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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제네시스 첫 전용 전기차 GV60와 만나다 

탁월한 가속력과 정숙성… 스트레스 날리는 고성능 전기차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언덕길에서도 충분한 파워, 매력적 디자인 돋보여
올 들어 제네시스 세단 전기차 ‘G80e’ 판매량 추월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전용 전기차 GV60. / 사진:제네시스
GV60는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전용 전기차다.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모델이다. 지난해 10월 6일 국내 공식 계약 이후 2개월도 안 돼 1190대가 판매됐다. 올해 들어선 내연기관차인 제네시스 G80 세단을 기반으로 한 ‘일렉트리파이드 G80(G80e)’ 전기차 판매량을 훌쩍 뛰어넘었다. GV60는 올 들어 3월까지 1211대가 팔려나갔다. 같은 기간 G80e 판매량은 617대다.

지난 3월 29일부터 이틀간 GV60 스탠다드 후륜구동 모델을 시승했다. 시승 차량은 각종 편의 사양을 적용한 7900만원(전기차 구매 보조금 적용 전)대 풀옵션 모델이다. 3월 29일 오후 퇴근길에 시승차와 마주했다. 전기차 운전은 처음이다. 시동을 걸자 전면 디지털 계기판에 배터리 잔량 92%, 주행 가능 거리 471㎞가 표시됐다. 시승 모델의 공식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451㎞다. 계기판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서 광진구 자양동까지 약 17㎞를 운행했다. 강변북로 대신 시내 도로를 택했다. 가속 페달 반응 속도 등이 다소 둔한 편인 디젤 차량에 익숙한 터라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공차 중량이 약 2t에 달하는 모델인 만큼 적당히 반응했다. 금세 익숙해졌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계기판에 배터리 90%, 주행 가능 거리 462㎞가 표시됐다. 왕복 40㎞ 거리 내외의 출퇴근용으로 활용한다면 1주일에 한 번 정도만 충전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 가장 인상적인 기능은 디지털 사이드미러였다. 사이드미러에 부착된 카메라가 후측방 상황을 실시간 촬영해 양측 실내 모니터로 보여주는 장치다. 4~5차로 주행시 1차로에 있는 차량까지 비춰줄 정도다. 사이드미러만 믿고 차선을 바꿨다가 낭패를 겪게 되는 사각지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창문에 서리가 껴도 당황스럽지 않겠다.

상견례를 마치고 이튿날 본격적으로 GV60와 친해지기로 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충북 진천군 백곡면까지 왕복 약 200㎞를 운행했다. 고속과 중·저속 주행 간 성능 비교 등을 위해 가는 길은 고속도로를, 돌아오는 길은 국도 등을 이용했다. 가는 길은 티맵 최소 시간 경로 기준으로 101㎞였다. 출근 혼잡 시간을 피해 오전 9시 10분께 출발했다. 강변북로와 송파구 풍납동 시내 도로 등을 거쳐 서하남 IC에 진입했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를 지나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섰다. 평일 오전임에도 교통량이 꽤 많았다. 속도감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 아쉬웠다.

기회는 있었다. 서울 요금소에서 통행권을 받자마자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시간)을 체감해보기 위해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제로백 약 7초대로 알려진 모델답게 날렵한 반응 속도를 보였다. ‘신세계’다. 밟는 즉시 치고 나갔다. 상위 사륜구동 모델의 4초대 제로백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주행 중 핸들 왼쪽 아래에 위치한 드라이브 모드 버튼이 눈에 띄었다. 에코 모드에서 컴포트로, 다시 누르면 스포츠 모드로 바뀐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 페달에 힘을 줬다. 마치 차량 뒤를 미세하게 붙잡던 스프링마저 풀린 느낌이다. 날렵한 반응속도가 인상적이다.

전비(내연기관차의 연비) 감소가 우려됐다. 스포츠 모드를 굳이 작동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차량 선택 시 연비를 중요하게 보는 스타일이다. 차간 거리가 촘촘해 시속 110㎞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스포츠 모드는 과했다. 돋보이는 부분은 정숙성이었다. 고속 주행 중 타이어 마찰음 등의 하부 소음이 전혀 없었다. 풍절음도 제로 수준이었다. 시속 120㎞ 이상에서도 뛰어난 정숙성을 자랑했다. 전기차에 특화된 흡·차음재를 적용해 최고 수준의 정숙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 체감됐다.

시속 120㎞ 이상에서도 뛰어난 정숙성


▎공 형상의 전자 변속기 크리스탈 스피어는 시동이 꺼져 있을 때 무드등 역할을 하고 시동 시 공 모형이 회전하며 변속 조작계가 나타난다. / 사진:제네시스
목적지까지 56㎞를 남긴 경기 용인 기흥구 인근에서 약간의 정체가 시작됐다. 3㎞ 지나 기흥휴게소에 들렀다. 충전 과정이 궁금했다. 배터리 80%, 주행 가능 거리 409㎞였지만 돌아가는 길을 감안해 약간의 조바심도 있었다. 충전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휴게소 주요 건물을 한참 지나 주차했다. 스마트폰 검색 결과 휴게소 출구 주유소 쪽에 충전소가 있었다. 충전기는 2대에 불과했다. 1톤 트럭 한 대가 충전 중이었다. 전기 트럭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신용카드로도 충전이 가능했다. 충전 완료 안내 문자를 받을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선결제 후 차액은 환불되는 식이다. 충전기에 설치된 안내 액정이 고장인지 희미했다. 옆 충전기는 멀쩡했다. 충전 잭은 세 종류다. 차량 충전 단자의 구멍 개수와 형태 등을 확인해 적정 잭을 선택해야 했다.

충전기 안내 액정의 확인을 방해하는 햇빛을 스마트폰으로 겨우 가리고 버튼을 눌렀다. 충전 단가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1만원을 결제했다. 잭을 뽑아 들고 연결해보려는데 도통 안 맞는다. 차량 충전 단자 아래쪽 플라스틱 캡이 눈에 들어왔다. 제거하니 바로 연결 가능했다. 이번엔 충전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스마트폰을 살펴보니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에서 보낸 ‘충전이 완료됐으니 차량을 신속히 이동하라’는 안내 문자가 도착해 있다. 카드사의 결제 승인 취소 문자도 있었다. 잭을 분리한 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24분 뒤 희뿌연 충전기 계기판을 확인하자 17.10㎾h, 5006원어치가 쌓여가고 있었다. 배터리 잔량은 95%. 지루했다. 바로 ‘충전 중지’ 버튼을 눌렀다. 차량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497㎞였다. 50여 ㎞를 더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배터리 85%, 주행 가능 거리는 443㎞였다. 출발지로 차량을 돌렸다.

빗길 급감속에도 흔들림 없이 제동 가능


돌아가는 길은 티맵 기준 총 90㎞ 거리였다. 시승차는 진천의 구불구불한 산속 오르막길에서도 탁월한 핸들링과 가속력으로 만족감을 줬다. 내리막에서는 부자연스러운 감속이 아닌 물 흐르듯 부드러운 변속·감속 기능이 인상적이었다. 과속 방지턱 구간에서 일부러 가속 페달을 밟았다. 시속 약 60㎞로 방지턱을 넘어도 진동과 소음이 크지 않았다. 전자 제어 서스펜션 덕분이다. 차로 유지 보조 기능도 돋보였다. 좁은 편도 1차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을라치면 경고음과 함께 핸들이 오른쪽으로 살짝 꺾이며 차체를 돌려놨다. 일부 지방도로 구간은 내려오던 고속도로보다 상황이 좋았다. 급가속과 추월 과정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바꾸면 여지없이 핸들이 뒤틀렸다. 평소 깜빡이 넣는 걸 귀찮아하는 성향이라면 잘못된 운전 습관을 고칠 수밖에 없겠다.

최종 목적지까지 53㎞를 남긴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인근에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길 급감속에도 흔들림 없이 잘 섰다. 서울 송파구 인근 동부간선도로에서 정체가 시작됐다. 지루할 틈이 없다. 핸들 왼쪽 위의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눌렀다. 계기판에 ‘차간 거리 2단계’ 문구가 새겨졌다.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 부분 유지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오른발을 바닥에 완전히 내려두고 핸들에서도 손을 놓아봤다. 계기판에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 메시지가 떴다. 핸들만 잡은 채 버튼 작동 당시 속도인 시속 28㎞로 한참 동안 3차로를 운행했다. 오른쪽에 간선도로 합류 차량들이 보였다. 크루즈 컨트롤의 차간 거리 유지 기능이 정측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에도 유효한지 궁금했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브레이크 페달 위로 발을 가져갔다. 차량이 끼어드는 상황까지는 인식하지 못했다. 재빨리 페달을 밟았다.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다시 눌렀다. ‘수동 주행’으로 복귀됐다.

3월 30일 오후 3시 49분에 출발지로 돌아왔다. 계기판에 배터리 70%, 주행 가능 거리 359㎞가 찍혔다. 양호한 성적표다. 가던 길과 달리 오는 길은 다소 거칠게 운전했음에도 계기판 주행 가능 거리 기준 6㎞를 세이브한 셈이다. 단 운전 중 에어컨이나 히터는 한 번도 틀지 않았다. ‘개취’를 전제로 헤드 업 디스플레이는 운전 내내 거슬렸다. 운전석 전면 유리 하단에 차량의 현재 속도와 제한 속도, 전방 상황 등을 비춰주는 장치다. 마치 안경 아랫부분에 이물질이 묻어 시야를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전면 디지털 계기판으로도 충분했다.

시승 차량인 GV60 스탠다드 후륜구동 모델의 기본 판매 가격은 5990만원이다. 국고 보조금 350만원, 지자체 보조금 100만원(서울 기준)을 지원받으면 554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풀옵션 적용 시 약 2000만원이 더 든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205호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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