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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5000명이 AWS 리인벤트에 몰린 까닭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WS ‘리인벤트 2019’에 6만여 명 넘게 몰렸다. 미국 CES, 독일 IFA 등 첨단 하드웨어 행사에 오는 인파보다 3배 정도 많은 수치다. 소프트웨어 개발진뿐만 아니라 수백 개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든다. 무엇이 이들을 사막 한가운데로 이끌었을까.

▎2019년 12월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WS 리인벤트 2019’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앤디 재시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 사진:AWS
#. 장면 1

“디지털 혁신에 주저하면 기업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게 될 겁니다. 클라우드를 도입한 기업도 많지만, 여전히 IT 투자 중 3%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온프레미스(서버 등 컴퓨팅 자원을 사내에 직접 구축하는 것)입니다. 더 나은 기술을 도입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 성패의 관건은 양자컴퓨팅·머신러닝(기계학습)· AI(인공지능)·5G통신·에지 컴퓨팅(분산형 컴퓨팅 기술) 등을 활용하겠다는 경영진의 리더십에 달려 있습니다.” - 앤디 재시 AWS CEO

#. 장면 2

“AWS는 현재 모든 기업의 데이터베이스(DB)를 자사의 관계형 DB 서비스인 ‘아마존 오로라(Amazon Aurora)’로 마이그레이션(이전)할 수 있습니다.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구축한 빅데이터를 손쉽게 옮길 수 있습니다. 전부 또는 일부도 가능합니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와 마이크로소프트 SQL 서버 같은 기존 상용 엔진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문제없습니다. 각자 랩톱(노트북)을 펴고, 저희가 나눠드린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가상 PC를 구축한 후 데이터를 한번 옮겨보시죠.” - 율리우스 새크라멘토 AWS 솔루션 아키텍트

두 장면을 꼽아봤다. 하나는 2019년 12월 3일(현지시간) 재시 CEO의 기조연설, 다른 하나는 교육 세션 장면이다. 매년 1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연례 콘퍼런스 ‘AWS 리인벤트(re:Invent) 2019’ 행사엔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는 기조연설과 개발자들이 듣는 교육 세션이 동시에 열린다.

재시 CEO는 경영진을 정조준하면서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디지털 혁신은 비즈니스의 본질을 바꾸는 사안이기에 경영진이 리더십을 갖고 주도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경영진에게 변해야 한다는 ‘당위’를 던진 셈이다.

“디지털 혁신은 비즈니스 본질을 바꾸는 일”


▎다양한 사례를 발표하는 워너 보겔스 AWS 최고기술책임자(CTO) / 사진:AWS
바통을 이어받은 타 기업 CEO들도 재시 CEO를 거들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골드만삭스는 경영진이 직접 나서 AWS 클라우드에 온라인 신용대출 서비스와 클라우드 기반 콘텐트 공유 플랫폼을 구축했다”며 “결국 골드만삭스 직원 3만3000여 명 중 25%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일 정도로 IT 투자가 전폭적으로 이뤄졌고, 마스터카드와 애플이 손잡고 AWS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해 신용카드를 출시할 정도로 미국 금융업계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했다.

짐 파울러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정보책임자(CIO)도 나섰다. 그는 “한 달 내에 애플리케이션(앱) 50개를 AWS 클라우드로 옮기라고 직접 실무진에게 지시했다”며 “실무진의 회의적인 반응에도 30일 동안 42개 앱을 클라우드로 옮겼다. 일단 바꾸고 나자 직원들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혁신 방안을 쏟아냈고, GE는 한층 더 진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 7만 명 가까이 몰린 이유는 걸출한 글로벌 CEO의 연설 때문만은 아니다. 3000여 개에 달하는 교육 세션도 이 행사의 큰 축이다. AWS 클라우드상에서 제공하는 170종이 넘는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를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많은 인파가 몰리니 AWS도 교육 세션 장소와 숙소로 쓰기 위해 라스베이거스 주요 호텔 20곳을 모두 예약해두었다. 교육 세션에서 만난 미국 한 제조업체의 개발담당자인 부개발자 무랄리 크리슈나에게 대강의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교육 세션만 들어도 당장 기업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나옵니다. 1만 개 이상의 오픈소스 코드를 통해 코드를 평가해주는 ‘아마존 코드 구루’ 서비스만 해도 그렇죠. 보통 개발진들이 시스템 효율화를 평가하는 데만 6개월 이상 걸립니다. 그런데 ‘구루’를 이용하면 개발자 수백만 명이 최소 6개월 정도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경영진도 스마트 디바이스와 사물인터넷(IoT), 자동화, 데이터분석 등이 좋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토론’과 ‘IT 기술 토론’의 경계엔 ‘투자’라는 높은 벽이 있죠. 그 경계를 좀 낮추는 데 교육 세션은 큰 도움이 됩니다.”

AWS는 각도만 다를 뿐 기업의 경영진, 실무자 모두를 겨냥한다. 많은 기업이 AWS 덕분에 IT 인프라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거나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변혁을 꾀할 수 있게 됐다. 뜬금없이 무슨 클라우드 비즈니스냐고 조롱받던 AWS는 17년 만에 전 세계 IT 기업은 물론이고 금융, 제조업, 통신, 유통 분야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파트너사·고객을 아우르며 클라우드 제국을 건설했다.

머신러닝 서비스의 대중화 선언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IBM도 클라우드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AWS는 그들과 차별화할 기치로 ‘기술적 진보’를 택했다. 특히 재시 CEO는 머신러닝 관련 서비스를 강조했다.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가 단순한 저장소 개념으로 가상의 업무 공간만 제공했다면 이제 모든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인프라 모델을 제시하는 수준까지 나아갔다.

재시 CEO는 “기업 어딘가에 막연하게 쌓인 데이터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머신러닝이 필수고, 안정적인 데이터 공급과 보안성, 데이터분석과 다양한 머신러닝 기능을 모두 지원하겠다”며 고삐를 한껏 죄었다.

특히 이날 그가 소개한 ▶AWS 머신러닝 플랫폼 ‘세이즈메이커’ ▶온프레미스에서도 AWS 솔루션을 클라우드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웃포스트’ ▶이동통신사와 협력해 에지 컴퓨팅을 지원하는 ‘웨이브랭스’ ▶코딩 시 발생하는 문제를 직관적으로 해결하는 ‘아마존 코드 구루’ ▶사기를 감지하는 ‘프로드 디텍터’ ▶머신러닝 반복 작업을 구성·추적하는 ‘익스페리먼트’ ▶머신러닝 모델 훈련을 프로파일링해 정확도를 높이는 ‘디버거’ ▶머신러닝 경험이 없는 사람이 기준 학습모델을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오토파일럿’ ▶개념 변화를 감지·교정하는 ‘모델 모니터’ 등이 모두 머신러닝 서비스였다.

윤석찬 AWS 수석 테크 에반젤리스트는 “AWS가 머신러닝에 주목하는 것은 기업이 클라우드에 쌓인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하고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까지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머신러닝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AWS가 나선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럼 AWS도 막강한 인프라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내친김에 재시 CEO는 새로운 컴퓨터 칩을 내놓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AWS는 2015년 이스라엘 반도체 업체 안나푸르나랩스를 인수했고, 인텔 칩을 대체하는 ARM 기반 자체 프로세서 개발에 투자해왔다. 실제 2018년 ‘그래비톤’이란 프로세서를 클라우드에 적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번 행사에서 2020년 ‘그래비톤2’ 프로세서 칩 출시를 예고했다. 재시 CEO는 “그래비톤2 기반 서비스는 x86 서비스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40% 향상되고 거의 모든 작업에서 월등할 것”이라며 “이 칩을 채택한 IaaS(인프라 서비스)인 EC2 인스턴스(M6g·C6g·R6g)를 차례로 선보이며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자체 개발한 컴퓨터 칩, 클라우드 탑재

첨단 기술과 서비스, 그래도 막연하다는 이들을 위해 버너 보겔스 아마존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나섰다. 5일 연단에 선 그는 ‘당위’를 설명하기보단 ‘현실’을 보여줬다. 보겔스 CTO는 “2015년 기준 제조현장 설비의 평균 가동 연수가 22년에 달할 정도로 노후화돼 데이터에서 통찰력을 얻기 힘들다”며 “스마트시티와 제조현장에서 매년 18TB(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가 쏟아지지만 상당한 변화가 있어야 진정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아마존이 꾸려가는 유통 현장이 어떤지도 보여줬다. 보겔스 CTO는 “지난 25년간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운영, 각종 사기 방지,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 드론 배송 등에서 머신러닝 기법을 정교화해왔다”며 “그 덕분에 아마존의 풀필먼트센터(물류대행)나 아마존 고 매장(무인 상점)과 같은 곳을 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마틴 호프만 폴크스바겐 CIO도 수년간 AWS와 협업한 까닭을 밝히러 연단에 섰다. 그는 “전 세계에 펼쳐진 폴크스바겐 그룹 산하 122개 공장의 제조설비와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고 생산 장비부터 거의 모든 인프라의 표준을 마련해 공장에 적용하고 있다”며 “공장마다 수천 개 센서를 설치해 AWS 아웃포스트·클라우드와 연결하고, AI·머신러닝 등을 적용해 진정한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고 있다. 더 나아가 협력사를 비롯해 다른 자동차 제조사까지 연결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5조9000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뱅가드, 액화천연가스 제조사 우드사이드, 태양광을 이용해 바다를 항해하는 무인 해상드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세일드론 등의 CEO가 차례로 나섰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가려는 다양한 기업 사례가 공유됐다.

한국 기업, AWS 본격적 협력은 아직

행사에 참석한 한국 관계자 1000여 명도 AWS가 던진 화두에 귀를 세웠다. 엑스포에는 LG전자, SK텔레콤, SK하이닉스, 한글과컴퓨터 등이 부스를 차리고 주요 솔루션과 제품을 선보였다. 메가존(소프트웨어), 베스핀글로벌(데이터), 카브루(주류) 등은 행사 참석자를 위한 라운지를 별도로 열었다. 이 밖에도 LG CNS, SK㈜ C&C, 네이버, 넥슨 등 국내 다수의 기술기업 임원들이 리인벤트 현장을 찾았다.

디지털 천하 통일에 박차를 가하는 아마존, 어떤 이에겐 위기감으로 느껴졌다. 현장에서 만난, 익명을 요청한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특히 ‘웨이브랭스’(이동통신사 에지 컴퓨팅 지원), ‘아웃포스트’(온프레미스 환경 지원), ‘그래비톤2’(자체 프로세서)는 놀라웠습니다. 클라우드의 지배력이 전 분야로 파고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당장 아마존이 ‘고객’을 부르짖으며 통신사 하나를 인수해 무료 요금제로 시장을 장악해도, 당장 반도체 회사를 인수해도 문제없어 보였습니다.”

[박스기사] 양자컴퓨팅, 직접 그리겠다는 AWS


▎사진:리게티
‘AWS 리인벤트 2019’ 행사 전날, 깜짝 발표가 있었다. 앤디 재시 CEO가 기조연설을 하기 전에 AWS는 ‘양자컴퓨팅’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10년 정도 후엔 ‘양자컴퓨팅’으로 기존 컴퓨팅 아키텍처가 난제로 꼽는 문제를 풀 장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현존 컴퓨터를 어떻게 뛰어넘는다는 얘기일까. 기존 컴퓨터는 0과 1의 이진법 체계의 비트로 인식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팅은 0과 1을 동시에 사용하는 ‘큐비트’ 단위로 연산하는 컴퓨터다. 얼마나 더 대단한 것인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슈퍼컴퓨터가 10억 년 걸릴 소인수분해 문제를 100초 만에 풀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얘기대로라면 수많은 데이터를 한꺼번에 분석해야 하는 신약개발, 암세포 염기서열 분석, 에너지 관리 등의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2019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도 50큐비트(현 슈퍼컴퓨터 속도의 1000조배) 수준의 IBM Q를 공개한 바 있다. 여기에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중국 정부까지 뛰어들었다. 산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대다수 양자컴퓨터 연구가 기초연구에 머물고 있어서다.

하지만 AWS가 양자컴퓨팅 기술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3대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양자컴퓨팅 서비스인 ‘아마존 브라켓’과 AWS 양자컴퓨팅센터, AWS 양자 솔루션 랩을 출시했다. 아마존 브라켓은 양자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시뮬레이션된 양자컴퓨터상에서 테스트하고, 개발 환경을 제공한다. 빌 바스 AWS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앞으로 양자컴퓨팅이 고객들의 미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 라스베이거스(미국)=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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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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