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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중앙일보 대학평가] 청년 취업난 극복, 실용 교육에 나선 대학들 

실무중심 건양대, 2년 연속 취업률 1위 

동국대, 최근 4년간 ‘졸업생 빅데이터’로 취업 성공률 높여
이화여대, 동문 네트워크 통해 기업 직무·채용 정보 수집


▎동국대 학생들이 서울 중구 필동 대학본관 IF존에서 기업에 대해 취업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빅 커리어 시스템’에 접속해 자신의 취업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김상선 기자
"영업직군 면접을 앞두고 매출증진 방안으로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 2009년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롯데카드·인터파크를 거쳐 신세계면세점에서 근무하다 최근 퇴사한 조가람(34)씨는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 후배들에게 이런 문자나 이메일을 자주 받는다. 조씨는 “아직 업계에서 시도해 보지 않은 아이디어라 신선하다”며 “덧붙여 본인이 실제로 그 프로젝트를 맡아서 한다면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조씨가 같은 업계 취직을 꿈꾸는 후배들과 만나게 된 계기는 이화여대의 ‘톡톡선배’ 프로그램.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현직 졸업생 선배와 1대1 매칭해주는 제도다. ‘톡톡선배’ 프로그램에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졸업생 멘토 440여 명, 재학생 500여 명이 참여했다.

이화여대는 이러한 동문 네트워크를 활용해 2019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종합평가 대상 50개 대학 가운데 취업률 4위, 인문계열 취업률 1위를 기록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졸업자의 전공 계열과 성별 등을 고려해 대학별 취업률을 산정한다. 여학생 취업률만 비교했을 때도 이화여대는 네 번째로 높았다.(66.3%)

조일현 이화여대 인재개발원장은 “매년 졸업하는 3300여 명의 졸업생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단과대학별, 전공별로 진로 탐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취업 지원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국대(서울)도 졸업생의 취업 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하며 취업률을 높이고 있다. 이 대학은 최근 4년 동안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들의 학점, 외국어 점수, 봉사 시간, 현장 실습, 국제 교류, 취업 프로그램 참여 횟수 자료를 축적한다. 재학생들은 ‘빅 커리어 서비스’를 통해 선배들이 어느 기업에 취업했는지, 어떤 스펙으로 합격했는지 조회해 보고 자신의 스펙과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다. 또 졸업생들이 많이 입사한 상위 30개 기업과 각 기업의 취업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취업률이 높은 대학들은 기업과 긴밀하게 연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종합평가에서 가장 높은 취업률을 기록한 건양대는 철저하게 기업 맞춤형으로 특화했다. 실무 중심의 교과 과정을 운영하고, 취업 수요가 많은 분야에 단과대학을 신설했다. 2011년에는 보건의료계열 특성화를 위해 의료공과대학을, 2013년에는 전국 최초로 창의융합대학을 설립했다. 덕분에 건양대는 지난해 78.4%의 취업률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77.5% 취업률을 나타내며 ‘인 서울’ 대학들을 앞섰다. 군사학과·의약바이오학부 등은 취업률이 100%, 의료공간디자인학과·제약공학과·작업치료학과·정보보호학과 등은 90%가 넘는다.

취업 잘되는 농대·공대… 문과는 중문 파워


건양대는 한 발 더 나아가 교육과정의 설계부터 운영까지 기업이 직접 참여하는 8개 ‘예약학과’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기업소프트웨어학부는 ERP(전사자원관리) 소프트웨어 분야의 글로벌 1위 기업인 SAP와 함께 2016년 공동으로 교육 과정을 개설해 운영해 오고 있다. 이 학부 소속의 학생들은 전문 교과목을 80학점 이상 이수하면 2년 경력 수준의 SAP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이규만 건양대 기업소프트웨어학부학부장은 “웅진·농심NDS·LG비앤이파트너스 등 국내 대기업과도 취업예약 협약을 맺은 상태”라고 밝혔다.

의치대나 사범, 예체능 등 특수 학과를 제외하고 어느 학과가 취업률이 높은지 살펴봤다. 인문·사회 계열 중에서는 서울대 농경제학전공이 100% 취업률을 나타냈다. 서울대 중어중문학과(95%),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85%), 동국대 중어중문학과(85%) 등 중문과 파워가 눈에 띄었다.

이공계열에서는 경북대 농산업학과, 서울대 응용생물학전공(농업생명과학대학), 울산대 건축학전공의 취업률이 100%를 기록했다. 한양대 정보시스템학과와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경북대 전자공학부모바일공학전공 등 공학 계열 학과들은 대부분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또 의료·보건 분야와 융합된 선문대 물리치료학과, 동명대 언어 치료학과, 건양대 의료공간디자인학과도 취업률이 나란히 95%를 나타내 높은 수준을 보였다.

- 대학평가팀=남윤서(팀장)·최은혜·김나윤 중앙일보 기자 / 이태림·장유경·정하현 연구원, 김여진 인턴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201912호 (20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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