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세계는 거대한 체스판과 같다. 각 말의 움직임이 전체 게임의 흐름을 바꾸듯, 투자자의 결정 하나하나가 포트폴리오의 운명을 좌우한다. ‘나의 한 수’라는 주제를 마주했을 때, 삼십 대 초반의 내가 감히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논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이 질문은 오히려 나를 깊은 성찰의 여정으로 이끌어주었다.내 투자 여정의 전환점, 그야말로 ‘신의 한 수’는 2017년 헤지펀드 매니저로서 첫발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이 ‘한 수’는 단순히 전술적 변화를 넘어선, 내 투자 철학의 근본적인 변혁을 상징했다. 헤지펀드는 높은 투자 유연성과 다양한 전략 구현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특히 국내를 넘어 해외 투자까지 가능하다는 점은 투자 시야를 넓혀주면서 해외 기업들이 보유한 강건한 비즈니스 모델을 편입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었다. 나는 글로벌 주식 롱·쇼트 전략, 파생상품, 국채,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을 분석했고, 이러한 경험은 인생에서 단연코 ‘나만의 한 수’로 작용했다.글로벌 금융시장은 매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고 사라지는 우주와 같았고, 나는 새로운 별의 탄생을 목격하는 천문학자가 된 듯한 경이로움을 느꼈다. 애플이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플랫폼 생태계의 지평을 열었을 때, 테슬라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으로 ‘운전’이라는 행위를 재정의했을 때, 이는 단순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인류의 생활양식과 경제구조를 혁신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혁신 기업들이 보여주는 가능성과 잠재력은 단순한 투자를 넘어 감동을 준다. 그들은 과거의 관습을 깨부수고, 새로운 미래를 세상에 제시한다. 인류의 다음 발걸음을 이끌어갈 선도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 이것이 펀드매니저로서의 인생에서 ‘나의 한 수’였다.이제 또 다른 도약이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아닌 경영인으로서 ‘한 수’가 필요한 때다. 나의 다음 ‘한 수’는 AI 운용이 될 것이다. 최근엔 신설된 AI자산운용팀을 맡아 AI펀드를 출시했다.이는 갑작스러운 AI 열풍에 편승한 것이 결코 아니다. 에셋플러스는 이미 2017년부터 ‘알파로보’ 펀드를 통해 AI 펀드 관련 경험을 축적하며,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준비해왔다. 내년에는 다양한 AI 운용 전략을 활용해 국내를 넘어 해외에도 상품 출시를 계획 중이다.설립자이자 아버지이신 강방천 회장께서 늘 강조하시던 “세상은 불신에서 의심으로, 의심에서 관심으로, 관심에서 확신으로 변한다”는 말씀은 내게 나침반이 됐다. 현재 AI는 자산운용 업계에서 ‘의심’의 단계에 있지만, 나는 이를 ‘확신’의 영역으로 이끌어가고 싶다. 이것이 바로 다음 ‘나의 한 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