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NEW YEAR ESSAY 2025] 박외진 아크릴 대표 

수(s)들이 쏘아 올릴 작지 않을 수(秀)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 매일 신기한 ‘지능’들의 열연이 펼쳐지고 있다. 오픈AI는 연속 12일 동안 자사의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는 전무후무한 테크 이벤트를 열었고, 구글은 ‘제미나이 2.0’ 소식을 전했다. 어느 새 많아진 AI 전문가들은 다채로운 의견들을 내놓으며 이 혼란을 버무린다. 기술과 욕망. 여기에 더해진 각자의 생각과 미래의 불확실성들이, <흑백요리사>에나 나올 법한 신기한 비빔밥이 돼 모두의 평가를 기다린다. 난 이 상황을 ‘맛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인공지능은 ‘작은 것’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수학적 신기함’이라는 것[이 글에서 굳이 ‘universal approximation theorem(딥러닝에서 유명한 보편근사정리)’을 말하지는 않겠다]. 그리고 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가 믿어왔던, 그리고 경험했던 위대하면서도 장엄한 ‘우리 삶’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다. 그럼에도 이 사실을 그 어떤 ‘주의(~ism)’로 끝나는 이념적 이슈와 연결하지 않으면 좋겠다. 근사하고 근사한 이야기니까.

영어에서 복수형을 만들 때 보통 ‘s’를 붙이니, 난 우리가 가진 ‘작은 것’들을 ‘수(s)’라고 (유쾌하게) 불러본다. 그래, ‘수’가 모이면 참 커다랗고 근사한 ‘빼어남(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전문가’라고 말하는 것이 매우 쑥스러운 내가, 매일 들여다보는 ‘인공지능’을 보면서 요즘은 매일 새롭게 떠올리는 사실이다. 21세기의 4분의 1이 채워질 2025년의 무게일까, 아니면 ‘빼어남(秀)’만 쳐다보다 잊혀간 내 작은 ‘수(s)’들에 대한 미안함일까. 그래서 난 ‘한 수’가 아닌 내 작은 ‘모든 수(s)’를 모두 찾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수’를 모으는 2025년을 살기로 한다. 내가 만들 것들이 ‘빼어날 수(秀)’는 아니어도 좋다. 지금 진행 중인, 새로운 에이전트 기반 RAG 기술, 의료/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적’ 지능, 또는 IPO 준비와 매출 계획도 그런 ‘수(秀)’라고 부르기엔, 나의 잊힌 많은 수(s)의 가치는 작지 않다고 믿고 있다. 그래, 잘 모르겠지만 더 나은 ‘빼어남’을 끊임없이 소망해가는 사람이 되길 난 기대하고 또 기대한다. 그리고 우리의 세상도 그러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해본다. 우리 모두 더 커다랗고 ‘뺴어난 미래’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위대한 작은 수(s)라는 사실. 이 아름다운 진실이 확인되는 2025년을 기다린다.

202501호 (2024.1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