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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EAR ESSAY 2025] 김영준 브룩허스트거라지 대표 

과거의 한 수가 오늘의 나로 성장 


애플 창업자이자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을 기억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세 가지 이야기를 전했다. 그중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connecting the dots”였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과거와 전혀 연결되지 않은 듯 보였던 경험이나 사건이, 돌이켜보면 한데 연결돼 현재의 내 모습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내게도 인생에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경험과 결정이 있다. 첫 번째는 20대 초반 네오위즈라는 기업에서 근무했던 경험이다. 창업 초기 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가 어떠한 성장통을 겪는지 경험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더불어 이 기업에 다니며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30대 초반 남미 배낭여행을 했던 경험이다. 남미는 다채로운 자연환경과 문화를 간직한 여행지였다.

그곳 사람들은 언어와 피부 색깔은 달랐지만, 우리와 비슷한 고민과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같은 지구촌 사람들이라 깨달았다. 세 번째는 브룩허스트거라지의 창업이다. 그간 배운 기술과 경험을 살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회사를 운영하며 여타 창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우여곡절과 어려움이 있었다. 다양한 환경에 놓인 어려운 문제해결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고, 수많은 결정을 내리며 나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브룩허스트거라지는 자율 비행 드론을 이용하여 물류 창고 재고조사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시작은 GPS가 동작하지 않는 환경에서도 카메라 비전만으로 실내외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율 비행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물류회사 COO를 뵙게 되면서 물류 창고 재고조사 자동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회사가 가진 드론 기술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해왔다.

물류산업은 전 세계에 걸쳐 있는 큰 규모를 가진 사회 기반이 되는 산업이다. 물류산업에 관해 전혀 모르던 내가 과감히 이 분야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 다른 과거의 경험이 한데 연결돼 지금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대 초반 다양한 도전으로 성장하는 창업 초기 기업에서의 경험, 30대 초반 국경 넘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전 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 회사를 운영하면서 내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문제 해결 그 자체를 즐기는 나 자신을 알게 된 것 등이 연결돼 물류 자동화 서비스 개발로 이어졌다.

살아오며 특별히 나의 ‘한 수’를 고민하고 의도하며 두지는 않았다. 그간 두어온 한 수 한 수가 쌓여 다음 한 수를 놓고, 그 한 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202501호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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