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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의 글로벌 법률 가이드 | 강화된 비정규직 보호정책 - 사회현상·산업직군 별 특성 고려돼야 

 

송창현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대형 마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다룬 영화 <카트>의 한 장면.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비정규직 처우개선 종합대책을 내놓는 등 보호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영화 <카트>가 개봉되고 정부에서도 비정규직 처우개선 종합대책 방안을 준비하는 등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기간제근로자 보호법, 파견근로자 보호법 등을 시행했지만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과 차별적 처우 해소라는 정책과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현재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32.4%, 607만 명에 이른다.

법적으로는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원칙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간주돼 이후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 장기간에 걸쳐 계약기간의 갱신이 반복된 경우 계약연장에 대한 합리적 기대권을 보호해 고용안정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사용자는 무기계약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년 이내에 계약을 종료하거나 파견 또는 사내하청을 이용하기도 한다. 기간제근로자를 보호하려는 법이 도리어 해고의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내하청의 경우에도 현대자동차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위장도급·파견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장기간의 소송을 통한 고용관계 조정은 노사 모두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정부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기간제 계약기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 임금 일부 지원 ▷고령자 취업 활성화를 위해 파견대상 업종 확대 등을 포함하고 있다. 계약기간의 연장은 해법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장기간 업무를 통해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여서 해고 요인을 줄일 수 있다.

한편 비정규직이 1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할 확률은 11%에 불과하다. 임시직 경력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징검다리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실증연구에 의하면 비정규직 기간이 길고 반복될수록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한다.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원화된 노동시장을 고착화시켜 비정규직의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고, 기술축적 기회의 상실, 소속감 결여로 인한 생산성 저하 등의 손실을 초래한다. 또 빈부격차 확대와 건전한 중산층 육성 실패로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정규직의 실직 시 생계지원 등 사회적 부담이 늘고, 시장 구매력이 감소해 경제 위축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문제를 줄이려면 비정규직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 직업 알선, 사회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또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노사정위원회 등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 기회를 줘야 한다.

2014년 9월 19일부터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의 고의적·반복적인 차별행위에 대해 손해의 세 배까지 징벌적 배상명령과 사용자에게 취업규칙·단체협약 개선 등 차별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동일 사업장에서 단 한 명이라도 차별이 인정되면 동일 조건에 있는 비정규직이 모두 시정 혜택을 입도록 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복지 등 근로조건의 차별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문제는 청년 실업·고령자 빈곤·여성의 경력 단절·성별간 급여 격차 등 여러 사회현상과 결합되어 있어 다양한 정책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 비정규직의 활용 목적이 인건비를 줄이고 인력배치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프로젝트 단위 고용과 전문 인력이나 프리랜서 활용을 위한 것인지 등을 구분해 산업·기업·직군 별로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송창현 -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컬럼비아대 법과대학원 석사(L.L.M.), 미국 UC버클리 법과대학원 법학박사(J.S.D.), 사법연수원 제26기 수료,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M&A·기업소송·정부규제)

201501호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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