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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이슈] 7조원 배달앱 시장 쟁탈전 점입가경 

달걀(쿠팡이츠)로 바위(배민·요기요)를 치겠다!! 

‘배달의민족’ 기존 고객·점주 스킨십 강화… 배달 로봇으로 점유율 사수 노려
‘요기요’, ‘배달통’은 해외 비즈니스 모델 도입, ‘쿠팡이츠’는 출혈 마케팅 나서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양분하고 있는 배달앱 시장에 ‘쿠팡이츠’의 합류로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과거시험을 본 다음 날 점심에 일행과 함께 냉면을 시켜 먹었다.”

1768년 7월 얘기로 조선 후기 실학자 황윤석의 [이재난고(頤齋亂藁)]에 기록된 내용이다. 조선 후기 문신 이유원의 [임하필기(林下筆記)]에는 “11세에 임금이 된 순조가 즉위 초 달구경을 하러 갔다가 선전관에게 냉면을 시켜 오라고 시켰다”고 나왔다. 음식 배달은 격식과 법도를 따지기 좋아하는 조선시대에서도 성행했던 업종이다.

오늘날 배달 주문 시장은 애플리케이션(앱) 덕분에 한마디로 ‘빅뱅’을 방불케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시장 이용자는 2013년 87만 명에서 지난해 2500만 명으로 급증했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배달앱을 이용하는 셈이다. 거래 규모만 해도 지난해 3조원에 달했다. 배달 주문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친근한 업종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는 말이다.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은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양분하는 구도로 가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 55.7%,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하는 ‘요기요’와 ‘배달통’이 각각 33.5%, 10.8%를 차지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보유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우아한형제들을 맹추격하는 형국이다.

최근 배달앱 시장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2017년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이츠’가 전격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의 공고한 벽에 결국 무릎을 꿇은 셈이다. 반면 국내 e-커머스 절대 강자로 등극한 쿠팡의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는 올 5월부터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쿠팡은 쿠팡이츠의 시범서비스 기간을 연장하며 정식 서비스 개시 시점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달앱 시장의 동향과 관련해 “토종기업의 외국기업의 일대 결전을 앞둔 상황”으로 묘사했다. 업계 선두인 ‘배달의민족’은 한국 기업이고, ‘요기요’와 ‘배달통’으로 잘 알려진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독일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이다. 여기에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받은 쿠방이 자체 브랜드인 ‘쿠팡이츠’를 국내 배달앱 시장에 본격 투입할 태세다. 국내 토종업체의 아성에 외국 기업의 자본이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한국 배달앱 시장에 외국 자본이 너도 나도 이렇게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당연히 ‘돈’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 배달 시장 특유의 문화가 작동하고 있다고 한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배달이라는 기존 시장 환경이 존재했기 때문에 배달앱 기업이 전단지 광고를 바로 대체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었기 때문에 배달앱이라는 달라진 주문 방식에 소비자들이 쉽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외국은 배달 문화가 그리 활성화하지 않았다. 본인이 직접 매장을 찾아가 테이크아웃하는 문화가 주류를 이룬다.”

한국, 세계 최고 수준의 밀집도·배달주문량


▎배달의민족이 개발한 배달 로봇 ‘딜리(Dilly).’
도시 집중이라는 한국의 거주 문화도 한몫했다. 기본적으로 배달은 도시 기반 서비스다. 특정 반경 안에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고객)와 공급(업소)이 존재해야 한다. 밀집도가 높아질수록 수익이 커진다는 뜻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서울과 같이 배달 주문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도시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높은 밀집도와 많은 주문량은 배달앱 서비스가 성과를 내기에 좋은 시장”이라고 말한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관계자도 “한국 시장은 맛의 즐거움을 누릴 준비가 된 소비자, 다양한 음식을 제공할 레스토랑, 여기에 빠른 IT 인프라와 도심 중심 생활권 등 푸드 딜리버리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그러다 보니 성장세도 가파르다. 최근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은 최근 주요 배달앱(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에서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으로 결제한 금액을 표본 조사했다. 3개 배달앱의 월 결제금액이 지난해 1월 2960억원에서 올 7월에는 632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년 6개월 만에 114%가 증가한 것이다. 결제 추정금액은 지난해 4조4000억원이었으나, 올해는 7월까지 3조8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올 8월에 이미 지난해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평균 결제횟수도 지난해 1월 2.7회에서 올 7월 3.1회로, 1인당 평균 결제금액도 5만5472원에서 6만6843원으로 올랐다.

배달앱 시장 쟁탈전에 불을 붙인 쪽은 딜리버리히어로다. 2018년 12월 딜리버리히어로는 독일에서 운영 중인 음식배달 사업을 네덜란드 음식배달 스타트업 ‘테이크어웨이닷컴’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만 5억80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8000억원에 가깝다. 한국 시장 공략의 시드머니를 확보한 것이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관계자는 “성장세가 빠른 다른 국가들에 집중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자는 의미”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한국 시장에 화력을 집중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 한국에서 9440만 유로(약 123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쿠웨이트(9950만 유로), 독일(9680만 유로)에 이어 셋째로 큰 규모다.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는 올해 3월 기자간담회에서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며 “올해 마케팅 비용으로 1000억원을 사용할 것이며 지난해 마케팅비용보다 2배를 넘게 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2배 이상 늘리는 등 인력도 40% 이상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도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최소 주문금액 0원, 배달료 0원, 첫 주문 5000원 할인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출혈 마케팅’을 통해 양대 서비스 앱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겠다는 계산이다.

3社 3色 전략 속 경쟁 가속화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가 올 3월 기자간담회에서 비즈니스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2년 10월 이후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은 수성(守城)을 자신하지만 경계를 늦출 순 없다. 특히 비즈니스 파트너인 자영업자들에게 공을 들인다. 최근 외식업 자영업자들을 위한 저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협력자금 10억원을 BNK경남은행에 예치, 총 40억원 규모 내에서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도록 길을 텄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카드, 현금, 온라인, 오프라인 등으로 매출이 분산돼 단기간 현금 확보가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많이 활용하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도 상생의 생태계를 만드는 데 다방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달의민족은 올 4월 들어 영세 음식점들의 현금 흐름을 돕고자 정산 일정을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는 업계 최초의 시도다.

신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서비스도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자율 주행 서빙 로봇, QR코드 스마트 오더 등 IT 기술을 접목한 미래 식당 ‘메리고키친’을 선보이는가 하면 로봇 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와 함께 요리하는 로봇 개발에도 착수했다.

배달의민족은 장기적으로 배달 로봇을 현장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주문량 증가 속도를 배달 라이더 증가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는 게 업계의 현실이다. 게다가 배달요원은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다. 예컨대 라이더 100명을 채용한다면 다음 달에 남아 있는 라이더는 20명뿐이라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배달 로봇은 하나의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거리가 멀거나 동선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라이더가 배달을 기피하는 경우 주문이 지연·취소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이 안게 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배달 로봇은 이런 맹점을 극복하고 균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2017년부터 배달 로봇 개발에 뛰어든 배달의민족은 현재 시제품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주문 방식의 다양성으로 치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음성 주문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면서 배달 메뉴를 선택하는 일, 개인화된 음식 추천 등 새 기능이 등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울러 다국적기업의 특성을 적극 활용해 해외 비즈니스 모델의 한국 도입도 고려 중이다. 가령 약, 꽃 등 다양한 물품을 하나의 앱에서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딜리버리히어로는 이미 이 같은 서비스를 터키 6개 도시에서 테스트하고 있다”며 “이스탄불에 있는 백화점 12곳에서 준비 중이며 백화점 52곳과 추가로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스마트폰으로 음성 주문, 동영상을 보면서 배달 메뉴 선택, 개인화된 음식 추천 등 새 기능도 추가시킬 방침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의 경험과 노하우를 쿠팡이츠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의 IT 기술력과 물류 노하우, 서비스 마인드를 바탕으로 향후 급격히 성장할 음식 배달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많은 식당과 가정이 최단 경로로 연결되고, 식당에서 조리된 따끈한 된장찌개가 로켓처럼 빠르게 내 집 식탁에 도착하는 시대를 준비한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쿠팡을 통해 확보한 노하우를 쿠팡이츠에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쿠팡이츠의 미래, 메기인가 미꾸라지인가

이 업종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라이더 확보 문제다. 그래서 일부 업체는 파격적인 임금을 제안한다. 쿠팡이츠는 라이더들에게 지역별로 최저시급 1만3000~1만8000원을 보장한다. 법정 최저시급(8350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배달을 몇 건 처리하든 최저시급 이상의 임금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건당 7000원의 수당도 지급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기존 사업자들이 평균 4000원 안팎의 건당 수당을 지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사업 진출을 위해 부적절한 방법으로 고객, 업소, 라이더 빼가기 정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며 “기존 업체들이 10년 가까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행해 온 일들을 일거에 처리하려다 보니 무리수를 둔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고 말한다.

배달앱 시장에서는 e-커머스와 배달앱을 같은 눈높이에서 사고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전자 상거래는 택배 등을 이용한 배송으로 끝나지만, 배답앱 시장은 ‘배고픈 소비자’와 ‘영세한 자영업자’ ‘고된 배달업무를 하는 라이더‘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동시에 아우르고 신경써야 하는 업종이다. 그래서 공격적 마케팅만으로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경전 경희대(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은 클라우드 사업이라는 또 다른 수익원을 통해 물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이에 반해 쿠팡은 순수 투자자들의 자금을 기반으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고 지적한다. 자금 줄이 막히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향후 시장이 통합되면 주요 배달앱이 새벽 배송 등 다른 카테고리 킬러 콘텐트까지 흡수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쿠팡 역시 쿠팡이츠를 통해 배달 시장을 장악하려는 포석을 가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연 20조원으로, 이 가운데 배달앱이 3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배달앱을 활용하지 않는 업소가 여전히 많다는 점, 아직 지방까지 그렇게 확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배달앱 시장 자체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외국 자본까지 뛰어든 배달앱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결과가 주목된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1910호 (20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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