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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위험한 ‘핵 위협’ 도박 

예비군 동원령·전술핵 카드 들고 동(冬)장군 기다리나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우크라이나 돈바스 4개 지역 합병, ‘점령 위협받을 시 핵 사용’ 엄포
美, ‘미치광이’ 푸틴의 핵 도발 우려… 쿠바 미사일 사태 이후 大위기


▎2022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동원령을 선언했다. 이는 전황이 러시아에 우호적이지 않음을 방증한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노보로시야(Novorossiya)는 러시아 제국의 황제였던 예카테리나 2세가 1783년 흑해 연안을 지배하던 크림 칸국(crimean khanate)을 멸망시킨 후 설치한 직할 통치령의 이름이다. 노보로시야는 러시아어로 ‘새로운 러시아(New Russia)’라는 뜻이다. 크림 칸국은 1430년 유럽에 남아 있던 마지막 몽골 세력인 타타르족이 세운 국가다. 당시 오스만 튀르크 제국이 비호해온 크림 칸국은 러시아를 빈번하게 침입해 2만~3만 명씩 주민을 노예로 잡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제국은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1768~1774년)에서 승리한 이후 크림 칸국까지 정벌하며 흑해 연안의 넓은 영토를 모두 차지했다.

노보로시야 지역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비롯해 남부 자포리자주·미콜라이우주·헤르손주·오데사주 등과 크름(러시아어로 크림)반도 및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 러시아의 크라스노다르주와 스타브로폴주 일대를 말한다. 노보로시야는 1922년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편입됐다가 1991년 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포함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하면서 옛 러시아 제국의 땅이었던 노보로시야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보로시야는 문화적으로 러시아 정교회와 러시아어권에 속한다. 칼 퀄스 미국 디킨스대 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노보로시야 지역을 러시아 땅이라고 간주해왔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9월 30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이라고 불리는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및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점령지의 괴뢰 정부 대표와 함께 이들 지역의 러시아 영토 편입을 선언하는 ‘합병 조약’에 서명했다. 이들 4개 점령지 면적은 9만㎢이며,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5%나 된다. 포르투갈 전체 국토와 비슷한 크기인 이들 4개 지역은 9월 23~27일 닷새간 주민투표를 통해 지역별로 87~99% 찬성률을 기록하면서 러시아와의 합병을 결정했다. 지역별 찬성률은 도네츠크주가 99.23%로 가장 높았고 이어 루한스크주(98.42), 자포리자주(93.11%), 헤르손주(87.05%) 순이었다.

푸틴은 “노보로시야의 역사적 땅이 키예프(키이우) 정권의 멍에 아래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10월 5일 의회가 통과시킨 우크라이나 4개 지역 합병에 대한 법률에 최종 서명했다. 이로써 푸틴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내세웠던 최소한의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당초 푸틴은 ‘특별 군사작전’이란 이름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속전속결로 점령하고 친러 정권을 수립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결사 항전으로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자 푸틴은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공세의 초점을 옮겨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의 미수복 지역을 차지하고,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 대부분을 함락시키면서 크름반도로 연결되는 육로 회랑을 만들어 노보로시야라는 지역을 점령했다.

‘노보로시야’ 복원 야심이 빚은 참사


▎ 사진:연합뉴스
푸틴이 노보로시야를 복원하려는 의도와 목적은 우크라이나를 한반도처럼 분단시키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장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한반도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는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면서 “이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지배구역을 만들어 남한과 북한처럼 가르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존 데니 미국 육군대학 전략연구소 교수는 “러시아가 노보로시야 복원 명분을 내세워 드니프로강을 기준으로 우크라이나를 쪼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동서를 가로지르는 드니프로강을 기준으로 남동부 지역은 친러시아, 북서부 지역은 유럽 등 친서방 성향으로 분류된다. 북서부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우크라이나 언어·민족 등에 관한 문화적 정체성이 뚜렷하다. 반면 러시아어 사용 인구가 다수 거주하는 동부와 남부 지역은 친러 성향을 보여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노보로시야 복원은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만드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출구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이런 야심을 실현할 마지막 승부수로 예비군 동원령과 핵무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실제로 푸틴은 9월 21일 대(對)국민 연설을 통해 부분 동원령을 발동하면서 핵 사용을 위협했다. 그는 “러시아와 러시아의 주권, 영토적 통합성 보호를 위해 부분적 동원을 하자는 국방부와 총참모부의 제안을 지지한다”면서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 국방부는 예비군 30만 명을 소집했다.

러시아의 동원령은 소련 시절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푸틴이 동원령을 내린 이유는 무엇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지난 7개월간 러시아군의 병력 손실 등 전력이 크게 약화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 군 투입 규모는 18만 명이었지만 현재까지 전사·부상·탈영에 따른 병력 손실이 8만~9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공세에 밀려 북동부 하르키우주에서 퇴각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러시아는 그동안 민간 용병기업인 와그너그룹을 투입하고 심지어 교도소에서 죄수를 뽑는 등 병력을 보충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예비군들을 새롭게 병합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투입해 말 그대로 ‘영토 방어’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러시아는 합병과 동원령으로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서도 가능한 모든 전력을 가동할 수 있게 됐다.

“미국도 일본에 두 차례 핵 사용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푸틴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서방이 러시아를 파괴하고 핵무기 사용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도 영토 보존이 위협받을 때, 당연히 영토와 국민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쓸 것이며, 이는 허풍이 아니다”라고 경고한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월 28일 푸틴의 명령에 따라 전략 로켓군과 북해함대, 태평양함대 등에 전투 준비태세를 내리기도 했다. ‘푸틴의 입’이라는 말을 들어온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월 22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어떤 조건에서 핵을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국가 존립에 위협이 있을 때”라면서 “푸틴 대통령이 전술핵 사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를 합병하는 서명식 연설에서도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를 지킬 것”이라면서 “미국은 일본에 두 차례 핵무기를 사용하는 선례를 남겼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푸틴의 이런 연설은 앞으로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를 방어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영토 수복을 위해 4개 지역을 공격하면, 러시아는 이를 자국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하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서의 핵무기 사용에 대한 대의명분이 부족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제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의 합병 조약을 통해 ‘자국 영토 방어를 위해 핵무기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근거를 내세우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에 일종의 ‘핵우산’을 씌움으로써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여지를 열어놨다.

그렇다면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핵 버튼을 누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황이 러시아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푸틴이 핵 공격을 명령할 가능성이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월 2일 러시아군이 점령해왔던 동부 도네츠크주 관문 도시인 리만의 완전 점령을 공식 선언했다. 우크라이나의 리만 수복은 북동부 하르키우주에서 러시아군을 패퇴시킨 이후 최대 성과로 꼽힌다.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 주요 보급로이자 철도·물류 중심지인 리만을 되찾은 우크라이나군은 루한스크주로 진격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적들이 병합한 동부와 남부 지역을 모두 돌려받을 것”이라며 “2014년 그들이 병합했다고 주장한 크름반도까지 모조리 돌려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의 ‘모든 것을 동원한 위협’


▎동원령에 반발해 러시아 국경 바깥 조지아로 빠져나가려는 인파가 끝이 안 보인다. / 사진:연합뉴스
또 우크라이나군은 남부 헤르손주에서도 상당한 전과를 올리는 등 러시아군에 공세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예비군을 투입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에 밀리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강경파는 핵무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람잔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국경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러시아가 저위력 핵무기 사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등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은 그동안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푸틴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한 카디로프 수장의 저위력 핵무기 사용 주장은 가장 노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디로프 수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잔인하기로 소문난 체첸의 국가근위대(내무군)를 파견해 러시아군을 지원해 왔다.

미국 등 서방 외교·안보 전문가 중 상당수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를 지킬 수 없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거라고 보고 있다. 커트 볼커 전 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푸틴은 모든 결정을 비이성적으로 할 만큼 미치광이의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푸틴이 실제로 전술 핵탄두를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레고리 크레버턴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위원장은 “푸틴은 워낙 은밀해, 혼자 오판하고 경솔한 짓을 할 수 있다”면서 “푸틴은 러시아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맥폴 전 주러 미국 대사도 “푸틴을 30년 넘게 지켜봤는데, 요즘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 역시 “러시아의 핵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려했다.

미국 등 서방 언론들도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합병한 점령지에 ‘핵우산’을 씌우는 형태의 배수진을 치고 영토 방어라는 명분으로 실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푸틴은 권력이 무소불위 수준으로 커지면서 성격이 왜곡되고 과대망상, 판단력 저하 등의 오만 증후군(Hubris syndrome)에 빠졌을 수도 있다”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러시아가 핵무기 운영 부대의 병력과 장비를 우크라이나 국경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이 전술핵을 우크라이나 국경이나 흑해 연안에서 사용하거나 북극해 근방에서 초강력 핵 어뢰 발사 시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공포의 균형’ 시도하는 미국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과 함께 푸틴 대통령의 핵 사용 명령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도록 상업용 위성까지 활용하는 등 정보 수집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군사 시설이나 도시 또는 황무지 등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해 항전 의지를 꺾고 서방의 지원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고위 관리들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러시아에 보내기도 했다. 윌리엄 번스 미국 CIA(중앙정보국) 국장은 “푸틴은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할 경우, 상당히 위험해지고 무모해질 수 있다”면서 “푸틴의 모든 것을 동원한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현존하는 세계 최강 핵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함 전단을 대서양과 지중해로 파견했다. 제럴드 포드함이 임무에 투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럴드 포드함 파견은 러시아 핵잠수함 벨고 로드함이 ‘지구 종말의 무기(doomsday weapon)’로 불리는 핵 어뢰 포세이돈을 싣고 북극해로 출항했다는 소식이 나온 다음 날 전격 결정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면 미국 정보기관이 사전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바라본다. 파벨 포드윅 제네바 유엔군축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의 핵 공격 준비는 사전에 탐지될 수 있다”면서 “미국은 이런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47개 핵 저장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2개는 국가급 시설이고 나머지 35개는 기지 시설이다. 러시아의 핵 저장소는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정보 및 군사 위성에 의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받아왔다. 시몬 마일스 미국 듀크대 교수는 “러시아가 핵 저장소에서 핵무기를 꺼내 미사일 등에 실전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될 경우, 미국이 대응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미국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결정이 얼마나 그릇된 생각인지를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첫째, 사상자 없이 핵 위협을 과시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흑해 상공의 폭발이다. 둘째, 참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숨어 있는 지하 벙커를 폭격하는 것이다. 셋째, 민간인이 없는 우크라이나 군사 목표나 공군 기지 또는 보급 기지 공격이다. 넷째,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공격,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도록 해 우크라이나로부터 항복을 받아내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푸틴 대통령이 명령할 경우 전술핵무기를 언제든지 사용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겨울이 오면 서방은 분열할까?


▎북극해 얼음을 뚫고 수면 위로 떠오른 러시아 핵 추진 잠수함. / 사진:AP연합뉴스
실제로 러시아군은 이미 2018년부터 재래식 탄두뿐만 아니라 전술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M 지대지 미사일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50㎞ 떨어진 벨고로드 등에 배치해왔다. 러시아군은 또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을 미그(Mig)-31 전투기에서 발사할 수 있다. 전술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킨잘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핵 공격’ 대비에 들어갔다. 수도 키이우에는 핵전쟁 대피소가 설치되기 시작했고, 키이우 시의회는 의약품 요오드화칼륨 확보에 나섰다. 요오드화칼륨은 인체가 방사선을 흡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약품이다. 폴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국민에게 요오드화칼륨을 배포했다. 이처럼 현재 상황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와 비슷하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쿠바 미사일 위기 때의 무시무시했던 기억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릴 킴볼 미국 싱크탱크 군비통제협회 사무국장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가리켜 “전 세계가 쿠바 미사일 사태 이후 최악의 핵위기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이 치밀한 계산에 따라 행동한다는 점을 볼 때 핵 카드가 서방에서 많은 것을 얻어내는 ‘협상 전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푸틴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4개 지역을 자국 영토로 만들고 미국과 협상해 종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비서관 출신인 아바스 갈리야모프 러시아 정치평론가는 “푸틴의 유일한 승리 전략은 완전한 미치광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푸틴의 요구 몇 개만 들어주라’고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와 함께 ‘동(冬)장군’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프랑스와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 모두 러시아 원정에 나섰지만 ‘겨울’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패배했다. 수성전을 벌이는 러시아에 겨울은 든든한 동맹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을 비롯해 물가 폭등 등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이 핵전쟁 공포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분열한다면 러시아가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과연 시간은 푸틴의 편이 될 것인가.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211호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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