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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지방 소멸… 고향사랑기부제가 답이다(7)] 기금사업·답례품 발굴 주력하는 강원 횡성군 

사회적 가치 사업으로 기부자 마음 문 연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명절·연말 특수 대비해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방안 집중 모색
어린이 오케스트라·대학생 MT·청년 창업 등 기부금 사업 확장


▎횡성군이 고향사랑 기금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검토 대상으로 선정한 사업들 중에는 문화·예술 향유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시골 청소년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지원사업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횡성군 수백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스트링오케스트라 공연 장면. / 사진:원주MBC 유튜브 캡처
고향사랑기부제가 올해의 반환점을 돌면서 지자체마다 하반기 전략 수립에 분주한 모습이다. 추석 명절과 연말정산을 앞두고 기부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행 초반 반짝했던 관심도 많이 줄었다. 충북 지역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올여름 사회적 관심사가 수해 등으로 집중되면서 7월부터 기부금이 정체돼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의 고민은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확산시키느냐에 모인다. 그 방편으로 지역만의 특색이 녹아 있는 기금사업과 예비 기부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답례품 발굴을 꼽는다. 지난 7월 말 강원도 횡성군이 발표한 고향사랑기부제 기금사업 발굴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지자체들의 고민이 총체적으로 들어 있다. 제도적 한계로부터 시작해 어떻게 하면 예비 기부자의 공감을 끌어낼지를 다각도로 고민했다.

횡성군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기부금 모금 실적이 낮다. 행정안전부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강원 지역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은 18억2676만원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는 경상북도(26억4325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강릉·춘천·평창·철원·삼척·원주가 1억원을 넘겼다. 횡성군은 강원지역 18개 시·군 중 12번째다.

횡성군의 지역 인지도는 나쁜 편이 아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감소했던 관광객 수는 2021년에 반등해 지난해 1290여 만 명으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량은 꾸준히 증가세다. 주로 경기도와 서울시 거주자가 많이 찾는다. 특히 ‘횡성한우’는 고급 한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 답례품 구매 현황을 분석해 보면 횡성에 기부한 사람 중 한우(가공품 포함)를 선택한 비율이 무려 70%를 넘는다.

농·특산품 위주 답례품, 서비스형 품목 확대 고심


▎강원도 횡성군은 올 연말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활성화 전략을 수립했다. 횡성군은 특색 있고 의미 있는 기금사업과 답례품을 발굴해 예비 기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 사진:횡성군 페이스북
다만 답례품 종류가 적어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한우 정육과 가공품을 제외하면 쌀, 꿀, 차, 한과, 지역상품권 정도다. 고향사랑e음에 등록된 횡성군 답례품 62개 품목 중 농·축산물·가공식품류가 90%에 달한다. 다른 지역들이 속속 내놓고 있는 체험형 서비스 답례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다른 지자체들의 경우 체험형 서비스 답례품으로 품목을 넓혀가는 추세다. 체험형 답례품이 지역 방문객과 관계 인구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템플스테이(충북 보은), 한옥마을 숙박권(전북 전주), 요트투어 상품권(속초), 산천어축제 이용권(화천) 등이 대표적이다. 벌초 대행(경북 영천)이나 마을 잔치권(충북 옥천)과 같이 출향민을 위한 맞춤형 답례품도 눈길을 끈다.

이에 따라 횡성군은 다음 달부터 답례품 종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 중 횡성군에 사업장을 둔 농산물·가공식품·공예품 생산업체들을 상대로 답례품 업체 지원 신청을 받았다. 군은 답례품 선정에 있어 장·단기 전략으로 구분해 각각의 기준을 마련했다.

우선 즉시 공급할 수 있고 품질관리와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상품을 엄격한 기준에 따라 답례품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다. 주로 지역 특산품이나 전통공예 등 일반적인 상품이 여기에 속한다.

이어 제도가 어느 정도 안착하면 기부자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품목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체험·여행 상품이나 사회공헌형 답례품, 지역 특산 공예·공산품 등이다. 특히 군이 주목하는 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재기부’ 답례품이다. 기금사업을 재기부 답례품으로 등록해 기부금이 온전히 지역 발전에 쓰이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사회적 가치 실현 목적에 충실한 기금사업 발굴에 주력했다. 기금사업은 답례품과 더불어 고향사랑기부제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공개해 기부자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유일한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에선 게시판 구성상 기금사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또 사업별 지정 기부도 아직은 불가능하다. 강원지역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답례품 경쟁을 나쁘게만 볼 순 없지만, 건전한 고향사랑기부 문화가 퍼지려면 기금 사업을 구체적으로 공개해 기부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향납세제도를 시작한 일본은 기금사업이 활성화돼 있다. 기부금을 밑천 삼아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거나(나라현 사쿠라이시),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은 지역 음식점과 관광업계를 위해 지역 문화와 제조업, 특산품을 결합한 기금 사업을 진행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기부자를 지역 주주(株主)로 모셔 기부금으로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을 벌이고, 기부자에게 특별 대우를 해주는 식의 독립적인 모금 사업(히가시카와 주주제도)도 눈길을 끄는 기금사업 모델 중 하나다.

횡성군은 외국의 다양한 기금사업 성공사례를 참고해 횡성군만의 독자적인 기금사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금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했다. 5월 한 달간 진행한 공모에 4개 사업 분야 40개 제안서가 접수됐다. 연구용역에선 자문을 거쳐 이 중 10가지를 검토 대상으로 추렸다.

전 세대 아우르는 기금사업 10가지 발굴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횡성군이 시행하는 노인 복지 사업과 유아·청소년 사업보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부족한 현실을 기금사업으로 보완하는 데 우선 초점을 맞췄다. 또 기부제에 대한 관심이 높고 사회적 여론 주도층인 40대 인구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자문위는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지역경제 유지를 위한 정주 인구 및 생활 인구 확보 효과를 기금사업의 관건으로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창업과 주거를 연계한 청년 사업이 눈길을 끈다. 절차가 복잡한 통상의 창업 지원사업과 달리 절차를 간소화하고 창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청년 창업 지원사업을 검토 대상으로 선정했다. 창업 청년에게는 창업지원금과 세무·법무·노무 등 경영에 필요한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주거와 결합한 공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도시지역 대학생들을 생활 인구로 편입하기 위한 MT 지원사업도 눈길을 끈다. 체험마을 시설을 개선하고 프로그램을 마련해 MT를 유치하는 사업이다. MT에 참여한 학생들이 좋은 추억을 갖게 될 경우 꾸준한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소년을 위한 기금사업 중에는 ‘반값 컵과일 지원사업’이 있다. 6~13세 유·초등생에게 과일을 간식으로 제공하는 복지성 사업이다. 로컬푸드와 농가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교생이 49명에 불과한 수백초등학교에 지난해 창단한 ‘물희스트링오케스트라’를 모태로 삼은 ‘시골학교 오케스트라’ 지원사업도 기부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업으로 꼽혔다.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지역 학생들의 정서적 성장을 돕고 희망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이 밖에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정원도시 모델 구축을 위해 ‘마을정원사’를 육성해 마을정원을 확산하는 ‘정원도시 횡성 만들기’ 사업이나 기부자의 이름표를 나무에 부착해 지역 방문을 유도하는 ‘기부자 기억 나무길’ 조성사업도 눈길을 끄는 사업이다. 횡성군은 이번 아이디어 공모와 연구용역으로 발굴한 기금사업과 답례품 전략을 토대로 하반기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횡성군 관계자는 “군민과 기부자가 모두 만족하는 고향사랑기부제 기금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309호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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