기준은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에 대한 셰프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이다.

레스토랑 한 곳은 적어도 2~3회 방문하는 게 원칙이다. 음식평론가 박정배 씨는 “미쉐린의 태생 자체가 여행자를 위한 것인 만큼 여행자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가장 저렴한 메뉴 위주로 시킨다는 설도 있다”고 전했다. 인스펙터 개인이 추천한다고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평가원들은 일정 기간 자신이 내린 결론을 다른 평가원과 공유하며 함께 오랫동안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개개인의 호불호에 치우치는 것을 막기 위한 숙의 장치라 할 수 있다.

‘미쉐린 서울’, 호텔은 울고 한식은 웃다


하지만 제아무리 평가원이 암약을 하고 평가 기준이 까다롭다고 해도 서울의 수십만 개 레스토랑을 섭렵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이 우선 서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업장을 상대로 했을 거라고 본다. 음식평론가 강지영 씨는 “방송이나 인터넷을 참고한 듯한 부분이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미식 그 자체보다는 마케팅적 부분을 고려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라 할 만한 곳은 프랜차이즈 베트남 레스토랑인 ‘에머이’다. 미쉐린 측은 가이드에 “하노이식 쌀국수 특유의 잘게 썰어 낸 허브의 진한 향과 감칠맛 나는 육수는 현지 길거리에서 먹는 그 맛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지만 대부분의 평론가는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씨는 “에머이 같은 프랜차이즈가 선정된 건 충격”이라며 “SNS 같은 곳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곳을 따라가다 벌어진 실수 같다. 미쉐린의 서울사무소 담당자들이 좀 더 깊이 한국의 외식 문화를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쉐린의 별은 여전히 셰프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별을 따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 이런 경향은 특히 국내 고급 호텔에서 두드러진다. 최고점인 별 셋을 신라호텔의 라연이 가져가면서 다른 특급 호텔에도 경쟁의 불이 붙은 게 사실이다. 특급 호텔들은 인테리어나 식기와 같은 하드웨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올해 미쉐린 가이드에서 호텔은 참패하는 쓴맛을 봐야 했다. 호텔의 업장 중 별을 획득한 곳은 라연과 별 하나를 얻은 포시즌스호텔 서울의 중식당 유유안에 그쳤다.

한식당으로서 칼을 갈았던 롯데호텔의 무궁화, 웨스틴 조선호텔의 일식당 스시조, 워커힐호텔의 한식당 온달 등은 고배를 마셨다. ‘더 플레이트’에 선정됐다고는 하지만 별점이 주는 상징성과 권위에는 한참 못 미친다. 왜 그럴까. 답은 ‘독창성의 부재’에 있다. 음식평론가 박정배 씨는 “호텔 식당이 선정되지 못한 건 구태의연함을 벗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미쉐린이 특히 중점을 두는 건 그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내는 셰프의 노력과 독창성”이라며 “그런 점에서 호텔의 레스토랑은 미각적으로는 독창성보다 안전한 선택을 하면서 하드웨어 적인 부분에만 투자를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미쉐린이 높게 보는 독창성이란 뭘까. 박씨는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별 두 개를 얻은 권숙수, 별 하나의 진진, 빕 구르망에 선정된 옥동식이 평론가들이 꼽는 모범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미쉐린 효과


▎1. 미쉐린 가이드가 중시하는 건 식재료를 향한 셰프의 독창성이다. 돼지국밥을 새로이 해석한 옥동식의 8000원 국밥 한 그릇이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된 배경이 됐다. / 2. 한국인들에게도 한식은 새롭게 다가온다. 미쉐린 가이드 별 둘의 권숙수에서 만날 수 있는 각상 프레젠테이션이 좋은 예다.
여기, 돼지국밥 한 그릇이 있다. 돼지고기 몇 점과 채 썬 파가 동동 떠 있는 탁한 국물을 떠올렸다면 미쉐린 빕 구르망의 ‘옥동식’에 가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곳의 돼지국밥은 다르다. 유기그릇에 담긴 국물이 투명하다. 위에 썰어져 있는 돼지 편육은 그 세련된 담음새가 마치 스페인의 유명한 돼지 뒷다리 햄인 프로슈토를 연상케 한다. 같은 돼지국밥인데, 다르다. 돼지국밥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이렇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이 미쉐린 특유의 가치라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옥동식보다 높은 별 하나를 받은 진진의 경우는 서비스와 재료의 질이 돋보인다. 이곳 인기 메뉴인 대게살볶음은 여느 식당에서 볼 수 있는 게살보다 통통한 식감을 보여주는데다 맛도 깊다. 박 씨는 “특급 대게살은 99%가 일본으로 수출되는데 나머지 1%가 진진으로 온다고 보면 된다”며 “식자재에 투자를 아끼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진진 왕육성 사부는 “식재료에선 정직함이 최고”라며 “이윤은 덜 남더라도 식재료를 좋은 것을 쓰면 결국 손님들이 알아준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쉐린의 마음을 건드린 탁월한 전략을 구사한 곳으로는 2스타의 권숙수가 꼽힌다. 이곳에 앉으면 한국인도 새로운 한식의 형태를 경험하게 된다. 앉아서 각상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도 새로우면서 한식 특유의 문화를 잘 살린 게 권숙수의 한식 프레젠테이션이다.

미쉐린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겁지만, 양측이 모두 동의하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미쉐린으로 인해 한국의 셰프와 레스토랑들이 ‘더 나은 곳’이 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강지영 씨는 “지금은 한국 음식 업계가 ‘미쉐린 성장통’을 겪고 있는 시기로 봐야 한다”며 “미쉐린 별이라는 프라이드를 위해 서비스와 음식의 질을 올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정배 씨 역시 “한국의 미식 문화가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미쉐린이 굉장히 중요한 기준점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본다”며 “미쉐린의 별을 받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의 미식 문화는 발전하고 소비자들은 그 혜택을 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기사] 인터뷰 | 2년 연속 미쉐린 3스타 획득한 가온 조태권 광주요 회장의 열정 - “불고기·비빔밥 뛰어넘는 신(新) 한식 나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각 미쉐린 별 셋과 별 하나를 획득한 가온과 비채나는 조태권 광주요 회장의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했다.
미쉐린의 한국 진출 이끌어낸 주인공 “이제 세계화 출발점에 섰을 뿐… 2050년엔 한식이 세계의 음식 표준 될 것”

도자기 기업인 광주요를 이끌며 고급 한식의 리더인 가온을 이끄는 조태권 회장의 카카오톡 프로필엔 이런 문구가 써 있다. “2050년 대한민국을 생각하자!” 그에게 한식의 세계화는 필생의 숙명과도 같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의 물꼬를 트는 데도 그의 열정이 큰 역할을 했다. 그의 열정과 뚝심이 탄생시킨 가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점인 별 셋을 얻었다. 그런데 미쉐린 별을 획득하고 나서 정작 조 회장을 감싼 것은 허무감이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12월 6일 직접 만난 그는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20년을 미쉐린을 향해 달려왔기 때문이지요. 그 목표가 손에 쥐어지는데, 그리고 모두가 갑자기 다들 ‘미쉐린’ ‘미쉐린’ 하는데 이상하게도 좀 허무했습니다. 하지만 잠시만 그랬죠. 이젠 또 다른 목표로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어떤 새로운 목표를 정하셨나요?

“한식은 이제 시작이거든요.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으로 이제야 세계를 향한 문을 열었을 뿐입니다. 우리 한식 셰프들이 살길이 열린 거예요. 한국의 신성장 동력이 바로 한식입니다.”

가온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별 셋을 받았는데, 미쉐린 별은 따기도 어렵지만 지키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있는데 왜 그렇습니까?

“지난해 받고 나서 엄청 닦달했어요. ‘연속 3년은 기본으로 받아야 한다’고요. 더 잘해야 하고, 더 독창적이어야 한다고 했죠. 아주 작은 말실수로도 미쉐린 별은 훅 날아가버립니다. 셰프는 물론 홀 스태프도 귀나 코에 잠깐 손을 댄다면?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별이 날아가버리죠.”

광주요 도자기에서 시작해서 가온뿐 아니라 전통주 화요까지 한식 문화 발전을 위해 그토록 애쓰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파스타는 몇 만원이어도 괜찮은데 육개장은 한 그릇에 5000원 이상이면 펄쩍 뛰는 게 우리 문화였죠. 그래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문화는 상품이 아니라 정체성이자 가치인데, 그 가치는 우리 스스로가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린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한식 문화가) 다 죽어버렸어요. 한식은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 한식을 최고라고 여겨야 해요.”

유독 미쉐린 별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뭐죠?

“일제에 의해 말살됐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식의 가치를 못 알아본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더더욱 해외에서 우리 가치를 먼저 인정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곡절 끝에 미쉐린이 한국에 들어왔고, 세계의 문이 열린 겁니다. 미쉐린으로 인해 한식도 선순환이 추동될 겁니다. 한식뿐만이 아녜요. 문화는 융합이고, 융합은 창조의 시작이거든요.” 조 회장이 미쉐린을 처음 접한 건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다. 가업인 광주요를 물려받기 전에 다녔던 대우에서 일하던 시절이다. 당시 유럽 출장길에 처음으로 미쉐린 레스토랑을 방문했던 조 회장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일은 이후 조 회장이 ‘문화보국’을 주창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평소 ‘대한민국의 2050년’은 특별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있나요?

“이제 미쉐린이 들어왔으니 한식이 엄청난 발전을 이룰 거예요. 제가 장담합니다. 20년 후 세계 미쉐린 셰프의 절반은 한국계가 될 걸요. 우리나라 음식이 워낙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2050년까지 전 세계에 한식 인구를 20억 명으로 만들어보자는 목표가 있어요. 한식 인구라는 건, 예를 들어 한 달에 한 번 정도 한식을 찾아 먹는 사람들이지요. 1년에 12번 먹고, 20억 명이면 240억 명인 셈이죠? 이들이 한 끼에 20달러를 지불한다고 생각하면 4800억 달러가 되고, 결국 500조원이 넘는 거예요. 밥만 먹는 게 아니라 술도 마시고 한국의 식재료도 찾겠죠. 2050년이면 한식이 새로운 표준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제부터 그 시작이지요.”

가온은 별 셋을, (조 회장의 딸인) 조희경 대표가 운영하는 ‘비채나’는 별 하나를 획득했는데, 다음 목표는 뭔가요?

“빕 구르망에 해당하는 대중적 식당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한식 하면 불고기나 비빔밥 몇 가지만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이를 전 세계인이 부담 없이 즐기게 하고 싶어요. 물론 그렇게 되려면 국내에서 먼저 성공해야 하겠죠. 또 한식을 기반으로 세계 음식을 재해석하는 작업도 계속하려고 합니다. 한식은, 이제 겨우 그 출발점에 섰을 뿐입니다.”

- 전수진 월간중앙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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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호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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