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위스키 여행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훌쩍 넘었다. 그사이 전세계의 많은 증류소에 가서 여러 사람을 만났고 그들과 위스키에 관한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삶의 담론들을 나누었다. 아일라섬에서는 초현실주의적인 엘로서브마린을 언뜻 목격했고, 아드벡에서는 짐의 아버지 장례식까지 이어지는 인연을 보면서 스코틀랜드인들이 쿨하게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보았다. 홋카이도 요이치에서는 한 사람의 집념이 이루어 낸 결과를 보았고, 켄터키의 루이빌에서는 비즈니스와 효율이 얼마나 아름답게 승화하는지도 목격했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위스키 여행자로서의 삶에서 내가 얼마나 더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내 삶의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나에게 위스키와 위스키 여행은 나와 내 또래들이 평생 동안 겪어온 진지한 삶과는 또 다른 진지함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또래 아이들보다 호기심이 무척 많았다. 유년 시절부터 늘 다양한 백과사전을 끼고 살았고, 그 틈에서 조그마한 지식의 편린이라도 발견하면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를 뻐기면서 전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좀 더 커서는 그 지식의 한 조각들이 조금씩 엮어지며 더 큰 지식으로 수렴되는 것에 기뻐했고 그 앎의 과정 자체가 그저 좋았다. 그리고 그 지식의 씨줄과 날줄이 서로 엮여 완전히 다른 새로운 지식으로 만들어질 때는 살아 있다는 희열까지도 느끼며 내 삶의 의미를 호기심에서 찾았다.그래서 성인이 되어서 일 때문에 자주 접하게 된 위스키를 그저 의미 없게 소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씩 알게 된 그 지식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모아서 새로운 지식의 저장소를 만들어갔다. 인터넷 검색만으로 찾을 수 있는 단순한 지식 조차도 언젠가는 다른 지식들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완전히 새로운 내용으로 거듭난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체득했다. 그래서 그런 작은 지식 혹은 사고의 조각을 하나하나 메모하고 모아 정리한 것만 여러 상자로 남았다. 지금 내 서재 한쪽에 상자 가득 채워진 그 메모 조각들을 바라보며, 언젠가 이 조각들을 글로서 세상에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이 호기심은 신년 아침 내 인생의 첫 책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이어졌다. 세상이 내게 준 호기심의 결과물들을 다시 돌려주는 것으로 이 또한 후련하다.나는 이 호기심은 노소를 막론하고 삶을 살아갈 때 반드시 장착해야 할 필수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변화무쌍한 이 세상을 맞닥뜨릴 때 호기심 없는 인생은 생각하기도 싫다. 내가 좋아하는 위스키의 이름은 ‘스틸 영(Still Young)’이다. 아직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젊음이란 그 의미를 사랑한다. 그래서 그 호기심의 여정에 동반자로 스틸 영의 마음가짐을 추천한다. 스틸 영과 함께하는 그 호기심의 여정은 생각보다 무척 흥미진진할 것이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