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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럴 아츠의 심연을 찾아서 | 미슐랭과 한국의 비빔밥 

맛과 멋, 감동과 재미를 주는 스토리가 있는 음식이라야… 문화 대국은 눈이 아닌 머리에서 시작, 글로벌 차원의 기준 고민해야 

프랑스=유민호 월간중앙 객원기자, ‘퍼시픽21’ 디렉터
2014년 2분기 해외관광 지출이 5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한다. 1분기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라는 보도가 신문 지면에 실렸다. 외화를 흥청망청 쓰고 돌아다니는 ‘비애국적’ 행위라는 야유가 기사 속에서 느껴진다. 세월호까지 거론하면서 ‘이런 판국에!’라는 독설도 있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잘 쓰면 약이고 못 쓰면 독이 된다. 해외관광을 사치스럽고 무분별한 행위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일곱 살 때 경험한 뉴욕은 평생을 간다. 큰 세상을 무대로 한 꿈과 희망은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약으로서의 여행은 미래를 열어주는 최적의 수단이다. 그렇지만 최근 벌어지는 관광의 행태를 보면 약이 되기는커녕 독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듯하다. 할인 시즌에 맞춰 명품 헌팅을 위해 유럽을 떠돌거나, 2014년 탄생된 최고 아이디어 상품이라는 셀프봉을 통한 디지털 사진찍기 경연대회, 나아가 동남아의 매춘관광 같은 것이 좋은 예다. 소중한 기억을 500만원짜리 가방 하나에 담거나,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를 배경으로 한 셀카로 메우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 이상의 무언가로 ‘꽉꽉’ 채워질 수 있는 인문미학의 현장이 바로 관광이다.

관광(觀光)이란 말을 한자로 풀이하면 ‘빛을 본다’는 의미다. 중국 고서 역경(易經)에 나오는 말로, 원래 ‘관국지광 이용빈우왕(観国之光,利用賓于王)’ 라는 문장으로 표현된 것이다. ‘나라의 빛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것을 소중히 활용해 왕에게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의미다. 이 문장을 두 글자로 줄인 조어(造語)로, 19세기 말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중국에서 말하는 관광의 개념은 왕에게 도움이 되는 ‘공무(公務)’의 하나쯤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대상자는 고위공직자에 한한다. 하지만 일본판 한자는 다르다. 19세기 중엽 개방과 함께 서방에서 ‘투어리즘(Tourism), 투어리스트(Tourist)’란 단어를 접하게 된다.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놀러 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시간을 보내는 ‘희한한 문화’가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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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호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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