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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중앙일보 대학평가] 인터뷰|데이터 전문가 김진우 지사장이 본 한국 과학 연구 

“20년 이상 한 우물 파야 노벨상 나온다” 

한국 연구자들 연구 주제 너무 자주 바꿔
젊은 학자들, 남이 가지 않은 길 가야


▎김진우 지사장은 “한국에도 노벨상 근접 연구자가 있다”고 진단한다.
글로벌 학술 데이터 분석 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예상 수상자 명단을 내놓는다. 점쟁이처럼 보이지만, 지난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예측 명단에 오른 연구자 가운데 54명이 실제 노벨상을 받았다. 전 세계 연구자들의 성과를 다방면으로 분석한 결과다.

그렇다면 한국 대학과 교수 등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는 세계무대에서 얼마나 성장해왔을까. 한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까. 학술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김진우 한국지사장에게 물었다.

한국의 연구 성과는 얼마나 발전했다고 보는가?

“한국은 그간 굉장한 발전을 이뤘다. 일부 분야에서는 일본을 따라잡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연구의 질보다 양에 치중하는 듯하다. 네덜란드·스위스·벨기에 등은 우리나라보다 논문 수는 훨씬 적지만 질적 수준은 매우 높다. 논문 건수 늘리기보다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를 해야 한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 시즌이면 ‘한국엔 왜 노벨상이 없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후 개발 성장을 하면서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소명은 ‘경제 발전’이었다. 공학을 중심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인재를 양성해 취업시켜야 했다. 아무것도 없던 나라에서 이만큼 발전한 것을 보면 그 소명은 최대한으로 이룬 셈이다. 그런 과학자들에게 왜 노벨상이 없냐고 묻는 것은 잘못된 질문이다. 노벨상은 하나의 결과일 뿐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에겐 어떤 특징이 있나?

“논문 피인용이 많다고 노벨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상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대개 논문 수도 많고 피인용도 매우 많다. 양과 질이 모두 높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의 업적은 짧은 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지속해서 우수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에도 노벨상 수상 후보가 있나?

“한국에도 잠재력이 우수한 연구자는 상당히 많다. 논문을 계량적으로 보면 노벨상에 근접한 연구자들이 있다. 하지만 노벨위원회는 인류에게 기여할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난제를 풀어낸 연구자에게 상을 주기 때문에 수치만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수상자들은 20~30년간 하나의 주제에 천착하는데, 한국 연구자들은 연구 주제가 자주 바뀌는 경향이 있다.”

연구 선진국이 되려면.

“우리가 분류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현재 255개다. 올해 3개가 새로 추가됐다. 앞으로도 많은 연구 분야가 새로 등장할 것이다.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남이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문제는 우리나라 연구 환경이 이런 도전을 지원할 수 있느냐다. 많은 실패를 해도 꾸준히 자기 분야를 돌파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 남윤서 중앙일보 대학평가팀장 nam.yoonseo1@joongang.co.kr

201912호 (20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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