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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詩] 흰 지붕 위로 떨어진 흰밥은 날씬하다 

 

지영환
조등 걸린 정자나무 파란 지붕 아래, 아저씨는 보따리를 꾸물꾸물 끄러 앉힌다 짐을 풀어 내리면 동네 아이들이 딱지치기 구슬치기 팽이치기 팽개치고, 모여 든다 옥수수 쌀 콩 얇은 누룽지 담은 깡통들이 담을 넘어갔다, 오곤 한다 솔가지 불을 때다 까맣게 그을려 돌려대기에 바쁘다 뻥튀기 기계 속의 뻥튀기 통은 뱅글뱅글 혼자서 돌아간다 까만 지구는 그렇게 매달려 돌아간다 지구가 한 바퀴 돌 때마다 지붕은 몸을 데운다 뻥튀기 아저씨는 뻥이요~ 질러댄다



죽부인 같은 큰 철망을 뻥튀기 몸에 씌운 뒤, 쇠꼬챙이를 끼워 앞으로 당기면서 뻥, 튀겼다 구름이 한꺼번에 내려왔다 사라진다 뻥, 뻥 내 꿈을 멀리 튀겨준다 점, 점 쇠불꽃이 화려한 꽃을 머금었다 하얀 불꽃이 피어날 때까지 사카린 물을 뿌린다 입 모양이 커지면 우리는 귀를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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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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