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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파워]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딥테크 스타트업 발굴하는 ‘공대 형' 

창업가로 나섰던 카이스트 조교가 딥테크 전문 액셀러레이터로 돌아왔다. 연구실을 박차고 나가 창업한 경험을 들려주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딥테크 스타트업 130여 곳을 도왔고, 철옹성 같던 기관투자자들도 속속 그의 곁에 서기 시작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한국에서 딥테크 스타트업만 전문으로 투자하는 몇 안 되는 회사다. 지금까지 이 회사가 발굴한 곳만 130여 곳이 넘는다. 신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며 예비 기술 창업자를 위한 데모데이도 꾸준히 열고 있다.
“갑자기 사명감이 생겨 시작한 일은 아닙니다. 연구실에서 연구하다 창업도 해보고 우여곡절 끝에 미국 기업에 매각도 해봤습니다. 도와달라는 후배 창업가가 계속해서 찾아왔죠. 처음엔 자금 투자만 하려고 했는데, 부족한 게 보였습니다. 아예 회사를 차려 딥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용관(49)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가 한 말이다. 지난 3월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대학 연구실에서 출발한 기술이 시장에서 통하려면 결국 산업과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래야 나름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후배 창업가들 사이에서 ‘공대 형’으로 불리는 이 대표는 카이스트(KAIST) 물리학 박사 출신이다. 2000년대 초 연구실을 박차고 나가 반도체 장비 핵심 기술인 플라즈마의 발생과 검사, 측정까지 하는 ‘플라즈마트’를 차렸다. 2012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MKS인스트루먼츠에 300억원에 넘기기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후 찾아오는 후배 창업가에게 조언을 해주고, 투자도 했다. 그렇게 ‘공대 형’이란 별명이 붙었다. 좋은 뜻은 사업이 돼 2015년 딥테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차리기에 이른다.

지난해부터 투자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2015년 딥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했던 자금이 지난해부터 일부 회수됐고, 이익이 나기 시작했다”며 “초기 투자했던 스페클립스, 폴라리언트 같은 기업은 큰 기업에 인수합병(M&A)됐고, 토모큐브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추가 투자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4년 동안 바이오 헬스케어, 모빌리티, 인공지능, 센서, 소프트웨어, ICT 등 다양한 기술 영역에서 130여 곳이 넘는 딥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했다. 이 중 절반 가까운 스타트업에 자금 투자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회사 체계를 갖추는 것부터 기술 사업화까지 거의 모든 걸 도왔다. 이후 100여 곳이 넘는 스타트업이 2년 내 추가 투자를 받았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지난 2월 DB금융투자, IBK기업은행, 소프트뱅크벤처스, 퀀텀벤처스코리아, 키움투자자산운용, 한국투자증권 등 전통적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110억원을 추가로 유치하기도 했다.

‘없던 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세상’이라는 꿈을 밝힌 이 대표는 “새로운 기술로 없던 시장을 개척하고, 산업을 창출하는 힘에 투자하는 게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철학”이라며 “이 일념 하나로 지난 5년간 한국딥테크 스타트업 130여 곳과 함께 달려왔다”고 덧붙였다. 그의 얘길 좀 더 들어봤다.


▎이용관 대표는 “딥테크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힘은 항상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보완하려는 자세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남다른 길을 걸어왔다.

내가 걸어온 길을 공유했을 뿐이다. 사실 초기 창업하고 나서 너무 힘들었다. 그냥 기술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 플라즈마 소스라는 게 반도체 장비에서 핵심 장비 격인데, 하나만 제대로 만들면 관련 회사에 다 팔릴 줄 알았다. 장비는 만들었는데, 구매한 업체가 독점적 권리를 요구해 결국 대량판매엔 실패했다. 수익 없이 6년을 버티고, 어느 정도 자리 잡기까지 도합 12년을 버틴 끝에야 해외 기업에서 인수 제안을 받았다.

다시금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차렸다.

평소 의문이 있었다. ‘왜 기업들이 딥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을까’, ‘기술 수준이 떨어지나’ 하는 생각들이다. 막상 후배 창업가를 만나보니 기술 수준은 매우 높았다. 다만 창업에 대한 인식이나 시장 이해도가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회사 매각 후 어드바이저 정도로만 활동하려던 계획을 틀어 본격적으로 액셀러레이터로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의 벽도 높았다. 일반인이 학계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신기술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사업화는 더 요원하기 때문이다. 돕는다는 개념을 넘어 전문 지원 기업이 필요했다.

후배 창업가들은 어떤 도움을 받고 싶어 하나.

기술이 뭔지 알아주고 투자해주니 고마워한다. 그리고 이들은 확신이 있었다. 시장도 딥테크 스타트업의 힘을 필요로 한다. 공공기관에서 공공기술을 사업화하려는 정책적 시도를 하거나 매출 정체에 빠진 중견 제조기업, 업종 전환을 시도하려는 대기업 등 모두가 딥테크 분야 수요자다. 분명 필요하지만 기술을 잘 몰라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기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 없는 기술을 딥테크 스타트업이 만든다? 대기업도 쉽지 않은 일 아닌가.

분명 어렵다. 일단 우리가 보는 딥테크란 이렇다. 기존 서버를 잘 관리하는 기술이나 모바일 페이지 UI/UX 기술 등 이용 편의를 위한 표면 기술이다. 우리는 이 밑바닥에 있는 기술, 한계에 부딪힌 생산성 체계를 깰 수 있는 기술에 주목한다. 어렵지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국은 우수한 연구개발(R&D) 인력이 포진한 나라다. 전문인력 100만 명이 훌쩍 넘는 미국, 중국과 절대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에도 40만 명이 넘는 인력이 있다.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14명 정도로 세계 6위의 기술 잠재력을 보유한 곳이다. 이 기술인력 풀에서 아직 뜻을 펼치지 못한 98%를 창업으로 이끄는 게 우리 미션이다.

외국인이 한국 유니콘 기업을 얘기하면서 ‘기술보다 시장을 산다’고 말한다.

그게 우리 현실이다. 외국 기업들은 O2O나 이커머스 관련 스타트업에 메가투자를 하지 딥테크 쪽에선 쉽지 않다. 그래도 지난 5년을 돌이켜 보면 고무적이다. 성장 정체에 빠진 중견기업이 딥테크 스타트업을 사주는 성장 선순환 체계가 막혀 있었다. 하지만 최근 경영 환경이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딥테크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거나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우리도 5년 전 투자금을 지난해부터 회수하기 시작했다. 종전엔 네이버, 카카오 말고는 이렇다 할 큰손이 없었는데 지금은 100억원 미만의 스몰딜도 종종 이뤄지고 있다. 기업들의 니즈가 확실히 커졌다.

그래도 딥테크가 시장에선 통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다. 기술은 중립적이고,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십수 년 공대 연구실에 있던 엔지니어가 시장 감각을 익힌다고 해서 당장 익혀지겠나. 시장 감각은 단순히 장사를 잘하는 마인드 얘기가 아니다. 새로운 기술로 ‘무엇’을 만들지 아는 산업적 감각이라고 하면 맞겠다. 우린 이런 능력을 갖춘 이를 도메인 엑스퍼트(Domain Expert)라 부른다. 소위 시장을 아는 전문가인데, 이걸 안다고 하는 ‘선무당급’ 딥테크 스타트업이 많다는 게 문제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힘은 항상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보완하려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만의 강점이 있나.

우리의 강점은 역시 인력 구성이다. 전체 임직원 33명 중 심사역만 16명이다. 화학·소재·공학 분야 석박사를 비롯해 스타트업 창업 경험자뿐만 아니라 바이오 쪽은 의사, 약사 등 메디컬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심사역 중엔 국내 최초로 드론 기술을 한화에 매각하고 들어온 분도 있다. 성과 잠복기가 다소 긴 딥테크 기업을 잘 이해하고, 성장시키며, 투자자를 잘 설득하려면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알아야 한다. 투자한 기업엔 이런 능력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틈나는 대로 훈련시킨다.

융합 기술 시대다. 관련 분야 팀만 그 분야에 투자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평소 오퍼레이션 분야를 맡은 팀이라도 바이오, 데이터, 레이저 등 다양한 기술 분야의 기업을 살펴볼 수 있다. 기술은 저마다 전문성을 지닐 뿐 서로 얽혀 있다. 투자는 새로운 시각, 관점에서 출발한다. 해당 딥테크 스타트업을 처음 발굴한 팀의 관점이 더 중요하다. 다른 팀과 협력할 길도 언제든 열려 있다. 필요하면 다른 팀 인력이나 외부 전문가를 데려올 수도 있다.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외부 의견을 더 경청해야 한다.

특별히 투자하려는 기술 분야가 있나.

모든 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싶다. 전문 분야 하나로 먹고사는 시대는 지났다. 기술이 시장을 바꿔놓든, 시장이 새로운 기술을 원하든 우리가 평소 놓쳤던 곳에서 변화가 나온다. 우리는 크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메디컬 등 세 분야로 팀을 나눴지만, 앞으로도 기술 영역에서는 발굴 분야에 큰 제한을 두지 않을 생각이다.

이 대표는 특정 기술 분야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힘을 믿고 있었다. 초창기 그를 믿어줬던 스틱인베스트먼트, 스틱벤처스, 삼성벤처스, 라이트하우스인베스트 등 투자사 4곳 말고도 이제 많은 기관이 그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이용관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 정리했다.

“많이들 오해합니다. 우린 투자 회수 기간에 쫓기는 펀드가 아닙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 투자하는 기관은 회사 주식을 받아 갑니다. 지분 참여자 모두가 딥테크 스타트업 발굴자이고 액셀러레이터죠. 한국엔 기술 개발 능력이 있는 인재도 많습니다.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공학자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더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받도록 데모데이(사업 현황과 프로그램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를 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간 한국 능력자들이 알게 모르게 쌓아온 기술적 자산들을 제대로 펼칠 때입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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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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