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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플랫폼 혁명(2)] 유통 패러다임 바꾸는 O2O 플랫폼 

“온·오프라인 허물자” 유통 강자들도 너도나도 진출 

강신우 이데일리 기자 yeswhy@edaily.co.kr
뜨는 온라인쇼핑, 고객 접점 넓히는 유통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에도 O2O 바람… 방판채널, 기존 배달망 통해 O2O로 시너지

▎롯데그룹이 ‘O2O 테스트 베드’ 격으로 운영 중인 서울 상계동 롯데프레시센터 모습. / 사진:롯데슈퍼
직장인 김모(30·여)씨는 주로 온라인에서 옷을 산다. 온라인쇼핑 전에는 꼭 백화점에 간다. 좋아하는 브랜드 매장에서 신상 의류를 보고 옷에 달린 태그를 카메라로 슬쩍 찍는다. 제품 번호를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김씨는 “같은 옷을 백화점에서 사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사면 20%는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가 확 달라졌다. 구경은 매장에서 하고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일명 ‘쇼루밍(Showrooming)’족이 늘었다. 이를 달리 말해 ‘O2O’라고도 한다. 전자상거래나 마케팅 분야에서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이 결합한 현상을 말하는 용어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이 오프라인 유통업계로서는 달갑지 않다. 매장에 들어온 고객이 구경만 하고 나가기 때문에 정작 매출로는 이어지지 않아서다. 온라인쇼핑 시장만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온라인쇼핑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은 2013년 이후 매년 19%가 넘는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온라인쇼핑 시장규모는 2017년 약 80조원 수준에서 2022년엔 1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쇼핑 중에서도 요즘 대세는 모바일쇼핑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0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2018년 10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0조434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6%나 뛰었다.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6조2399억원으로 집계됐다. 온라인쇼핑에서 62.1%를 차지했다. 상품군별로 보면 의복(38.5%), 식음료품(49.8%), 가전·전자·통신기기(38.2%), 화장품(38.6%) 등이 전년보다 많이 증가했다.

모바일쇼핑 비중이 급증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O2O 서비스’ 경쟁이 한창이다. ‘O4O’라는 말까지 생겼다. O4O는 ‘오프라인을 위한(for) 온라인’으로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먼저 결제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받아가도록 한 서비스다. 온라인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현장에서 체험한 후 즉석에서 온라인으로 물품을 주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O2O 서비스는 고객 접점을 다양하게 넓히려는 기존 유통 강자 백화점부터 대형마트, 편의점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2017년 3월 백화점 오프라인 서비스를 모바일로 구현한 모바일 백화점 ‘모디(Mo.D)’를 선보였다. 모디에서는 앱을 통해 매장에서 받을 수 있던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과 일대일 쇼핑상담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가 자주 방문하는 점포, 선호 브랜드, 구매 관심 상품 정보를 입력하면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게 된다. 일대일 상담은 브랜드 매니저와 채팅 앱을 통해 영업시간 내에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가 방문하려는 점포의 방문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피팅예약 시스템도 도입했다. 오프라인 바코드 정보를 모바일로 스캔하면 모디에서 제공하는 세부 상품 정보도 조회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또 온라인몰 ‘엘롯데’에서 제품을 주문하면 빠르면 2시간 내에 원하는 점포에서 받을 수 있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O2O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모든 쇼핑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옴니채널’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만큼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맛집 기프티콘 ‘SSG콘’과 고객을 직접 찾아가 셔츠를 맞춰주는 ‘방문 맞춤 셔츠 전문관’ 등 O2O 특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먼저 SSG콘은 기프티콘에 익숙한 20~30대 층을 겨냥, 백화점에 입점한 전문식당가와 간편식 및 디저트류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이다.

방문 맞춤 셔츠 전문관은 셔츠를 맞추기 위해 매장을 찾거나 택배를 보내는 번거로움을 최소화한 O2O 서비스다. 고객이 인터넷(SSG닷컴)을 통해 주문하면 사무실이나 집 등 어디든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을 찾아가 셔츠를 맞춰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패션·의류업체인 한섬에서 O2O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섬은 온라인몰인 ‘더한섬닷컴’에서 구매하기 전 원하는 옷을 고객이 집에서 입어볼 수 있는 서비스인 ‘앳 홈(at HOME)’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은 더한섬닷컴 판매 상품 중 옷걸이 모양의 아이콘이 표시된 상품에 한해 최대 3개를 선택, 주문할 수 있다. 선택한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뒤 ‘앳홈 신청하기’ 버튼을 누르고 원하는 배송 시간대를 고르면 된다.

해당 상품은 앳홈 담당 직원과 서비스 전용 차량을 통해 배송해 주고 고객은 이틀 안에 원하는 상품을 골라 입은 뒤 따로 구매하고 싶은 상품은 결제할 수 있다. 배송된 3개 상품 중 결제하지 않은 것은 앳홈 담당 직원이 무료로 회수해 간다.

O2O에 강한 ‘배달의 민족’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는 넓은 유통망을 활용,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날짜와 장소·시간을 정해 언제 어디서든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의 ‘나만의 냉장고’ 앱이다. 소비자들은 점포 방문 없이 앱을 통해 상품 구매가 가능하고 GS25 행사 증정품이나 구매 상품을 앱 내 가상공간에 보관하면 언제든 전국 1만3000여 개 점포에서 교환할 수 있다.

O2O 서비스의 활성화는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상품을 ‘배달’ 가능하게 만들었다. 디저트 카페 ‘설빙’은 모바일 상품권을 집중 공략해 O2O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물론이고 각종 소셜커머스, 온라인쇼핑 사이트 등으로 모바일 상품권 판매 채널을 다각화했다. 그 결과 2018년 빙수 성수기인 7월 모바일 상품권 매출이 전월 대비 33%가량 상승하고 전체 매출에서 모바일 상품권 매출 비중이 9%를 넘어서는 성과를 기록했다. 앞서 4월엔 ‘빙수 배달’을 선언, 배달 서비스 시장에도 새 지평을 열었다.

치킨 전문 브랜드 KFC는 최근 매장에서 휴대전화만으로 주문·결제가 가능한 ‘테이블 오더’ 서비스를 도입했다. 무인 결제 ‘키오스크’에 모바일 주문 서비스를 연계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으로 계산대에 서서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앉아 바로 주문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도미노피자는 피자업계 최초로 홈페이지나 모바일 웹,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채팅을 통해 주문 가능한 인공지능(AI) 서비스 ‘도미챗’(DomiChat)을 운영 중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는 최근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매장에서만 판매하던 메뉴를 사무실과 가정, 학교 등 고객이 원하는 곳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해 가맹점 매출 향상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500개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올해 안에 수도권 전 매장에서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O2O 서비스는 방문판매를 주로 하던 업체에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방문판매 고객들만을 위한 별도의 쇼핑몰을 만들어 그곳에서만 판매하는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거나 앱을 통해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한국야쿠르트는 기존 홈페이지와 쇼핑몰을 하나로 통합한 온라인 통합몰 ‘하이프레시(hyFresh)’를 오픈하고 본격적으로 O2O 사업에 나섰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제품을 주문하면 야쿠르트 아줌마가 제품을 배달해 주는 방식이다. 기존의 발효유와 건강기능식품 등에 더해 국·탕·찌개, 각종 반찬 등의 간편식을 출시해 품목도 다양화했다. 또 ‘내 주변의 야쿠르트 아줌마 찾기’ 기능을 제공한다. 한국야쿠르트 제품을 사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서 살 수 있도록 했다.

풀무원건강생활은 방문판매 브랜드 풀무원로하스를 이용하는 고객만을 위한 별도의 쇼핑몰인 ‘자담터’를 열고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자담터는 자연과 이웃사랑을 담은 장터라는 뜻으로 가성비가 높고 트렌디한 생활용품을 고객 혜택가로 구매할 수 있는 로하스 큐레이션 쇼핑몰이다.

구강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치약·칫솔 등의 구강용품과 마스크·클렌저 등의 뷰티 제품, 위생용품, 세탁용품, 반려동물용품 등 고객의 로하스 생활을 돕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기본적인 쇼핑 기능 외에도 방문판매사원과 고객의 쌍방향 소통을 지원하는 ‘그린톡’ 기능이 있다. 고객센터와의 실시간 채팅도 가능하다. 방문판매는 제품 판매를 넘어 상담을 통해 고객의 건강이나 피부 상태, 생활 습관까지 세세하게 챙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인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고객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론칭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뷰티Q’를 통해 미용 정보와 특정 제품 사전 예약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방문판매사원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고객이 방문판매사원을 통해 필요한 상품을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온·오프라인 융합은 유통의 미래


▎1. 신세계백화점의 스타일리스트가 ‘‘방문 맞춤 셔츠 서비스’를 신청한 한 남성 고객을 찾아가 셔츠 제작을 위해 사이즈를 재고 있다. / 2. KFC의 테이블 오더 서비스. / 3. 신선식품 전문매장 허마셴셩에서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상품을 실은 배달 차량.
미국 월마트와 아마존 간 유통시장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들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O2O 플랫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다.

온라인 유통 공룡인 아마존은 유기농 식품 판매점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을 15조6180억원에 인수하고 계산대 없는 매장인 ‘아마존 고’로 기존 온라인 서비스와 연계한 오프라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월마트도 2016년 3조 7237억원에 미국 e커머스 업체인 제트닷컴을 인수한 데 이어 2018년 8월 인도 최대 e커머스 업체 플립카트의 지분 77%를 매입하면서 온라인쇼핑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상거래업체 1위인 알리바바그룹 역시 유통의 미래를 ‘O2O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허마셴셩의 지웨이 수석마케팅 담당자는 2018년 11월 2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에 참석해 “2020년 유통업은 5G 기술을 기반으로 인식 기술만으로 소통 가능해지고 급격한 자동화가 이뤄지는 ‘신유통’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마셴셩은 알리바바그룹 산하의 대형마트이다.

지웨이 수석마케팅 담당자는 지속적인 기술발전으로 온·오프라인 간 상호작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의 유통 모델로 O2O 형태의 모델이 ‘허마셴셩’이라고 내세웠다. 허마셴셩은 오프라인에 온라인의 장점을 결합, 온라인에서도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소비자가 모바일로 주문 및 결제를 하면 매장에 있는 직원이 직접 해당 제품을 꺼내서 포장하며 무료로 30분 내 배송을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소통체계도 갖췄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제품의 QR코드를 찍으면 어디서 생산됐고 어디서 재배·수확 됐는지 몇 도에서 배송됐는지 몇 시에 제품이 들어왔는지 등 제품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지웨이 수석마케팅 담당자는 “중국의 경우 1990년대 까르푸 등 대형마트가 들어왔고 바코드로 제품을 관리했으며 도매에서 구매해 소매에서 판매하는 방식이었다”며 “현재는 통신 수단의 변화와 함께 모바일이 결제하는 방식이 됐고 가까운 미래에는 인식 기술만으로 소통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마셴셩은 2016년 1월 상하이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베이징, 난징, 항저우 등 약 13개 도시에 직영점을 보유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허마셴셩의 한국 진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허마셴셩의 영토는 계속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유통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가 온라인쇼핑에 조(兆) 단위로 투자하며 O2O 플랫폼 강화에 나섰다.

신세계 역시 온라인 통합 법인 SSG 닷컴에 1조원을 투자,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온라인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물류 및 배송 인프라와 상품경쟁력, IT 기술 향상에 투자를 집중해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금까지 신세계그룹의 성장을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가 담당해 왔다면 앞으로의 성장은 온라인 신설 법인이 이끌게 될 것”이라며 “그룹의 핵심 역량을 모두 집중해 온라인 사업을 백화점과 이마트를 능가하는 핵심 유통 채널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2022년까지 통합 시스템 구축과 인공지능 검색 등 온라인쇼핑 시장 공략에 3조원을 투자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시스템 개발에 5000억원, 온·오프라인 통합 물류 시스템 개발에 1조원, 고객 확보 및 마케팅 활동에 1조 5000억원 등이다. 이를 통해 롯데는 롯데닷컴과 백화점, 마트 등 7개 온라인쇼핑몰을 통합하고 5년 내 국내 온라인쇼핑 1위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다.

롯데마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한 전 상품 가격표에 QR코드를 도입하기도 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O2O를 넘어 오프라인을 통해 온라인 사업을 지원하고 오프라인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O4O를 실현시키는 유통의 혁신을 도모하겠다”라고 말했다.

201901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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