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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50대 부자] 권혁빈 스마일게이트그룹 회장 

인간에 대한 이해 강조해온 게임업계의 신화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지난해 한국의 50대 부자 순위에 처음 등장한 권혁빈 스마일게이트그룹 회장은 올해 세 계단 상승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부자 순위 4위에 오른 권혁빈 회장
“권혁빈 회장은 인간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한다. 사람이 제품을 만들고 사람에게 파는 것이니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경영의 첫걸음이자 마지막이라고 강조한다.” 핀테크 스타트업 레이니스트의 김태훈 대표가 권혁빈(42) 스마일게이트그룹 회장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권 회장에게 창업, 경영과 관련한 조언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권 회장과 대화할 때면 심리학자나 인문학자의 강의를 듣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일인칭 총 쏘기 게임(FPS) ‘크로스파이어’의 대성공으로 게임업계 신화가 된 권 회장이 2016년 한국의 50대 부자 4위에 올랐다. 재산은 49억 달러(약 5조6162억 원)다. 지난해 7위(3조8988억원)에서 세 계단 상승했다. 스마일게이트의 지주회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게임 개발과 지적재산권(IP) 사업을 담당하는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100% 갖고 있다. 이 지주회사는 계열사인 게임 개발사 선데이토즈의 최대주주(지분 20.66% 보유)이기도 하다. 지배구조의 가장 위에 권 회장이 있다. 그는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포브스는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기업가치를 49억 달러로 산정했다.

권 회장은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다닐 때 서강 컴퓨터 클럽 회장을 맡으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학교를 휴학하고 정보기술(IT) 기업 웹인터내셔널·인스리서치에서 일한 그는 세계 시장을 알기 위해 영국 런던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하지만 창업의 꿈에 빠진 그를 기다린 것은 외환위기(IMF)였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멤버십에 지원해 스스로 길을 개척했다. 1999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지원을 받아 e러닝업체 ‘포씨소프트’를 창업했지만 2년 만에 수익 악화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본금 1억원을 모아 2002년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당시 나이 28세. 불면의 밤을 보내는 고된 노력 끝에 크로스파이어를 개발했지만 경쟁작인 넥슨의 ‘서든어택’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설상가상, 오랜 개발 투자로 회사는 자금난에 빠졌다. 한 번 창업한 경험을 살려 해외로 눈을 돌린 그는 2008년 한국 게임회사 네오위즈게임즈, 중국 인터넷 회사 텐센트와 손잡고 중국 현지에 맞춘 크로스파이어 중국판을 내놨다. 이 무렵 그는 6개월 여 동안 거의 24시간을 개발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게임 아이템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과 황금색을 넣고 중국의 전통 의상, 중국어 간판, 중국풍 건물을 곳곳에 등장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듬해 중국에서 동시 접속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한 이래 2014년 세계 동시 접속자 수 60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자본금 1억원으로 2002년 스마일게이트 창업

현재 동남아시아·남미 등 세계 80개국에서 회원 5억 명이 크로스파이어를 즐긴다.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크로스파이어가 세계에서 올린 매출은 11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스마일게이트의 몫을 더한 스마일게이트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6004억원, 영업이익은 330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9%, 7.5%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55%에 달한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넥슨에 이은 2위다. 2009년 이후 영업이익률 50% 이상을 늘 지키고 있다.

크로스파이어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권 회장은 “올해 크로스파이어 지적재산권(IP) 사업을 더 다각화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 게임은 베트남·필리핀·브라질 등에서 특히 인기다. 올해 출시할 계획인 ‘크로스파이어2는 지난해 중국 대형 게임사 ‘치후360’, ‘오리엔탈 샤이니스타’와 중국 내 독점 퍼블리싱(배급) 계약을 했다. 총 5800억원 규모로, 회사 측에 따르면 한국 게임수출 계약금으로는 역대 최대다. 모바일용 크로스파이어도 출시해 텐센트와 룽투게임즈를 통해 중국에 서비스하고 있다. 영화 <분노의 질주>로 유명한 미국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오리지널 필름’과는 이 게임을 영화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1월에는 스웨덴의 게임 제작사 ‘스타브리즈’에 480억원을 투자해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북미같은 서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기틀도 다졌다.

스마일게이트그룹은 크로스파이어의 성공 이후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IT 문화 콘텐트, 퍼블리싱, 투자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 10여 개 계열사를 둔 이 회사는 글로벌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모습을 바꿔나가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해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 ‘스토브’를 직접 선보이며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가기 위한 핵심사업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스토브는 모바일 게임 서비스에 필요한 시스템을 단계별로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이다.

그는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운영하는 청년창업지원센터 ‘오렌지팜’은 서울 서초, 신촌과 부산센터에서 60여 개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사무공간 제공은 물론 권 회장과 스마일게이트의 임원들이 인재 채용과 관리, 투자, 서비스 확장 같은 사업 영역부터 건강이나 스트레스 관리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조언해준다. 5월 18일에는 중국 현지 보육센터 ‘이노즈’와 협약을 맺어 중국 스타트업 육성에도 뛰어들었다.

언론에 잘 나서지 않는 그이지만 후배 스타트업 경영자들에게 조언할 말이 생각나면 주말에도 지원센터에 들를 만큼 열정적이다. 스타트업 CEO들에게 권 회장은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리더다. 가끔은 유머감각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지원센터에 한 번 오면 3~4시간씩 머무르며 젊은 후배들과 열정적으로 토론한다. 오렌지팜 입주 기업인 더웨일게임즈의 배승익 대표는 “형식적으로 조언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 창업의 경험을 되살려 진심으로 고민을 나누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권 회장 역시 “이곳에서 예전의 열정과 마음을 되살린다”며 보람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201606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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