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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리포트] 사드 후폭풍, 중국 내 혐한(嫌韓) 수위는? 

“군자( 君子)의 복수는 십 년도 늦지 않다” 

신경진 베이징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조국 앞에 아이돌은 없다” 사드배치 결정 후 한 설문조사(32만 명 대상)에서 중국인의 87%가 ‘한류(韓流) 제한’에 찬성… 2015년 2273억 8000만 달러이던 양국 간 교역액이 10년 전(2006년 1341억 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리란 비관적 예측도 나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 정가는 한미(韓美)와 일전을 불사할 정도로 강경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 불똥이 정치권뿐 아니라 산업·문화 전반에까지 튈 조짐이 감지된다. 중국 내 언론들의 대한(對韓) 강경대응 주문이 잇따르는 가운데 미디어·연예·관광 분야에서도 냉기류가 흐른다. 그 찬 기운이 중국발(發) 폭풍우를 몰고 올까?


▎9월 4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린 중국 항저우 국제전시장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악수를 한 후 함께 이동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사드에 대한 입장차를 보이면서도 확전은 경계했다.
수교 24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가 고난도 시험대에 올랐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국가안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1월 6일 북한은 4차 핵실험을 단행한다. 미국 대선이 실시되는 해를 기회삼아 핵 무장을 완성하겠다는 취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 실험 1주일 뒤 사드를 처음 거론했다. 1월 13일 신년 대국민담화 직후 기자의 질의 응답에서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문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해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나갈 것”이라며 “오로지 기준은 그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핫라인을 타진했다. 중난하이(中南海: 베이징 자금성 옆에 있는 당·정 최고지도부 집단 거주지)는 당시 청와대의 이런 움직임을 거부했다. 한 달 가까이 지난 2월 5일에서야 양국 정상 간에 통화가 이뤄졌다. 시 주석은 비핵화·평화안정·대화 협상이라는 한반도 3원칙을 재차 확인한 뒤 “한반도는 핵을 가져서도, 전쟁이나 혼란이 발생해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내부 검토 끝에 내놓은 “전쟁도 혼란도 안 된다”는 ‘생전생란(生戰生亂) 불가론’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2013년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자 양제츠(楊洁篪) 당시 외교부장이 3월 양회 기자회견서 언급한 가이드라인이다. 이번에는 시 주석의 발언이란 점에서 무게감이 달랐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 마지노선을 의미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국의 사드를 포괄한 개념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시 주석의 경고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중 정상의 통화 이틀 뒤(2월 7일)에 장거리 탄도 미사일까지 발사했다. 이날 오후 한국의 국방부는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한 공식 협의의 시작을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했다”는 공동발표문을 내놨다. 사드 배치에 대한 요청도, 협의도, 결정된 바도 없다던 기존의 ‘사드 3불 정책’을 공식 폐기한 것이다.

중국은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전면에 나섰다. 2월 12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 중이던 왕 부장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사드를 중국을 겨냥한 ‘칼춤’에 비유했다. 그는 “항우(項羽)의 사촌 항장이 칼춤을 추는 진짜 이유는 유방(劉邦)을 죽이려는 것(項莊舞劒 意在沛公·항장무검 의재패공)”이라며 항우의 책사 범증(范增)이 유방을 살해하기 위해 마련한 <사기(史記)> 홍문연(鴻門宴)의 성어를 인용했다. 한 나라의 외교 수장이 미국을 항우, 한국을 범증의 수하인 항장에 비유한 것이다.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수위의 발언이었다. 한국 정부는 항의하지 않았다.

왕이, “항장이 칼춤 추는 진짜 이유는”


▎1. 윤병세 외교장관과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은 사드 문제가 불거진 직후부터 수 차례 국내외 외교무대에서 큰 입장차를 나타냈다. 8월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아베 신조(安培晉三) 일본 총리공관에서 총리 면담을 앞두고 왕이 부장이 윤 장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 2.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시사잡지인 <환구인물(环球人物)>은 8월 6일자 표지인물로 왕이 외교부장을 내세웠다. 시진핑 주석을 대신해 중국정부의 사드 관련 강경 입장을 펼치고 있는 왕이는 중국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관으로 통한다.
시진핑 주석과 1953년생 동갑인 왕이 부장은 거침없는 ‘시진핑 외교’의 충실한 집행자로 평가받는다. 레토릭과 제스처 하나하나에 외교적 함의를 담는 데 능숙하다. 중국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장관이다.

7월 8일 한국 정부가 전격적으로 사드 배치를 선언하자 스리랑카 콜롬보를 방문 중이던 왕 부장은 “우리는 (사드 배치) 배후의 진짜 의도를 물을 완전한 이유와 권리를 갖고 있다”며 한·미를 강하게 압박했다. 왕 부장은 7월 12일 남중국해 분쟁을 둘러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이 중국에 불리하게 나오자 일단 남중국해 외교에 집중했다. 그는 결국 7월 25일 라오스 비에티안에서 열린 동아시아지역안보 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서에 남중국해 문제를 제외시키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사드를 염두에 둔 남북 ‘차별’ 외교를 펼쳤다. 북한 이용호 외무상과 같은 비행기로 라오스에 도착한 왕 부장은 북·중 회담장에서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이용호를 회담장으로 안내했고 환한 미소로 회담을 진행했다. 이어진 윤병세 장관과 한·중 외교회담서 왕 부장의 태도는 돌변했다. 윤 장관 발언에 손사래를 치거나 턱을 괸 채로 발언을 듣는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행동을 했다는 게 동석자의 얘기다.

왕 부장의 태도는 8월 24일 일본 도쿄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열린 한·중 회담서 크게 바뀐다. 이날 왕 부장은 “한국이 냉정하게 이해득실을 따져 중국과 함께 나아갈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두 나라가) 각각 제 갈 길을 가서는 안 된다”며 역사서 <북사(北史)>에 나오는 고사 ‘분도양표(分道揚鑣)’를 인용했다. ‘분도양표’는 중국 남북조시대 북위(北魏) 효문제(孝文帝)의 발언에서 나왔다. 당시 감찰을 총괄하는 민정수석 격인 어사중위(御史中尉) 이표(李彪)가 어느 날 길을 지나고 있었다. 낙양(洛陽) 시장 격인 경조윤(京兆尹) 원지(元志)와 마침 같은 길에서 마주쳤다. 이표보다 직급이 낮은 원지였지만 부친이 효문제의 생명의 은인이라 꿀릴게 없었다. 둘은 서로 먼저 지나가겠다며 맞섰다. 황제가 나섰다. 시비를 가리기 싫었던 효문제는 “낙양은 내 도읍이니, 길을 나눠 수레를 몰도록 하라. 지금부터 길을 달리 다녀야 한다(洛陽 我之豐·沛, 自應分道揚鑣自今以後 可分路而行)”고 지시했다.

사드로 한·중이 ‘분도양표’해선 안 된다고 한 왕 부장은 “두 나라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해결책을 함께 찾아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왕이의 발언은 9월 4~5일 항저우(杭州)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의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을 위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나팔수’ 환구시보와 인민일보·신화사의 ‘협박’


▎배우 유인나 씨가 중국 후난TV 드라마 <상애천사천년2: 달빛 아래의 교환>에서 중도하차하자 일각에서는 ‘사드 보복’ 현실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한편 중국 언론도 사드 문제에 적극 나섰다. 신중국을 세운 마오쩌둥(毛澤東)은 진짜 군대를 창간쯔(槍杆子·총대), 언론 매체 종사자를 비간쯔(筆杆子·붓대)라 불렀다. 1927년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말한 마오쩌둥이지만 자신은 총을 들고 나서지 않았다. 대신 붓을 들어 전쟁을 지휘했다. 사드가 불거지자 중국 공산당의 ‘비간쯔’가 앞장서 불을 뿜은 이유다.

국수주의 논조로 유명한 인민일보 산하의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앞장섰다. 2월 19일 언론사 시찰에 나선 시진핑 주석이 인민일보에 들려 진열된 여러 신문 중 <환구시보>를 꼭 집어 “내 사무실에도 이 신문이 있다”고 거들면서 위상이 더 올라갔다. 중국의 ‘나팔수’이자 ‘거친 입’인 환구시보는 7월 8일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이 나자마자 웹사이트 환추왕(環球網)에 사설을 게재하고 다섯 가지 ‘보복’을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첫째, 사드가 배치될 한국 행정구역과 관련 기업이나 기관과 경제적 협력과 교류 중단. 둘째, 사드 배치에 찬성한 정치인의 중국 입국을 제한하고 그 가족 기업 제재. 셋째, 인민해방군은 사드로 인한 전략적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연구하고 사드 포대를 미사일로 조준할 것. 넷째, 대북 제재가 동북아 정세에 끼치는 장기적 영향을 재평가해 사드와 균형을 맞출 것. 다섯째, 한미의 사드 배치가 불러올 영향을 상쇄하기 위한 중·러 연대 방안을 검토하라”는 내용이다. 같은 달 13일 한국 국방부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 확정을 발표하자 환구시보는 성주군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사설을 싣고 반한 여론을 선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나섰다. 7월 말 열린 라오스 ARF 회의로 남중국해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판단하면서다. 한국 필진을 우선 앞세웠다. 7월 25일자 3면에 김충환 전 청와대업무혁신비서관의 ‘우리는 사드 배치를 강력히 항의한다’는 칼럼을 게재했다. ‘중국의 목소리’란 뜻의 국제논평인 ‘종성(鐘聲)’ 코너는 ‘사드 배치는 동북아 평화를 위협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4회 연재했다. 이상만 경남대 교수의 사드 반대 칼럼도 실렸다. “미국과 한국은 거만한 조치(狂妄之擧)가 불러올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폭락을 사드 탓으로 돌리며 비판했다. “7월 넷째 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응답자 60.7%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며 “20대 젊은 층 지지도는 10%대로 폭락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실명 비판에 한국정부가 나섰다. 정부 관계자가 “인민일보가 사드 배치는 이 지역의 전략적 균형과 중국의 안보이익을 해친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인민일보가 7월 중순부터 복수의 한국 전문가에게 원고를 청탁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칼럼 원고 청탁을 받았지만 글이 게재되지 않았던 한 교수는 “인민일보로부터 한국에서 여러 반발이 강해서 저를 배려한 차원에서 기고문을 싣지 않기로 했다며 양해를 구해왔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토로했다. 인민일보가 한국 내 반(反) 사드 여론을 조장하려는 글만 취사선택 했음이 드러난 대목이다.

국무원 산하 조직이면서 당 중앙선전부 직속인 관영 신화사도 나섰다. 신화사는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7회 연속 사드 반대 평론을 실었다. ‘7론(七論)’으로 불린 신화사 연재 칼럼 제목은 하나같이 위협적이었다. ‘한국의 사드 배치는 반드시 스스로 악과를 초래하는 것’, ‘한국은 (중국을 겨냥하는) 미국의 총을 자임해선 안 된다’, ‘미국의 미사일방어 패권이 동북아에 해를 끼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동북아 안보에 위해를 끼치는 독약’, ‘한국의 사드 도입은 중·한 상호 신뢰와 협력을 엄중히 파괴한 것’, ‘목린우호(睦隣友好: 이웃과 사이 좋게 지낸다)는 한국 안보의 가장 아름다운 보장’, ‘중·러 전략 안보 이익 수호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 등이다. 안치영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신화사 ‘7론’은 63년 중소논쟁 당시 덩샤오핑(鄧小平) 주도로 작성된 9통의 소련공산당을 비판한 편지 ‘9평(九評)’에 비견된다”며 “중국인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재구성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수비자 중단, 한류 제한령… 제재 몸풀기


▎사드배치 논란 후 현재까지 중국인 관광객 동향에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여행업계 내에서는 양국 정부의 대응에 따라 그 수가 언제 급감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 노동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 4월 30일 서울 명동의 화장품 매장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늦지 않다(君子報讐 十年不晩)”는 속담처럼 중국의 보복은 길고 집요하다. 무소속 윤종오 의원이 공개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의 ‘사드배치에 대한 동향’ 보고서는 한국 경제계의 우려와 중국의 ‘행동’을 잘 보여준다.

7월 14일자 보고서에 따르면 수산물을 취급하는 상하이 S 협회는 “현재 한국산 선어(鮮漁) 통관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드배치로 인한 해당 비관세장벽 해소는 더욱 어려운 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18일자 보고서는 “9월 말 한국서 개최 예정인 ‘Korea Sale Festa’ 행사 관련, 중국의 해외직구 쇼핑몰 W사는 당초 온라인 한국상품 판촉전에 적극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정세 요인으로 불참키로 결정했다”고 적시했다. 담당자는 전화 통화에서 “최근 한국과 중국간의 정치·외교적 문제로 해당 행사 참석이 적절치 않은 것으로 내부 회의를 통해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7월 20일 해외한인무역인협회(OKTA) 베이징지회는 중국이 여성 대표를 선발해 외국 방문을 추진하는 사업인 ‘Miss Global Tour’ 행사를 11월 한국에서 처음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사드 이후 변경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한류에 대한 제재도 확인됐다. 8월 5일자 주간보고에 따르면 중국 국제라디오방송국(CRI)를 인용해 “광전총국(라디오·방송·영화산업을 관리하는 국무원 직속기구)은 한국 연예인의 중국 내 활동을 제한할 계획이 있으나 ‘금지’가 아닌 심사를 엄격히 하고 한국 연예인의 출연을 줄이는 ‘조정’임을 강조했다”고 적시했다.

‘한한령(限韓令)’으로 불리는 한류 제한령은 사드배치 발표 직후부터 업계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 베이징 한국 대사관을 위시해 경제부처가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이며 올해 유럽연합으로부터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경제제재는 없을 것”이라고 연일 주장할 때였다. 한한령은 8월 6일로 예정됐던 수지·김우빈 주연의 KBS2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중국 팬미팅 취소로 공개됐다. 중국 동영상 업체 유쿠(優酷)가 ‘불가항력’을 이유로 행사를 잠정 연기하면서다. SNS를 중심으로는 빅뱅·엑소 중국 활동 금지, 한국 아이돌 가수의 1만 명 이상 공연 불허, 신규 한국문화산업회사 투자 금지, 이미 계약된 것 이외의 한국방송물(합작 및 사전 제작 포함) 방영 금지, 한국배우의 중국 드라마 출연 금지 등 지침을 내렸다는 루머가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항저우 G20 정상회담이 개막한 9월 4일 한한령을 일부 매체가 다시 보도했다. 10월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 방영할 예정인 이영애 주연의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의 광전 총국 심사가 미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9월 중으로 한류를 제재하는 정책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 나왔다.

中 네티즌, “조국 앞에 아이돌은 없다”


▎미군이 실시한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의 시험 발사 장면.
이런 가운데 베이징 <신경보>의 연예 전문기자는 8월 초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한한령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참가자 32만 명 가운데 87%가 찬성을 표명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조국 앞에 아이돌은 없다”, “다시는 ‘습니다’를 듣고 싶지 않다”며 반한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천사오펑(陳少峰) 베이징대 문화산업연구소장은 “한국 문화산업은 수출이 70%를 차지하며 중국이 절반을 차지한다”며 “중국의 대(對)한국 문화 무역에서 적자폭이 컸던 것은 우호관계로 인한 양보 때문이지만 이 관계가 깨지면 상황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 파문도 이어졌다. 8월 3일 서울 주한 중국대사관은 한국인을 상대로 복수비자 발급을 위한 초청장 대행 중국여행업체의 자격을 취소했다. ‘중국 복수비자 발급 중단’은 네이버 인기검색어로 떠올랐다. 누구나 사드 보복 조치로 여겼다. 편법 조치를 끝낸 ‘준법투쟁’에 항의 여지가 없었다. 이후 별지 관광비자 중단설도 나왔다. 한국인의 방중을 힘들게 만들어 중국이 경제적 손해를 입을 수 있어 ‘제재’와는 거리가 먼 조치에 해석이 엇갈렸다. 여행산업과 화장품 업계가 다음 차례라는 전망도 나왔다.

8월 9일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의원 6명이 좌담회를 가진 싱크탱크 판구연구소(盤古智庫)는 사드로 한·중 양국 무역 규모가 10년 전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량치둥(梁啓東) 랴오닝사회과학원 부원장은 한반도 사드배치는 지난 2015년 2273억8000만 달러였던 양국 교역액이 2006년 1341억달러 수준으로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는 글을 판구연구소 SNS 매체를 통해 8월 6일 발표했다.

중국 고위 인사의 방한도 속속 취소됐다. 한팡밍(韓方明) 상하이 정치협상회의외사위원회 부주임 일행이 한국 모그룹 방문 및 교류 행사를 취소했다. 8월 둘째 주 난징(南京)시는 당서기의 9월 하순 방한 일정 취소 가능성을 전해왔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 한 전시회 개막식 커팅식에 참석한 무역관장은 현장에서 돌연 취소 통보를 받는 일도 벌어졌다.

유커(遊客·중국인 해외 관광객)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의 관광업계도 태풍 전야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중국의 한국 여행객 증가율이 약간 줄어들고 있지만 여행객 수는 역대 최고치”라며 “아직 직접적 피해가 있다고 해석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유커의 무기화’는 대만에서 현실화됐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출범한 5월 대만을 찾은 유커는 32만7254명으로 전 년 37만2766명 보다 12.2% 감소했다. 6월에는 11.88%, 7월15.03% 줄었다. 7월 19일에는 유커를 태운 관광버스 화재사고로 승객 26명이 전원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급기야 8월 24일 중국 단체관광 전문 창세기(創世紀)여행사가 도산했다.

이런 가운데 9월 5일 기대를 모았던 박근혜-시진핑 항저우 정상회담은 실패했다. 박 대통령이 “나의 넓지 않은 어깨에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밤잠을 자지 못하면서 이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며 사드 배치 불가피성을 역설했지만 소용없었다. 북핵 문제 해결 후 철수를 약속한 ‘조건부 배치론’도 무시당했다. 시진핑 주석이 “사드 반대”를 명확히 하면서다. 중국 정치에서 최고지도자의 발언은 절대적이다. 시 주석은 지금까지 총 5차례 ‘사드’를 직접 언급하거나 사드 반대가 명시된 문건에 서명했다.

첫 번째 언급은 올해 3월 31일 워싱턴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자리다. 시 주석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사드의 한국배치를 처음 반대했다. 단 정쩌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기자회견서 시 주석의 발언을 밝혔을 뿐 외교부 공식 발표문에는 ‘사드’가 포함되지 않았다. 같은 날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사드는 언급되지 않았다. 시 주석은 대신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취해선 안되며, 지역 내 국가의 안보이익과 전략 균형에 손해를 끼쳐선 안 된다”고 간접 촉구했다.

두 번째는 6월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베이징에서 체결한 ‘전 세계 전략적 안정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서명하면서다. 서명문은 “역외 세력이 억측을 구실로 유럽에 ‘이지스 시스템’을 배치하고 아·태 및 동북아 지역에 ‘사드 시스템’을 배치하는 데 중·러는 강렬히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6월 29일에 베이징을 방문한 황교안 총리를 만나 “한국이 중국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중시해 미국의 한국에 사드배치 문제를 신중하고 원만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밝힌다.

9월 3일과 5일 항저우 G20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다시금 “사드 반대”를 분명히 했다. 지난 3월 워싱턴에서 가진 양자회담에서 발표문에서는 제외하거나 언급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더욱 강경해진 입장 변화다.

“항저우 모멘텀은 없었다.” 안치영 인천대 교수는 이에 대해 “사드 문제가 안보 문제이자 동시에 최고지도부의 체면(面子)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실 이익에 최고지도자의 체면 문제가 더해짐에 따라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더욱 강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드 딜레마, 싱가포르 3원칙 참고해야”

9월 5일 한·중 정상회담 후 중국 외교부는 “박 대통령은 관련 문제에 대해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자고 밝혔다”로 끝맺는 발표문을 내놨다. 한국과 소통의 끈까지 놓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왕이 외교부장의 ‘분도양표 불가론’이 아직 유효함을 뜻한다. 사드 종착역을 어디이며 어떤 대비책이 필요할까?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싱가포르 3원칙을 참고하라”고 말한다. 지난 8월 21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독립 기념 행사 연설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익’을 위한 처방을 내놨다. 한국이 사드 딜레마에 빠진 7월 초 PCA의 남중국해 판결로 싱가포르는 남중국해 딜레마에 빠지면서다.

리 총리는 3원칙을 말했다. 국제법은 지켜져야 하고, 항행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며, 아세안은 단결해야 한다는 요지다. 첫째, 국제법이 무시되고 국제관계가 ‘힘이 곧 정의’에 따른다면 싱가포르 같은 소국은 생존 기회조차 없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믈라카 해협과 남중국해 사이에 위치한 싱가포르로서는 어느 한쪽이라도 봉쇄는 곧 죽음이다. 셋째, 500만 싱가포르가 못하는 일을 6억 아세안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분열된 아세안은 그 즉시 존재 의미를 상실해서다. 리셴룽 총리는 이 연설 도중 혼절했다. 국민과 소통을 위해 혼신을 다했단 증거다.

“한국의 사드배치는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의 8월 25일 발언이다. 사드가 한반도에 들어오는 순간 중국발 ‘폭풍’은 거세게 불어올 기세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최대 위협은 국론 분열”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한국 국민성을 잘 알고 있다. 섣부른 대응이 어리석은 행동이 될 것임을 깨닫게 하려면 국론 통일이 선결 조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국내 언론의 과도한 제재 우려를 우려했다. 그는 “중국 당국조차 한국 언론의 보도와 중국 매체의 재인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며 “항저우 G20 이후 바뀐 것이 없는 상태에서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기업을 돕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손인주 홍콩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중정책이 한국에 중요한 고려 요인”이라며 “중국의 강경외교가 계속되면서 워싱턴 내 온건 지중파의 기반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 교수는 “2010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과정에서 미국 조지 워싱턴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을 놓고 생긴 한·미·중 3국 갈등과 사드배치 국면이 무척 유사하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사드 배치 이후 열릴 ‘판도라 상자’에 대비한 치밀한 대비와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 신경진 베이징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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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호 (201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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