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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파워] 장혁 폴라리언트 대표 

사막개미에게 한 수 배운 공학도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에서 정확한 위치를 잡을 때 GPS 기술이 쓰인다. GPS 덕분에 주변 맛집을 찾을 수 있고 초행길도 두렵지 않다. 물론 실내에선 GPS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폴라리언트는 빛으로 실내 위치를 찾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계 최초다.

▎폴라리언트는 GPS 기술로 위치를 찾을 수 없는 실내에 주목했고, 빛으로 3차원 위치·자세를 측정하는 PLS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장혁 대표는 “‘위치’가 갖는 콘텍스트(맥락)가 무궁무진하다”며 “무인주차, 자율주행, 로보틱스 물류 분야에서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사막개미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사막개미는 한번 집을 나서면 200m 정도를 움직여 먹이를 찾고 정확하게 집으로 돌아옵니다. 개미의 겹눈을 이루는 수많은 홑눈이 편광된 태양 빛을 인지해 집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였어요. 유년 시절 자연과학 책에서 읽었던 내용입니다. 회사 이름도 편광(Polarization)과 개미(Ant)의 영어 철자를 합쳐 만들었어요.”

장혁(27) 폴라리언트 대표가 말했다. 그는 빛을 이용해 실내 위치정보를 추적하는 PLS(Polarized Light Sensing) 원천기술을 개발했고, 지난해 국내 1위 차량 공유업체 쏘카에 인수됐다.

장 대표가 2015년 차린 회사는 네이버의 투자를 받으면서 업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폴라리언트는 네이버 산하 기업형 액셀러레이터(CVC) ‘D2스타트업 팩토리’가 두 번째로 투자한 곳이다. 이후 2016년 네이버의 후속 투자,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배우 배용준 등으로부터 투자가 이어졌다. 이어 네이버랩스도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중소벤처기업부 스타트업 지원사업인 TIPS, 2016년 ICT 유망기업 K-Global 300 등에도 선정됐다.

PLS 기술이 뭐길래. 일단 빛의 결을 뜻하는 편광 현상이 뭔지 알아야 한다. 빛은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는 양자역학적 성질이 있다. 여기서 ‘진동’이라고 표현했는데, 빛이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앞으로 직진하는 성질이 있어서다. 회전하는 모습을 육안으론 볼 수 없지만, 필터(편광판)를 씌우면 빛은 일정한 방향으로만 통과한다. 선글라스와 각종 색을 입힌 조명등이 그 예다.

이걸로 어떻게 위치를 안단 말인가. 지난 3월 11일 서울 성동구 쏘카 본사에서 만난 장 대표는 “실내엔 바깥에서 들어오는 광원 일부, 인공조명이 뿜어낸 빛이 언제 어디서든 존재한다”며 “특정 편광판 두 개를 실내에 설치하면 광원이 이를 통과하면서 특정 방향으로 편광 현상이 발생한다. 그럼 대상물체, 다른 위치와 거리에 있는 두 편광판 사이에 삼각측량 하듯 센티미터(㎝) 단위로 정확한 측위가 잡힌다”고 설명했다. 즉, PLS 기술은 3차원 위치·자세를 측정하는 기술인 셈이다. 통상 GPS 오차 범위가 30㎝가 넘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정확도다. 전현기 공동창업자가 고등학생 때 떠올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 기술로 우리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백화점이나 마트를 예로 들어보자. 실내 공간에서는 아무리 지붕에 주차 공간이 비었음을 알리는 등을 달아도 결국 소비자가 등을 쫓아 찾아가야 한다. 그렇게 백화점과 마트에 들어가기 전부터 차량은 밀리기 시작한다. 백화점, 주차장 사업자, 소비자 모두 정확한 위치를 바로 알고 길에 버리는 시간이 줄면 서로 윈윈하게 된다. 사업자 입장에선 매출이 늘고, 소비자 입장에선 쇼핑하고 빨리 집에 갈 수 있다.


▎사진:폴라리언트
세상에 없던 기술이다.

물리 법칙에 기반을 둔 아이디어를 구현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세상에 없던 기술이 맞다. 이젠 제품까지 개발해 일부는 설치하고, 성능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누군가에게 물리 개념을 완전히 이해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대부분의 일상을 보내는 실내에서 GPS와 같은 기준신호가 없는 현실 속 불편함을 어떻게 해소할지를 보여줬다. 실제 여러 주차 관련 기업과 실내 자율주차 기술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전국에 차고지를 둔 쏘카도 지하 주차장에서 카셰어링 차량의 위치를 좀 더 정밀하게 알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던 중에 우리를 만났다.

결국 쏘카에 인수됐다.

완전한 합병은 올해 내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폴라리언트 엔지니어들도 지금 모두 쏘카 테두리 안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대표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직원들을 만나 업무 영역을 넓혀주고, 연봉을 올려주는 등 동기부여를 하고, 설득했다. 사실 폴라리언트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기업이 아니다. 자율주행 차에 탑재되려면 차량 구동 연계 실험, 센서 관련 인쇄회로기판(PCB), 차량 단말기 탑재 등을 실험할 수 있는 하드웨어 기반 파트너가 더 필요했다. 회사를 스케일업(외형 성장)하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쏘카와 결합했다.

창업 후 얼마 안 돼 네이버 투자도 받았다.

운이 좋았다. 당시 네이버 CTO(최고기술책임자) 출신인 송창현 코드42 대표가 모빌리티 산업에 관심이 많았다. 실제 코드42도 그가 차린 자율주행 업체다. 송 대표는 특히 우리가 가진 ‘측위’ 측정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투자는 받았지만, 사업은 또 다른 얘기였다. 반도체 공정 장비 회사를 찾아가 우리 기술을 써달라고 얘기했지만 거절당했다. 반도체 공정은 종합 관리 기술인데 우리 기술은 요소기술이라 단순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VR(가상현실) 시장에 뛰어들었다.


▎PLS 기술의 원리. 두 개의 편광판으로 빛을 편광에 따라 거른 뒤 세기를 비교해 위치와 거리를 계산한다.
VR 시장은 어땠나.

PLS 기술이 잘 먹히겠다 싶었다. 회사를 차리기 전인 2014년에 페이스북이 VR 전문 기업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핫한 시장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착용하던 VR 전용기기(HMD, Head Mounted Display)의 센서는 에러가 잦아 사용자가 멀미,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페이스북, 오큘러스,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VR에 관심 있는 기업이면 가리지 않고 만났다. 우리 기술을 쓰면 VR 전용기기와 컨트롤러 외에 주변기기는 싹 없어질 수 있다는 말에 기업들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2017년 말이 되니 시장이 확 죽었다.

사업 방향을 바꿔야 했겠다.

그렇다. 먼저 로봇 제작, 무인주차장 관리, 자율주행차 회사에 연락했다. 우리 기술은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었다. 직원 모두가 합심해 실내 측위에 특화된 PLS 센서를 한 달 만에 다시 만들었다. 이걸 가지고 관련 업체에 세일즈를 다녔다. 지금도 그렇지만 실내 기술에는 카메라나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LIDAR) 같은 기술이 쓰인다. 레이저, 스캐너, 수신기, 위치 확인 시스템으로 이뤄진 라이다 기술도 결국 측위 절댓값이 필요하다. PLS 기술은 절대위치를 지정하고 각종 센서가 보내는 신호 값을 보정해주기에 확신이 있었다.

장 대표는 이 밖에도 자율주행, 로보틱스 물류 분야의 변화상을 예로 들었다. 그는 현재 쏘카로 사무실을 옮겨 PLS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쏘카 내 주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위치’가 갖는 힘을 설명했다.

“세상에 없는 기술이 돋보일 수 있었던 건 ‘위치’가 갖는 콘텍스트(맥락)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죠. 어떤 물체가 어디에 있다는 정보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힘들어도 공간과 시간을 하나로 엮으면 세상이 또 한 번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견딥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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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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