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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EAR ESSAY 2025]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허물다 


빠르게 변하는 대중의 취향, 몇 년 치 스케줄이 이미 꽉 차 있는 유명 스타들. 이 두 가지는 평생을 예술경영 분야에 몸 바치면서 만난 어려운 과제였다. 트렌드는 따라잡기 어려웠고, 스타를 모시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렇게 헤매다가 종종 예상치 못한 신인들이 스타로 떠오르는 경우를 목격했다. 또 신인들을 발굴해 스타로 성장시키고, 그 스타로 인해 주목받지 못하던 분야가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을 보며, 예술 저변에 숨겨진 가능성과 기운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에 집중한다면 우리 공연예술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임을 확신했다.

대다수 공연이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성공이 확실한 분야에 집중하던 시절, 나는 한국무용, 창극, 연극, 국악 관현악 등 이른바 비주류 장르에 관심을 가졌다. 국립극장장으로 재직하면서 직접 창극과 한국무용 공연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다. 비주류 예술과 예술가가 대중에게 관심을 받도록 노력한 것이다. 그 결과물이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트로이의 여인들>, <묵향> 등이며, 이 공연들은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이고 예술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티켓 매진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창극과 한국무용도 인기 장르로 자리 잡았다.

비주류의 주류화 시도는 세종문화회관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종묘제례악을 모티브로 한 한국 창작무용 <일무>는 지난 2023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고, 동시대 예술을 한데 모아 만든 시즌 <싱크넥스트>는 드라마 <정년이>로 유명해진 여성 국극을 소개하며 젊은 세대와 교감하고 있다.

지금의 성공보다 밑바닥에 깔려 있는 비전과 미래 가치에 주목한 선택이 사업 성공의 원동력이 되었다. 결국 대중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진정성 있는 선택과 행동이며, 문화예술이 공동체의 성장에도 공헌할 수 있음을 체험했다. 나에게는 이것이 바로 신의 한 수다.

202501호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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