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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김정은과 아사드는 이란성쌍둥이? 

북한과 시리아는 어떻게 미국 눈밖에 났나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서방국가 유학, 장남 승계 파기한 부자 세습, 군부 충성 등 공통점… 북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고 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제공하기도

▎서방권에서 공부하고 독재 권력을 휘두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과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는 ‘김일성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시리아 정부는 2015년 8월 31일 북한의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넓이 9000㎡(2700평) 규모의 공원을 조성하고 김일성공원이라고 명명했다. 당시 공원 개관식에는 파이살 미크다드 시리아 외무차관과 장명호 시리아 주재 북한대사 등이 참석했다. 시리아와 북한 대표단, 대사관 직원과 가족으로 추정되는 한복 차림의 북한 여성들이 인공기를 들고 박수를 열렬히 쳤다.

미크다드 차관은 축사에서 “김일성 주석은 북한의 해방과 건설을 위해 애쓴 역사적 통치자이자 지도자”라며 “이러한 이유로 그는 시리아에서 추앙받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미크다드 차관은 이어 “북한은 시리아의 대(對)테러전을 지지하는 굳건한 우방”이라고 강조했다. 장명호 대사는 “김일성공원은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 주석에 대한 시리아 바트당과 정부, 인민들의 존경과 사랑의 표시”라면서 “대테러전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승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대테러전은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과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 등과 전투를 하고 있는 내전을 말한다. 시리아 정부가 내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김일성공원을 조성해 대대적으로 개관식까지 개최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시리아와 북한은 1966년 수교한 이후 지금까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생전의 김일성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부친인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이하 하페즈)은 상당히 친분이 두터웠다. 김일성은 1945년부터 1994년 7월 사망할 때까지 북한을 장기 집권하면서 권력을 독점하는 등 개인숭배체제를 구축했던 독재자다. 국방장관 시절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하페즈는 1971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2000년 6월 사망할 때까지 시리아를 철권 통치해온 독재자다.

다마스쿠스의 김일성공원


▎2014년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가 시리아 공습 의결 제안에 손을 들어 표결하고 있다.
두 사람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심장마비로 급사했다. 하페즈는 1974년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과 정상회담을 갖고 시리아와 북한이 군사를 비롯해 모든 분야에서 전적으로 협력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 하페즈는 김일성을 만나고 귀국한 이후 개인숭배를 대폭 강화했다.

북한은 1973년 10월 6일부터 10월 25일까지 일어났던 이스라엘과 아랍 연합군(이집트와 시리아가 주축) 간의 전쟁이 벌어졌을 때 시리아에 군사지원을 했다. 당시 전투는 욤 키푸르(유대교의 속죄일)때 이집트군과 시리아군이 시나이반도와 골란고원을 기습 공습하면서 시작됐다. 이 때문에 욤 키푸르 전쟁 또는 제4차 중동 전쟁이라고 부른다.

골란고원은 1967년 6일전쟁(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이다. 시리아군은 기습작전에 성공해 골란고원 일부를 탈환하기도 했지만 이스라엘군의 반격에 밀려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공방전 끝에 미국과 소련의 개입으로 양측은 휴전했다. 당시 북한 공군 조종사 30명은 전쟁에 참여해 시리아 공군 조종사들을 훈련시키고, 소련제 미그 21기를 몰고 직접 공습에 참여하기도 했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공군 조종사들을 비롯해 탱크부대와 특수부대 장교 등 군사고문단을 시리아에 파견해왔다. 북한은 또 탱크와 소총, 대포, 다연장포 등 재래식 무기들을 대거 시리아에 수출해왔다. 북한과 시리아의 군사 협력은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북한이 시리아에 미사일과 화학무기를 제공해왔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정보국(DIA) 선임 정보분석관 출신인 북한 전문가 브루스 벡톨 텍사스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시리아는 걸프전에 참전하는 대가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받은 20억 달러 중 5억 달러를 들여 1990년대 북한으로부터 스커드-C 미사일 150기를 구매했다”면서 “북한은 시리아에서 미사일 조립시설 두 곳도 지어줬는데, 시리아는 매년 이곳에서 스커드-C 미사일 30∼50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벡톨 교수는 “북한은 시리아의 화학무기와 관련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원했다”면서 “북한은 화학무기와 관련 부품 판매는 물론 시설을 건설하고 군사고문관들을 파견해 필요한 기술과 훈련을 지원을 하는 등 ‘애프터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과 시리아의 군사 협력에 대한 증언은 그동안 여러 차례 나왔다. 시리아 반군 대표단인 고위협상위원회(HNC)의 아사드 알 주비 위원장은 2016년 3월 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시리아 평화회담에서 “북한군 2개 부대가 아사드 정권 편에 서서 반군과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주비 위원장은 “북한군 부대 이름은 ‘철마 1’과 ‘철마 7’로, 반군에게는 치명적으로 위험하다”고 밝혔다.

야권 인사인 부르한 갈리운 시리아 국민위원회 초대의장은 2013년 11월 “북한군 조종사들이 시리아 정부군에 파병돼 반군 공습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일간 <아샤르크 알아우사트>는 2013년 6월 북한이 시리아에 공군 장교 10여 명을 보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터키 정부는 2013년 4월 북한에서 시리아로 가던 리비아 선적 화물선에서 북한제 소총과 권총 각 1400정, 탄약 3만 발, 방독면 수백 개를 적발하기도 했다.

북한 1990년대부터 시리아에 기술자 파견


▎시리아 내전의 최대 격전지인 알레포 소재 우마야드 모스크가 격렬한 전투 끝에 폐허가 됐다.
이런 증거와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이 그동안 시리아에 무기를 수출하고 용병을 보내고, 심지어 미사일과 화학무기까지 제공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때문에 시리아 정부가 김일성공원을 만든 것도 북한의 지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개발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리아에 화학무기 기술자를 파견해 신경작용제 합성방법과 화학무기 투발용 탄두 제조 기술 및 미사일 탑재 기술을 이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국방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화학무기 개발과정에서 시리아와 긴밀하게 협력해온 구체적 정황 증거들이 있다”고 밝혔다. 베넷 연구원은 “2005년 터키에 떨어진 시리아의 스커드 미사일이 북한의 기술을 이용해 공중폭파용 화학무기를 운반하는 미사일이었다”고 지적했다. 베넷 연구원은 또 “2009년 10월과 11월 북한에서 시리아로 향하던 수만 벌의 화생방 방호복과 화학무기 시약이 적발된 것도 이런 협력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리스 정부는 2009년 9월 시리아 라타키아로 가던 북한 선박에서 화학무기 방호복 1만4천여 벌을 압수한 바 있다. 그리스 정부는 또 같은 해 11월 북한으로부터 시리아로 향하던 라이베리아 선적의 화물선의 화물 컨테이너를 압수했는데, 이 속에서 화학무기와 관련된 시약이 든 다수의 앰플을 발견했다.

북한은 시리아 북동부 제2 도시인 알레포 인근 알 사피라라는 곳에 시리아과학연구센터(SSRC)의 비밀군사시설도 건설해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선 2007년 7월 27일 의문의 폭발사고가 발생해 시리아와 이란의 화학무기와 미사일 전문가 수십 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당시 사고로 북한 기술자 3명이 숨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영국의 군사잡지인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 후인 같은 해 9월 26일 시리아 군소식통을 인용해 폭발사고로 VX, 사린가스, 머스터드 가스를 포함한 화학물질이 이 시설 내로 퍼지면서 대량의 인명 피해를 냈다고 보도했었다. 이 잡지는 북한 기술자들이 이곳에서 단거리 탄도 미사일인 스커드C(사거리 500㎞)의 탄두에 머스터드 가스를 탑재하는 실험을 해왔다면서 폭발이 일어난 곳은 화학 무기용 물질이 보관돼 있는 저장소였다고 전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2012년 8월 알 사피라 비밀군사시설 인근에 있는 디라이함 사막에서 전투기와 탱크를 동원해 화학무기가 장착된 폭탄을 투하하는 실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실험에는 북한과 이란의 기술자들이 참여했다고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했다. 시리아과학연구센터는 시리아 정부가 운영하는 비밀군사기관이다. 민간 연구를 하는 곳으로 위장해온 시리아과학연구센터는 화학무기를 비롯해 생물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제조해왔다.

공화정으로 부자 세습에 성공한 아랍 국가


▎2011년 8월 자강도 희천발전소를 방문한 김정일·김정은 부자. / 사진제공·노동신문
시리아 정부와 아사드 정권은 그동안 화학무기를 실전에 사용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비판을 들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3년 8월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의 반군 장악 지역에 사린가스 공격을 감행해 주민 1429명을 숨지게 한 것을 들 수 있다.

당시 아사드 정권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자 화학무기금지협정에 서명하고 모든 화학무기를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군은 지난 4월에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북부 이들리브주의 칸 셰이칸 지역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해 주민 87명이 사망했다. 아사드 정권서 장군을 지내다 2013년 탈주해 유럽에 체류중인 시리아 정부군 전직 장성인 자헤르 알 사캇은 아사드가 화학무기 비축량을 확인하기 위해 파견된 유엔 조사단을 속였다며 최소 수백t의 화학무기를 비밀리에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24일 시리아 과학연구센터 소속 연구원과 직원 등 271명을 무더기 제재하는 조치를 내렸다. 미국 정부는 이들의 미국 내 모든 재산을 동결하고 자국 기업들과의 거래도 전면 금지시켰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단일 제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시리아의 군사협력은 계속 될 것이 분명하다.

국민들을 화학무기로 무자비하게 공습한 아사드와 이복형인 김정남을 VX 테러로 살해한 김정은은 묘하게도 닮은 꼴이다. VX는 사린가스보다도 백 배나 독한 신경작용제이다. 두 독재자는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체제 유지를 위해 자국민을 무차별적으로 인권 유린하고 있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두 독재자는 또 태생부터 정권을 잡은 과정, 미국의 주요 적국이란 점 등에서 싱크로율이 매우 높다. 시리아는 아랍 국가들 중 왕정 국가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부자 세습에 성공한 악명 높은 독재국가이다. 시리아는 이슬람식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지독한 공산주의 체제를 구축해왔다. 게다가 북한은 왕정 국가를 제외하고 유일한 3대 세습 국가다. 레오니드 페트로브 호주 국립대학교 연구원은 “김정은과 아사드가 이념적으로 비슷하진 않지만 공포와 억압을 이용해 각각 지구 반대편에서 비슷한 인구 규모의 국가를 통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두 독재자는 모두 아버지의 급사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권력을 세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65년생인 아사드는 시리아를 30년 간 폭압 통치했던 아버지 하페즈가 2000년 사망하자 34세에 권좌를 승계했다. 1984년생으로 추정되는 김정은도 2011년 말 아버지 김정일이 심근경색으로 숨지자 권력을 이어받았고 이듬해 4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되면서 최고지도자로 등극했다.

둘 다 장남이 아닌 점도 비슷하다. 차남인 아사드는 후계자 수업을 받던 형 바실이 1994년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후계자가 됐다. 하페즈는 장남이 죽고 난 뒤 4남이자 막내아들인 마헤르가 대통을 이을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마헤르의 나이가 27세에 불과했다. 하페즈는 차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사드는 북부 홈스에 있는 군사아카데미에 들어가 군사학을 공부했고 고속 승진 끝에 1999년 1월 육군 대령이 됐다. 하페즈 사망 이후 아사드는 육군 원수와 군사령관 및 집권 여당인 바트당 총재 등의 급조된 감투를 쓴 채 2000년 7월 의회 투표에서 97%의 찬성으로 대통령에 선출됐다.

셋째인 김정은은 이복형제인 맏형 김정남이 2001년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를 위조여권으로 방문하려다 추방당해 아버지의 눈밖에 난 틈을 타서 후계자로 내정됐다. 김정은의 친형제는 형 김정철(36)과 여동생 김여정(28)이 있다. 이들 3남매는 모두 김정일의 세 번째 부인인 고용희에게서 태어났다.

최근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는 “김정철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음악, 에릭 클랩튼에만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철은 김정은의 친형으로 장남 대우를 받으며 자랐으나 김정일로부터 “성격이 유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후 후계자 구도에서 밀려났다. 김정철은 2005년께 남성다운 몸매를 만들기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과다 복용했다가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고 이로 인해 필로폰까지 복용했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은 여동생 김여정과 달리 김정철은 특별한 직책을 맡지 않은 채 감시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안과의사를 꿈꾸던 독재자의 동족 학살


▎2013년 11월 4·25문화회관에서 20년 만에 열린 제2차 조선인민군 보위일꾼대회. 군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기반이다.
아사드와 김정은 모두 서방 국가에서 유학을 했다는 점도 닮은꼴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아사드의 꿈은 안과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다마스쿠스대에서 안과학을 전공하고 1988년부터 1992년까지 다마스쿠스 티스린 군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거쳤다. 이후 영국 런던의 웨스턴 안과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밟던 중 형의 사망으로 귀국하게 됐다. 김정은도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스위스 베른의 국제 학교에서 공부했다. 독일어도 서툴고 학업은 낙제점에 가까웠지만 농구에 상당히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서방 국가들은 아버지 세대와 달리 넓은 세상을 경험한 이들이 집권했을 때 체제를 개혁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들은 서방 국가들의 바람과는 달리 집권 초창기부터 무자비하게 철권을 휘둘렀다.

아사드의 경우 반체제 정치인들을 대거 체포해 고문하는 등 권력을 강화했다. 또 2011년 ‘아랍의 봄’의 영향으로 민주화 운동이 벌어지자 시위에 나선 국민들을 강력하게 탄압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시리아는 내전으로 갈가리 찢긴 채 신음하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2011년 3월 15일 시작된 내전으로 지금까지 32만1358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민간인은 9만6천 명이고, 이 가운데 1만7400명은 어린이다. 민간인들은 대부분 시리아 정부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희생됐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시리아 국민 490만 명이 전쟁을 피해 외국으로 탈출했고, 국내 이재민도 630만 명이나 된다. 국민들의 희생과 고통에도 아사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도 집권하자 자신에 반대하는 당과 군 간부들을 할아버지와 아버지보다 더욱 잔인하게 숙청해왔다. 지난해까지 5년 간 140여 명의 당과 군 간부가 숙청된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 처녀들이 당 간부나 출신성분 좋은 혁명세대 후손이 아닌 기술자나 합영회사 직원한테 시집가는 걸 선호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당과 군 간부는 언제 목이 달아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정은은 2013년 후견인이나 다름없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그동안 주민들을 잔인하게 공개 처형하는 등 잔악한 행위들을 서슴지 않고 자행해왔다.

두 독재자의 정치적 기반도 비슷하다. 아사드는 알라위파와 군부라는 절대적인 충성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알라위파는 이슬람 시아파의 분파를 말한다. 시아파는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사위 알리만을 정통 칼리프(지도자)로 보는데, 알라위파는 한 발 더 나아가 알리를 신격화하고 숭배하는 종파이다.

알라위파는 시리아 전체 인구 2400만 명 가운데 12%에 불과하고, 수니파는 74%에 달한다. 알라위파는 그동안 아사드 가문과 결탁해 정치권력과 경제력을 독점해왔다. 알라위파는 또 군부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군부의 주요 지휘관과 대기업, 금융기관들의 임원들은 대부분 알라위파다. 군부 출신이자 알라위파인 아사드의 아버지 하페즈는 공군 사령관과 국방장관을 역임했고 쿠데타를 일으켜 알라위파로는 시리아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됐다.

알라위파 주민들은 아사드 정권의 운명을 자신들과 동일시하고 똘똘 뭉쳐 전체 인구의 70%인 수니파 주민들에 맞서왔다. 반군은 수니파 주민들로 구성돼 있다. 알라위파 주민들은 반군은 물론 이에 동조하거나 지원하는 수니파 주민들을 적대시해왔다. 아사드 정권이 그동안 학살하거나 무차별 공습한 주민들은 수니파다. 하페즈도 1982년 2월 반정부 봉기에 나선 중서부 도시 하마의 수니파 주민 4만여 명을 학살한 적이 있다.

국제형사재판소 기소 1순위 지도자


▎2012년 시리아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의 두상 입 부위에 신발이 박혀 있다. 경멸과 모욕의 대상이라는 의미다.
김정은도 노동당과 군부가 정치적 기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동당은 지금까지 북한의 3대 세습을 강력하게 떠받들어온 가장 중요한 정치조직이다. 시리아에서 알라위파 출신이 출세하는 것처럼 북한에서 노동당원이 아니면 역시 출세할 수 없다. 노동당원은 북한 전체 인구 (2500만 명)의 7분의 1이다. 군부도 마찬가지다. 군부도 노동당과 마찬가지로 북한 권력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군 간부들은 모두 충성스러운 노동당원들이다.

두 독재자의 또 다른 공통점은 비호하는 강대국이 있다는 것이다. 아사드는 러시아가, 김정은은 중국이 뒷배를 봐주었다. 러시아는 2015년 9월부터 군대를 파견해 아예 내전에 개입하고 있다.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의 내전 개입으로 반군에 빼앗겼던 영토의 상당 부분을 탈환하는 등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어왔다.

실제로 시리아 정부군은 지난해 12월 제2의 도시이자 반군이 점령해온 최대 격전지인 알레포를 수복했다. 시리아는 옛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와 전통적으로 긴밀한 동맹관계를 유지해왔다. 시리아는 지중해 연안의 타루투스항을 러시아에 해군 기지로 제공해왔으며, 러시아로부터 전투기를 비롯하여 각종 무기들을 수입해왔다.

북한은 중국과는 ‘70년 혈맹’이다. 북한과 중국은 1961년 7월 11일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을 체결하고 군사동맹을 맺어왔다. 중국은 북한의 최대 후원국이자 동맹국일 뿐만 아니라 무역거래의 90%, 원유의 90%와 생필품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5차례의 핵 실험과 각종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로 유엔 안보리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제제를 받고 있는 북한이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이유는 중국이 지금까지 대북 제재 조치를 소극적으로 취해왔기 때문이다.


▎2015년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더 꼬여가는 시리아 내전을 풍자한 해외 만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시리아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도 역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학무기를 사용한 아사드와 시리아 정부를 응징하기 위해 공격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 해군 구축함 2척이 지난 4월 6일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59발을 발사해 시리아 정부군의 공군기지를 공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과 북한 정부의 핵과 미사일을 저지하기 위해 선제타격을 비롯해 군사행동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한반도 주변에 항공모함 전단까지 배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아사드와 김정은을 비호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을 강력하게 압박하면서 더 이상 지원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사드와 김정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눈엣가시라고 말할 수 있다. 두 독재자는 자칫하면 미국의 압박 공세로 권력을 잃을 수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공통점은 두 독재자 모두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전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사드는 시리아 내전의 책임자로서 앞으로 전범 혐의로 기소된다면 0순위에 올라 있다. 유엔 시리아 조사위원회가 그동안 시리아에서 벌어진 각종 인권 침해를 조사해 전쟁범죄, 반인륜 범죄의 방대한 증거를 수집해왔다. 김정은도 그동안 각종 반인륜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주장이 제기돼왔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05년부터 매년 3월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 인권결의를 채택해 왔다.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김정은과 아사드는 최근 동병상련의 입장 때문인지는 몰라도 서로 축전을 보내면서 상호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아사드는 지난 4월 11일 김일성의 105돌 생일과 김정은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및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5주년 등을 맞아 축전을 보냈다. 아사드는 축전에서 “양국이 세계의 모든 나라를 복종시키고 자결권을 빼앗으려는 열강들의 야욕에 맞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도 지난 4월 6일 시리아 집권당인 바트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축전을 보냈다. 당시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지던 때였다. 김정은은 축전에서 “시리아에 굳은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면서 “양국의 친선이 반제 자주를 위한 공동투쟁 속에서 맺어졌다”고 밝혔다. 시아 코튼 미국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버림받은 시리아와 북한은 서로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성(二卵性) 쌍둥이’ 같은 두 독재자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1706호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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