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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의 ‘책 읽는 영화관’ | 스릴러 무대가 된 결혼생활의 파국 

소비에 중독된 현대 메가시티의 맨 얼굴 고발… 수퍼우먼 신드롬에 시달리는 현대 여성을 포착한 영상사회학 

잘나가는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화되는 일은 흔하다. 실패한 경우도 많지만 폭발적인 흥행 성공을 거둔 사례도 적지 않다. 원작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테크놀로지와 콘텐트의 다양한 변주가 이뤄진다. 영화평론가인 강유정이 영화로 재구성된 소설의 세계, 더 풍요해진 원작 텍스트의 의미를 탐구한다.<편집자>
닉은 아직도 내 앞에서 연기를 한다. 우리는 둘 다 연기를 한다. 우리가 행복하고 근심 없고 사랑하는 척. 하지만 나는 그가 밤늦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쓰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나는 안다. 나는 안다. 정신 없이 쏟아지는 말들.”

영화 의 원작이 되는 길리언 플린의 소설 의 마지막 부분, 돌아온 아내는 남편을 보며 속으로 이렇게 되뇐다. 그 아내는 대체 무엇을 안다는 것일까? 소설 는 남편 닉 던이 화자로 등장해 사건을 전달하는 부분과 아내 에이미 엘리엇 던이 서술하는 일기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닉이 현재의 사정을 이야기하면 에이미가 일기를 통해 남편이 모르는 과거를 서술하는 형식이다.

닉은 행복한 생활을 살았노라고 경찰관에게 말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폭력적이며 심지어 외도를 했다고 써둔다. 두 사람의 서술이 엇갈리며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인지 헷갈리게 된다. 문제는 이 엇갈린 서술들이 에이미가 사라진 이후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결혼 5주년 기념일 아침, 남편이 산책을 나간 동안 아내가 사라졌다. 아내가 사라진 집안은 루미놀 검사결과 온통 피바다였음이 드러난다. 이제 남편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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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호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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