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살메르에서 머무는 동안 나는 마음 안에 한 마리 초식동물의 영혼이 서성임을 느꼈는데 그것은 골든 시티(Golden city) 라고 불린 이 성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매일의 황혼을 파라다이스 호텔의 옥상에서 맞이했는데 지평선으로 태양이 떨어질 때 황색 사암으로 빚어진 성채의 벽돌들은 순수한 황금빛으로 빛났다. 성 밖으로 펼쳐진 마을의 집들 또한 황금빛으로 채색 되었는데 사각형의 작은 집들이 한 알 한 알 빛나는 보석 알갱이로 반짝이는 것 또한 장관이었다. 짜이 한 잔을 앞에 두고 붉고 따스한 노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처음 인도를 여행할 때 누군가 내 이름을 물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이름을 물어오는 순간을 귀하게 여겼기 때문에 가능한 따뜻한 목소리로 ‘재구’ 라고 말했다. 이름을 들은 그와 일행들의 반응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는 내 이름을 듣고 잠시 침묵에 젖었으며 일행 중 한 사람은 눈망울을 크게 뜨며 “재구?”라고 되물었다. 다른 한 사람은 나를 보며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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