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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중앙일보 대학평가] 인터뷰|‘산학협력’으로 종합 3위 김우승 한양대 총장 

삼성전자·현대차·디즈니··· 42개 기업, 교과 설계부터 참여 

산업 연계 수업 모델 2017년 에리카 부총장 시절 첫 도입
“교수는 안내자 역할, 학생 스스로 학습하는 역량 길러줘”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130개 대학과 교육기관이 한양대의 IC-PBL 수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를 졸업한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기업은 총 1만213개다. 기업 신용평가기관인 한국기업데이터가 집계한 자료(2018년 12월 말 기준)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72만 명을 고용하고 있고, 연 573조원의 매출(한국 GDP의 33.1%)을 거두고 있다. 과거 한양대 공대가 유명한 덕분이라고? 그렇게만 볼 순 없다. 현재 설립 7년 미만 스타트업의 대표 출신 대학을 따져보면 한양대 동문이 대표로 재직 중인 스타트업이 2153개로 집계된다.

한양대는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취업과 창업, 현장 실습 등 학생교육성과 부문 1위, 종합순위 3위를 차지했다. 실용학풍을 강조하는 이 대학의 특성이 평가에 반영됐다.

김우승(62) 총장은 한양대 기계공학과 출신이다. 에리카(ERICA, 경기도 안산) 캠퍼스 부총장으로 재직하며, ERICA를 국내 10위 안에 드는 대학으로 키운 뒤 지난해 본교 총장에 올랐다.

국내 3위 대학이라는 실감을 학생들도 하나?

“3위를 실감하지 못할 수 있다. 오랜 기간 SKY라는 서열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과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분명한 걸 주려 한다. 학부 기간 전공과 관련한 직무능력을 확실시, 그리고 출중하게 키워주겠다고 약속한다.”

총장으로서 한양대를 이미 지원했거나 지원할 학생들에게 직무능력을 키워주겠다고 약속했다.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전공과 관련한 산업계나 사회에서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재로 키워주겠다는 말이다. 학부 때 전공지식을 뭘 배웠는지 모르고 대학 문을 나서는 대졸자들이 대부분 아닌가. 우리 대학을 다닌 학생은 그렇지 않게 하겠다는 말이다.”

산업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직무능력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나?

“삼성전자·현대자동차·CJ·디즈니 등 42개 기업이 학부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만들고, 수업 주제를 정하며, 최종 결과물을 평가하는 데 함께한다. 이런 수업을 ‘산업 연계 문제 기반 프로젝트 수업(IC-PBL, Industry-Coupled Problem-Based Learning)’이라고 부르는데, 내가 2017년 ERICA 부총장 시절 처음으로 도입했다. 예를 들어 지난 1학기 광고홍보학과의 ‘전략적기획론’이라는 전공 수업에 기아자동차가 참여해 학생들과 브랜드 홍보마케팅 기획을 함께하며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 방식이다.”

기존 강의식 수업과는 완전히 다른 수업이 되겠다.

“현재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시대를 규정하는 여러 용어가 있지만, 초연결·초융합·초지능이란 말로 규정한다. 이런 시대를 살기 위해선 4C 역량(비판적사고·창의력·협업·소통)을 갖춰야 한다. 한양대가 IC-PBL 같은 수업 혁신을 하는 것은 4C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려는 데 목적이 있다.”

학생들의 취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대학 1학년 때 학생들은 커리어 로드맵을 짜고 비전을 설계한다. 2학년부터 전공 수업에선 산업과 연계된 문제 해결 학습이 이뤄진다. 또 LG CNS, 포스코, SK하이닉스,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에서 유급으로 현장실습을 받을 수 있다. 인사담당자들이 수강생들의 이력을 보고 놀란다.”

교수 2명, 해외기업서 300만 달러 기술이전 수입

교수들의 역할도 달라져야 할 거 같다.

“우리 아이들은 분명히 100세 시대를 산다. 일방적으로 전달된 지식을 받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100세 인생을 살아가겠는가. 요즘은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를 서칭할 수 있는 시대다. 이제 대학은 지식 전달이라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 ‘덜 가르치고 더 코칭하라’는 말처럼 교수들은 미래 사회의 동력이 될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역량을 키워주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 한양대 교수들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등록금을 올릴 수 없었다. 학생들의 입장에선 질 좋은 교육을 받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의 재정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등록금 인상은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선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대학은 산학협력을 통해 기술이전수입을 더 거두고, 총장이 나서 동문 등에게서 기부금을 더 모으며, 정부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돼 정부지원금을 받아 이 문제를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선양국 교수와 화학과 성명모 교수가 해외기업으로부터 330만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 대해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교수들이 얼마나 많은 논문을 쓰고, 그 논문이 얼마나 많이 인용됐는지 측정해 순위를 매기는 게 필요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의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을 생각해야 할 때다. 교수들이 연구해 거둔 지식과 기술이 사회나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랩 투 마켓(Lab to Market, 실험실에서 시장으로)’이 이젠 더 중요해졌다. 연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사회와 산업과 소통하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평가가 지원했으면 한다.”


※ 김우승 총장 약력
■ 1957년 서울 출생
■ 1981년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 198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기계공학 석·박사 졸업
■ 1991년 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
■ 2017년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부총장
■ 2019년 제15대 한양대 총장

- 강홍준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kang.hongjun@joongang.co.kr

201912호 (20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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