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마키구치 창가학회 초대 회장이 역설한 ‘인도적’ 경쟁 

“남과 나를 함께 이롭게 하는 방법 선택하라” 

타국 민중 희생시켜 자국 안전·번영 추구 말아야
인간의 생명·존엄 지키기 위한 협력에도 초점 맞춰


▎마키구치 쓰네사부로 창가학회 초대 회장은 생존경쟁에서 벗어나 각국이 인도적 경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한국SGI
세계는 지금 여러 분야에서 무기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소형무기를 비롯해 전차나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의 수출입을 규제하는 무기거래조약이 2014년에 발효했지만, 주요 수출국이 참여하지 않아 분쟁지역에서 만연하는 무기 사용을 저지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학무기와 같은 비인도적 무기를 다시 사용하는 사태도 일어났습니다. 또 무기의 근대화에 따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무장한 무인항공기(드론) 공격에 시민이 당하는 피해가 늘어 국제인도법 준수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 세계의 군비 지출 규모가 1조7000억 달러를 넘어 냉전 종결 후 가장 많은 금액에 달합니다. 게다가 군비 지출 총액이 전 세계에 인도적 원조를 하는 데 필요한 금액의 약 80배에 달했다고 합니다.

재해만 해도 해마다 2억 명 이상이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또 8억21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으며, 영양 부족으로 발육이 더딘 5세 미만 아이는 약 1억5100만 명에 이릅니다.

일찍이 유엔대학교의 한스 판 힝컬 전 총장은 국가의 안전보장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생활을 위협하는 여러 과제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기 쉬워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안도감’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저도 이 문제에 대해 같은 생각이고 현재 세계의 상황을 보면 ‘본디 안전보장은 무엇을 위해 있는가’ 하는 원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군축을 추진하기 위한 발판으로 ‘인간중심의 다국간주의’를 국제사회에서 함께 육성하자고 제안하는 바입니다.

‘인간중심의 다국간주의’는 심각한 위협이나 과제에 맞닥뜨린 사람들을 지키는 데 주안점을 둔 접근 방법으로 지난해 8월 개최한 유엔 홍보국과 비정부기구(NGO)가 모여 실시한 회의의 성과 문서에서도 그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자칫 난민 문제나 빈곤 문제만 해도 그 비참함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관계가 없다’거나 ‘우리나라 책임이 아니다’라고 생각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중심의 다국간주의’는 이러한 국가의 차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심각한 위협이나 과제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접근 방법입니다.

동양사상 중 하나로 풍부한 정신성을 길러온 불법 중에 석존의 ‘사문출유(四門出遊)’ 설화가 이 의식을 전환하는 데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대 인도에서 왕족으로 태어난 석존은 정치적 지위와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리며 추위나 더위로 고생하거나 먼지나 풀, 밤이슬에 옷이 더러워지지 않는 삶을 살았습니다. 또 왕족으로서 섬김을 받는 환경에서 청년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문 밖을 나온 석존은 늙고 병들어 괴로워하는 사람들과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석존은 생로병사의 고뇌는 물론이거니와 많은 사람이 그것을 ‘지금의 자신과 관계없다’고 여기고 생로병사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모습에 가슴 아팠습니다.

석존이 통찰한 노쇠와 병 그리고 죽음을 자신과 관계가 없다며 혐오하고 괴롭게 살아가는 사람을 차갑게 대해 버리는 심리와 빈곤·기아·분쟁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도외시하는 심리는 깊은 곳에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중심의 다국간주의’로 나아가라

이 문제를 생각할 때 앞서 언급한 유엔 홍보국과 NGO가 모여 실시한 회의의 성과문서에 나오는 ‘우리 민중은 민족주의 또는 세계통합주의밖에 없다는 잘못된 선택을 거부한다’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자국 제일주의를 상징하는 듯한 민족주의를 추구할수록 ‘배타적’ 움직임이 강해지고, 경제적인 이익을 지상제일로 삼는 세계통합주의를 추진할수록 ‘약육강식적’ 경향이 강해지고 맙니다.

그렇지 않고 심각한 위협이나 과제에 직면한 사람들을 지키는 데 주안점을 둔 ‘인간중심의 다국간주의’ 접근방법을 모든 나라가 채택해 함께 행동을 일으켜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을 지키는 방위의 역사에는 ‘성벽을 견고하게 쌓으면 우리는 안전하다’는 사상이 있는데, 그러한 생각은 현대에서도 ‘군사력으로 방어한 국경 안에 있는 한 우리의 안전은 확보된다’는 형태로 이어지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한편으로 기후변화를 비롯한 지구적 과제는 대부분 국경을 뛰어넘어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선례가 될 만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유엔환경계획이 2년 전(2017년)에 시작한 ‘깨끗한 바다 캠페인’으로 해양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운동입니다.

현재까지 50개 국 이상이 참여해 대상이 되는 해안선은 전 세계의 60%를 넘어섰습니다. 이제까지는 ‘해안선을 지킨다’는 방어적인 관점이 전면에 있었지만, 지금은 거기에 ‘국가의 차이를 뛰어넘어 해양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함께 지킨다’는 완전히 새로운 의미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현대까지 이어진 배타적인 민족주의와 이익지상주의로 대표되는 세계통합주의 시발점은 19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에 대두된 제국주의였습니다. 마키구치 쓰네사부로(牧口常三郞) 창가학회 초대 회장은 폭풍우가 휘몰아친 20세기 초인 1903년에 타국의 민중을 희생시켜 자국의 안전과 번영을 추구하는 생존경쟁에서 벗어나 각국이 인도적 경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그 요체를 “남을 위하고 남을 이롭게 하면서 자신도 이롭게 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공동생활을 의식적으로 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 사회는 이 중심축의 전환을 간절히 바란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주의의 위기나 환경 협력 분야에서 서로 도우며 쌓은 경험은 ‘평화 부재’의 병리가 만들어낸 대립과 긴장이 팽배한 황무지에 신뢰와 안도감이라는 푸른 들판을 넓히는 처방전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대항적인 군비 확산 경쟁에서 벗어나는 길도 열리지 않을까요.

오는 9월에는 유엔이 ‘기후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전 세계가 ‘인간중심의 다국간주의’를 향해 크게 내딛기 위한 절호의 기회이자 ‘같은 지구에 사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협력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춰 온난화 방지 활동을 강화하면서 안보관의 전환을 촉구하는 기운을 높이는 출발점으로 삼기를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창가대학·창가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한국화관문화훈장 외 24개국 29개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385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1906호 (2019.05.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