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지역 포커스] 구미의 ‘르네상스 시대’ 이끄는 남유진 구미시장 

“능력으로 승부 거는 한국판 ‘드림시티’로 오세요”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 사진 김현동 기자
평균 연령 35세, 외지인이 주민 80%를 차지하는 경북 속의 ‘서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는 연간 국내외 관광객 70만 명 몰려

▎남유진 구미시장은 푸르고 쾌적한 첨단산업도시 구미를 꿈꾼다.
“내게 그분은 박정희 대통령이다. 함자 앞에 돌아가신 분을 이르는 고(故)나 전직을 뜻하는 전(前)을 붙이지 않았으면 한다. 그냥 박정희 대통령으로 부르자.”

200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0주년 추모제에 즈음해 남유진 구미시장은 언론인들과 만나 “앞으로는 추모제가 아니라 탄신제 중심으로 가야 한다”며 호칭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적 인물인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앞에 ‘故’나 ‘前’을 쓰지 않고 이승만 대통령을 그냥 이승만 대통령이라 하듯, 박정희 전 대통령도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고유명사화한 호칭을 쓰자는 것이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은 이미 위인의 반열에 올라섰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11월 14일 태어났다. 매년 이날 열리는 ‘탄신제’에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한다. 남 시장은 이처럼 ‘박정희 신봉자’다. 박 전 대통령과 동향(구미)으로 구미시장을 3연임 중인 그는 이 문제에서 확신에 차 보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산업화의 전진기지로 육성한 구미시를 인간과 자연, 첨단산업이 공존하는 도시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야심도 불태운다.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수출 500억 달러 시대’와 ‘구미 르네상스 시대’를 활짝 열어젖히겠다는 포부다. 12월 1일 오후 구미시청 시장 접견실에서 만난 남 시장은 “지역 상공인들의 관심사는 구미가 앞으로 쇠퇴할 것인가 번창할 것인가에 온통 쏠려 있다”면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구미의 미래는 창창하다”고 힘줘 말했다.

구미시 하면 과거 산업화를 시대를 선도한 공업도시라는 다소 ‘올드’한 이미지로 와 닿는다.

“지난 40여 년 동안 국가산업단지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어온 주역이다. 그 중요한 원동력의 하나가 박정희 대통령이 주창한 새마을운동이기도 하다. 말대로 구미는 이제 도시 이미지에 대대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

미래 구미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녹색환경과 문화교육이 조화를 이루고 인간과 자연, 첨단 산업이 공존하는 도시가 구미의 미래상이다. 올해로 10년째 구미시장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요즘은 구미를 ‘기업하기 좋고, 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시켜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음을 느낀다. 특히 산업분야에서의 혁신이 절실하다. 2006년 구미 시장 첫 재임 후 시작된 5공단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면 산업용지가 대폭 확장된다. 그 큰 그릇에 어떤 알찬 내용물을 담을지를 줄곧 고민해왔다. 전자의료기기, 자동차부품, 3D프린팅, 신재생에너지, 부품소재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을 확충, ‘구미 수출 500억 달러 시대’를 준비해 나갈 것이다.”

대한민국 탄소산업의 중심지로 우뚝 선다


▎일본 도레이첨단소재(주)의 탄소섬유공장 1호기 준공 및 2호기 기공식이 2013년 4월 구미 4공단에서 개최됐다. / 사진제공·구미시청
자연친화적 요소도 강화한다고 들었다.

“탄소 제로 도시를 목표로 1천만 그루 나무심기, 낙동강 명품 수변 도시를 향한 둔치 개발 프로젝트 등 세부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녹색, 환경도시의 기반을 조성해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도시의 밑그림을 그릴 것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방안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흔히 구미 하면 IT(정보기술), 전자산업, 한국의 실리콘밸리, 모바일, 디스플레이, 섬유산업단지 등을 떠올릴 것이다.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구미는 산업은 특화돼 있는데 범위가 좁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노키아와 소니처럼 시대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면 퇴락하기에 산업 다각화를 통해 공단의 지도를 다시 그려왔다.”

그렇게 해서 달라진 산업지도가 궁금하다.

“옛 금오공대 자리에 금오테크노밸리를 조성해 그동안 취약 분야로 지적돼온 R&D(연구개발)시설을 확충했다. 또 신재생에너지, 전자의료기기, 3D프린팅, 국방산업 등 신성장 산업을 다각도로 유치했다. 2014년 12월에는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금오테크노밸리에 들어서 지역 중소기업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다. 또 탄소 전용 산업 단지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2006년 구미시장 취임 후 시작한 5공단 조성사업은 어느 정도 진척을 봤나?

“5공단은 산동면과 해평면 일원 934만㎡(283만 평)에 조성 중이다. 현재 공정율이 50%를 넘어섰고, 향후 기계 및 장비, 의료, 광학기기 등의 메카트로닉스 산업과 각종 신소재, 자동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산업이 들어설 예정이다. 여기에 탄소소재 세계 1위 기업인 일본 도레이사가 16만 평 부지에 1조6천억원 상당의 투자의향을 밝혀왔다. LG디스플레이와도 1조500억원의 신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또 20만 평 규모의 ‘융복합 탄소 성형 클러스터’가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돼 대한민국 탄소산업 중심지로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공단 조성과 활발한 해외기업 유치를 통해 수출 500억 달러 시대를 열겠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굴뚝, 회색, 연기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도 없지 않았다. 이런 인식을 불식하고자 구미시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들었다.

“그렇다. 2006년 취임과 동시에 ‘일천만 그루 나무 심기 운동’을 시작했다. 2015년까지 10년 동안 도심 곳곳에 일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장기 프로젝트다. 11월 4일 10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 기념식을 가졌다. 총 1천21만3천 그루의 나무를 심어 목표의 102%를 달성했다.”

그래서 도시의 표정이 얼마나 밝아졌나?

“봄·여름이면 구미의 도심 곳곳이 녹색 물결로 넘실거리고, 가을이면 색색의 낙엽이 거리를 수놓는 아름다운 도시로 변모했다. 외지인들도 ‘구미가 이렇게 아름다운 경관을 가지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 ‘산업도시인데도 쾌적하고 자연미가 넘쳐 인상적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는 등 기대 이상이다. 2014년 산림청이 주관하는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에서 전국 1위(최우수) 수상 등 총 7차례의 우수기관상 수상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었다. 특히 인동 도시숲과 송정 철로변 도시숲, 도리사 진입로는 2012년 산림청의 ‘한국의 아름다운 가로수 62선’에 선정돼 구미시의 명물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구미 시민들이 나무를 심어 도시가 변화한다는 사실을 체감한다는 점이다. 더 푸르고 쾌적한 도시로 거듭나는 과정을 지켜보라.”

인력난에 허덕이다


▎구미시는 주민들의 동질감을 높이기 위한 시민 책읽기 운동을 9년째 벌여오고 있다. / 사진제공·구미시청
앞서 언급한 낙동강을 배경으로 한 수변도시 프로젝트는 꽤나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곳이 바로 우리 구미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구미 낙동강 39㎞ 구간에 걸쳐 둔치에 사용가능한 면적이 8.7㎢(263만 평)에 달한다. 시민들의 의견을 토대로 세운 계획이 ‘낙동강 7경(景) 6락(樂)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다. 구미 낙동강 둔치에 7개의 특화지구와 6개의 즐거움이 있는 시민공원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사례를 든다면?

“‘수상 레포츠 체험센터’가 새해 6월에 준공된다. 이곳에는 수상 레포츠 기반시설인 계류장과 경사로, 체험센터 1동이 들어서고 딩기(Dinghy)요트, 카약, 수상자전거 등 다양한 수상 스포츠 체험을 제공한다. 또 파크골프장, 유소년 체육시설(야구장, 축구장, 농구장) 등의 ‘낙동강 동락지구 체육시설’과 국내 최고 높이의 번지점프, 스캐드다이빙, 스카이X(빅스윙) 등 익스트림 레저스포츠 시설도 구비할 예정이다. 낙동강 체육공원 안에는 오토캠핑장 등 162면 크기의 캠핑 부지와 물놀이장, 하천 생태 관광탐방로(16㎞)등이 들어선다. 상상 속의 구미 모습이 이제 하나둘 실현된다.”

인구 43만 명을 헤아리는 구미시민의 평균 연령은 35세로 아주 젊은 편이다. 지난 40여 년간 내륙 최대의 산업단지로 한국 수출산업의 견인차 노릇을 하는 과정에서 타지의 젊은 노동력이 많이 유입된 결과다. 외지인이 전체 인구의 80%에 이른다. 남 시장은 “철저하게 능력으로 성공한다는 면에서 기회의 나라 미국과 유사하며 인구 구성도 전국 팔도 사람이 다 모이는 서울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끼리끼리 문화라든가 토호세력의 텃세가 없다는 점도 타 도시와 구별된다. 한마디로 젊은이들이 꿈을 키우고 펼치는 도시라는 게 그의 자랑이다. 나아가 ‘대구광역권 철도망 구축사업’이 완료되면 대구의 유휴 노동력을 구미가 활용함으로써 구미와 대구가 상생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광역권 철도망 구축사업’이 구미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구미공단의 인프라 확충과 기업 경쟁력의 강화 측면에서 총력을 기울여온 사업이 바로 ‘대구광역권 철도망 구축사업’이다. 지난 7월 21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대구광역권 철도망 구축사업’은 구미~대구~경산 간 총 61.9㎞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총 1255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며, 정차역은 모두 9개 역이다. 기존에 있던 구미·왜관·대구·동대구·경산역 외에 사곡·왜관공단·서대구·원대역 네 곳이 신설된다. 사업이 완료되면 소요 시간은 구미~대구 30분이면 족하고 구미~경산도 43분에 주파한다. 구인난을 겪는 구미와 구직난이 심한 대구가 상생하는 모델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구미 인구가 대구로 빠져나갈 염려는 없나?

“구미가 대구의 많은 유휴인력을 활용하는 효과에 주목한다. 대구의 많은 인력이 구미로 출퇴근하게 되는 것이다. 또 구미에 부족한 교육과 문화시설을 이웃 도시 대구를 통해 보완한다면 더 많은 기업체와 고급 인력이 구미로 유입되는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

‘한 책 하나구미 운동’ 또한 색다른 느낌을 준다. 올해로 9년째 진행된다고 들었는데 어떤 효과를 낳았나?

“앞서 지적했듯이 시민의 80% 정도가 외부에서 오신 분들이다. 이 운동은 시민이 하나되는 연대의 힘을 모으자고 시작한 운동이다. ‘한 책 하나구미 운동’은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을 통해 구미시 구성원으로서의 동질감을 키우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 시작된 ‘원 시티 원 북(One city one book)운동’을 벤치마킹했다. 먼저 시민들의 추천과 투표를 통해 1년 동안 함께 읽을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그 다음 선포식 및 독후감 공모전, 작가초청 강연회, 독서 토론회 등을 통해 책의 내용을 공유하고 소통한다. 첫해인 2007년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저)을 필두로 올해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설흔 저)까지 청소년 도서에서부터 인문학도서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 읽기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독서량과 의식 수준도 많이 향상됐다고 자부한다.”

새마을운동의 고장에서 책 읽는 도시로

구미시 상모동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었고, 특히 중국인과 중국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다고 들었다. 글로벌 관광명소로의 발전 가능성도 있는가?

“국제적으로 새마을운동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새마을운동과 박정희 대통령의 뿌리가 있는 우리 구미시를 찾는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의 주요 방문 코스로 중국 TV방송에서도 취재를 다녀갔다. 대표적인 곳이 생가 바로 옆에 자리한 ‘민족중흥관’이다. 박정희 대통령 관련 유품과 업적이 전시된 홍보관으로 2013년 1월 15일에 건립됐다. 연평균 7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올 만큼 구미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권 최초로 하이퍼 돔 스크린을 설치해 대통령의 업적을 생생한 영상으로 재현하여 관람객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 2006년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박대통령 생가주변 공원화사업’의 일환으로 생가 인근에는 추모관과 공원 등이 조성되고 있다. 이곳에는 2011년 11월 14일에 제막한 박 대통령의 동상이 서 있다. 이 모든 것이 완료되면 생가 인근에는 총 10만 평 규모의 거대한 박정희 대통령 테마파크가 그 위용을 드러낸다. 새마을운동과 박정희 대통령을 구미를 대표하는 글로벌 문화·관광 콘텐츠로 집중 육성해나갈 계획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좌우명은 뭔가?

“행정의 좌우명을 ‘不二過(불이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로 삼고 있다. 앞만 보고 가는 사람은 100% 실패한다. 뒤만 보고 가는 사람도 어리석다. 좌우를 다 살펴야 한다는 게 평소 내 생각이다. 성층권에 올라가 45도 비스듬한 각도에서 내 자신을 내려다보는 훈련을 끊임없이 해왔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내가 펼치는 행정도 객관적으로 보려 한다. 행정을 역사적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어떤 일에 몰입하다 보면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세상물정도 모르는 바보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반경 10㎞를 둘러보는 트인 시야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평소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6월 구미시 평생교육원에서 실시한 생활독서법 특강은 EBS 교육방송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쓰레기 소각장, 매립장, 화장장과 같은 기피 시설도 미루지 않고 재임 중에 다 완성할 것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고향, 공직입문, 구미시장 3연임 등 거의 판박이 행로를 걸어왔다.

“김 지사의 구미시장 시절 부시장으로 2년 7개월을 모시면서 단단히 배웠다. 나는 성격이 좀 강한 편인데 김 지사는 타고난 성품이 훌륭하시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사진 김현동 기자

201601호 (2015.1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