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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 아베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내부 스캔들, 정적의 도전… 일본 총리의 권불십년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아베 연루된 학원비리에다 측근들의 잇단 실언으로 지지율 폭락… 한·일 관계, 북한 핵·미사일 등 해외 이슈가 정권의 버팀목 역할

▎아베 일본 총리가 최근 들어 지지율 급락과 선거 참패라는 악재에 직면했다.
7월 7일부터 8일까지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첫 한·일 정상회담을 했다. 전임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단독 회담을 한 것은 취임한 지 2년9개월이나 지난 뒤였다. 이에 비하면 대통령 취임 후 두 달 만에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착수한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과의 실리적인 외교관계 구축을 희망하고 있는 듯이 비친다.

아베 총리는 이미 한국 대통령의 임기인 5년 이상을 일본의 최고 지도자로 군림하고 있다. 전후(戰後) 셋째의 장수 총리로, 총리 재임기간은 전후 자민당을 대표하는 인물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나 정치적 스승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재임 기간보다도 길다.


▎아베 신조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 두 사람의 불화설이 주변에서 나돈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 정상회담에선 오랜 연륜의 베테랑 총리이자 국제 외교의 선배인 아베 총리가, 신임 지도자로서 국제외교 무대에 갓 데뷔한 문재인 대통령을 압도하는 모습이 예상됐다. 그러나 실제로 G20 정상회의에서 참석한 문 대통령은 처음 참석하는 국제회의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깨고 자신감 넘치는 적극적이고 파워풀한 모습으로 자국의 존재감을 피력했다. 이는 6월 말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틀에 걸쳐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지난(至難)의 시험대를 무사히 넘겼다는 자신감 때문일 수도 있다.

이에 비해 아베 총리는 흙빛 얼굴을 하고 큰 고민이라도 떠안고 있는 듯,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으며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부터 딱 10년 전인 2007년 7월, 제1차 아베 정권이 출범한 지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했다. 선거 직후인 8월에 초췌한 모습으로 인도네시아·인도·말레이시아를 연거푸 방문한 아베 총리는 외국 순방 중에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되면서 귀국 후에 사임을 표명했다. 이번 G20 회의에 참석한 아베 총리의 모습은 바로 이 10년 전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다.

한·일 정상회담으로부터 약 한 달 전인 6월 9일 심야에 아베 총리의 신변에 ‘이변’이 생겼다. 이날 아베 총리는 두 번의 만찬을 했다. 하나는 총리 관저에서 이슬람 국가의 주일대사들과의 만찬회인 ‘이프타르(iftar)’를 가졌다. 이프타르란 라마단(단식월) 기간 중 일몰 직후에 가지는 첫 번째 식사를 말하는데, 일본의 외무성은 매년 이슬람 국가의 대사들을 초청해 이프타르 행사를 해왔다. 올해는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이슬람 4개국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직후에 행사를 치렀기 때문에 일본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정보 수집장이 됐다. 무엇보다 카타르는 일본의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결혼 30주년에 불거진 아베 이혼설


▎7월 6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만찬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행사를 마치고 시부야구 도미가야에 있는 자택으로 곧장 돌아가지 않고, 같은 시부야구에 위치한 이탈리안 피자가게인 ‘엔 보카 도쿄(en boca tokyo)’에 들렀다. 이 가게는 아베 총리와 아키에 부인의 오랜 단골집이었다. 이날은 두 사람의 결혼 30주년 기념일로 총리 부부는 예전부터 즐겨 찾던 이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결혼기념일 파티를 한 것이다.

원래 일본 총리에게 사생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날도 많은 기자단이 가게 밖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10시가 조금 지난 시각, 아베 총리 부부가 가게 밖으로 나오자 카메라 기자들이 일시에 플래시를 터뜨렸다. 기자단은 총리 부부를 둘러쌌다. “총리, 결혼 30주년을 맞이하셨는데 결혼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아베 총리와 아키에 부인은 조금 쑥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어 보인 후, 아베 총리가 대표로 대답했다. “글쎄요. 아마도 서로가 상대방을 잘 이해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말을 마친 총리 부부는 대기하고 있던 공용차에 올라탔다. 다망한 일정 중에도 잊지 않고 결혼 30주년을 기념하는 일본의 최고 권력자와 그를 내조하는 우아한 총리 부인, 그야말로 그림에 그린 듯한 부부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평소에 “정치가가 아니면 배우가 되었을 것”이라고 공언해 온 아베 총리다.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 퍼포먼스는 ‘소문’을 잠재우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소문’이란 오래전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두 사람의 이혼설이다. 아베 부부에게 직접 확인한 적은 없지만, 아베 부부의 친구나 지인들에게 질문하면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두 사람은 가면부부(쇼윈도 부부)다. 총리직을 사임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할 것이다.”

실제로 아베 부부에게는 자식이 없으며 두 사람의 사고방식은 물과 기름과 같다. 아베 총리는 잘 알려진 대로 골수 우익 정치인이다. 이에 비해 아키에 부인은 ‘가정 내 야당’을 공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베 총리는 그토록 처참한 교훈을 던져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사고 이후 멈춰 섰던 원자력발전소들의 재가동에 돌입했을 뿐 아니라 일본 원전을 세계에 수출하려고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아키에 부인은 반(反)원자력, 탈(脫)원자력파이며, 이를 주장하는 시민활동가들과 친교를 쌓고 있다. 주일 미군의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 지구로 옮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는 미국 정부와 함께 강경하게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키에 부인은 이전 반대파 그룹의 초청으로 오키나와를 시찰하기도 했다.

사생활에서도 아베 부부는 두 사람만이 같이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날도 두 사람 모두 같은 피자가게에 들어갔지만 부부만 식사를 한 것이 아니다. 아베 총리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으로 인해 술을 거의 마시지 않지만 아키에 부인은 대단한 주당으로 알려져 있다. 총리 부인이면서 치요다구 간다에서 ‘UZU’라는 술집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나는 수년 전, 심야의 총리 사저 앞에서 아베 총리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다가 술에 범벅이 돼 귀가하던 아키에 부인과 마주친 적이 있다. 비틀거리며 술 냄새를 풍기던 부인이 집으로 들어가면서 토할 것 같은 얼굴로 나를 돌아보더니 “기자님 수고하시네요”라고 인사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대로 집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몇 분 후에 다시 등장했다. ‘저렇게 인사불성으로 취해서 어딜 가는 걸까?’ 궁금해진 나는 부인의 뒤를 쫓았다. 그녀는 근처 편의점에서 캔맥주 두 병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술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다.

아베 총리의 친구들에 따르면 도미가야의 아베 총리 사저는 3층 건물로, 1층에는 아키에 부인이, 2층에는 아베 총리가, 그리고 3층에는 아베 총리의 모친인 요코 부인이 살고 있다. 즉 총리 부부는 ‘가정 내 별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6월 9일 밤 10시11분 총리 부부는 사저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베 총리는 2층으로 올라가고, 아키에 부인은 그대로 1층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아베 총리의 습관으로 볼 때 2층으로 올라와서는 바로 목욕을 마친 후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심야에 총리에게 불려간 주치의


▎지난 2월 일본을 방문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오른쪽)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는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장관(왼쪽).
이로부터 몇 시간 후 ‘사건’이 발생했다. 아베 총리의 건강 상태가 급변한 것이다. 심야에 총리의 주치의인 T의사가 총리 자택으로 황급히 불려갔다는 점은 모두의 말과 일치한다. T의사는 신주쿠 시나노마치에 위치한 게이오대병원의 준교수이다. 40대의 젊은 의사지만, 아베 총리의 지병인 소화기내과 질환의 최고 전문가라는 점 때문에 2012년 12월 2차 아베 정권이 발족한 이후 총리의 주치의를 맡고 있다. T의사는 아베 총리의 외국 순방 기간에는 총리와 동행하지만 평상시에는 주 1회 정도 문진을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문진 장소’로 추측되는 곳이 미나토구 롯폰기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이다. 아베 총리는 거의 매주 주말에 이 호텔을 찾는다. 총리의 공식적인 스케줄을 보면 호텔 내의 ‘nagomi 스파&피트니스’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내 동료 기자가 총리가 운동하고 있는 시간에 이 스포츠 센터를 방문했지만 총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알려줬다. 스포츠 센터 직원에게도 확인했지만 “오시지 않았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즉 스포츠 센터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은 위장전술이며, 사실은 호텔 방에서 진찰과 각종 의료검사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기자들 사이에선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 심야의 ‘사건’이 있었던 다음 날인 6월 10일 토요일, 아베 총리는 오전에는 자택에 있었지만 오후 2시18분부터 오후 5시6분까지 3시간 이상이나 이 호텔의 스포츠 센터에서 운동한 것으로 되어 있다.

내과의사에 따르면 궤양성 대장염이라고 하는 병에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일본 정치계는 아베 총리의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6월 18일 폐회된 국회의 후반은 거의 ‘모리토모학원 문제’와 ‘가케학원 문제’가 점령했다. 두 문제 모두 아베 총리의 개인적인 스캔들이다.

아베의 정치생명을 위협하는 학원 스캔들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신헌법 제정 추진대회’에서 연설 중인 아베 총리.
모리모토학원 문제란 아베 총리 부부와 가까운 사이인 오사카 주재의 우익 교육자인 가고이케 야스노리씨가 운영하는 학교법인인 모리토모학원이 지난해 6월 감정가 9억5600만 엔의 공유지를 1억3400만 엔에 사들인 사건이다. 가고이케는 2015년 9월 아키에 부인을 통해 아베 총리로부터 1000만 엔의 기부금을 받은 사실과, ‘8억 엔이나 싸게’ 토지를 매입하는 혜택을 제공받은 사실, 그리고 문제가 발발하자 아키에로부터 입을 다물어 달라는 메일이 왔다는 점 등을 연이어 폭로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의 SNS에서는 ‘손타쿠(忖度) 정치’라는 말이 엄청난 유행어가 됐다. 손타쿠란 중국 고서 <시경>에 나오는 말로 ‘남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린다’는 뜻인데, 관료들이 아베 총리의 눈치를 살펴 총리의 지인들에게 자진해서 혜택을 준 행위를 꼬집은 말이다.

가케학원 문제는 좀 더 노골적인 ‘손타쿠’가 있었다고 보이는 경우다. 아베 총리는 1977년 세이케이대를 졸업하고 1년간 남가주(서던캘리포니아)대에 유학한 적이 있다. 일본에 대한 향수로 무척 외로웠던 미국 유학 시절, 아베 총리의 유일무이한 친구였던 사람이 바로 가케 고타로다. 가케씨의 집안은 3개의 대학과 2개의 전문학교 등 총 7개의 학교를 운영하는 가케학원의 소유주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가케는 가케학원 이사장에 취임, 대학에 수의학부를 설치하고 싶다는 요청서를 문부성에 총 15번에 걸쳐 제출했지만, 수의사 공급과잉을 우려한 일본 정부는 그의 요청서를 전부 기각했다. 그런데 아베 정권이 들어서며 ‘경제특별구 구상’이라는 명목 아래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설치가 전격 허가됐다. 또 37억 엔의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았고 96억 엔의 보조금도 지원받았다. 반면 다른 대학의 수의학부 설치는 일절 허가되지 않았다.

언론은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과정에서 특혜가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아베 총리는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에카와 기히로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이 “총리 관저로부터 문부과학성에 압력을 행사하는 내용의 서류가 왔었다”고 폭로함으로써 국회는 벌집을 쑤신 듯한 소동이 벌어졌다. 국회에서 야당의 매서운 추궁이 벌어지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과거에 가케학원 임원으로 등록돼 보수를 받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통이라면 이 정도로 명백한 스캔들이 터지면 내각은 총 사퇴하고, 차기 총리가 탄생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못한 최대의 이유는 국회에서 야당이 너무나 약세이기 때문이다. 전체 475석의 중의원 의회에서 자민당이 291석을 차지하는 데 비해, 제1야당인 민진당은 95석으로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총 의석수 242석의 참의원 의회에서도 자민당이 126석, 민진당이 50석이다. 지방의회에서도 형편은 비슷하다. 7월 2일 치러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총 127석의 의석수 중 자민당이 23석, 민진당 5석을 차지했다. 일본의 둘째 수도라고 불리는 오사카 의회에서는 총 88석 중 자민당이 25석인 데 비해 민진당은 겨우 1석만을 차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국회의 폐회일인 6월 18일이 되자 회기를 연장하지 않은 채 재빨리 국회를 폐회해버렸다. 이에 따라 모리토모학원 문제와 가케학원 문제라고 하는 아베 총리의 ‘2대 스캔들’은 애매한 상태로 일단 상자 속에 봉인됐다.

한숨 돌리려던 아베 총리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가 날아들었다. ‘최측근’이라고 불리는 인사들의 스캔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 첫 번째는 <슈칸신조> 6월 22일자에 보도된 ‘도요타 마유코 의원 스캔들’이다.

설상가상, 측근들의 실언·결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2012년 12월 2차 아베 정권의 발족 당시, 아베 총리가 직접 뽑은 젊은 후보들이 차례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일본에서는 이들을 ‘아베 칠드런’이라고 부른다. 도요타 마유코 의원이 전형적이다. 1974년 지바현에서 출생한 그녀는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후생노동성에 입사했지만, 정치가를 꿈꾸며 아베 칠드런이 됐다.

<슈칸신조> 보도에 따르면 사이타마현 니이자시에 있는 자신의 선거구를 방문한 차 안에서 운전석에 있던 55세의 정책비서를 향해 도요타 의원은 뒷자리에서 폭행을 가하며 분노의 고성을 질러댔다. “이 대머리XX, 바보XX야, 너 때문에 내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기나 해? XX같은 놈아 죽어버려, 살 가치도 없어!” 마치 야쿠자를 연상시키는 말투로 비서에게 연거푸 독을 뿜어댄 것이다.

일본 국민들은 그녀의 흉폭한 폭언에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이 일로 가장 아연실색한 사람은 그녀의 정치적 아버지인 아베 총리였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스캔들 기사가 나온 당일 비서를 통해 그녀에게 탈당계를 제출하게 했다.

이 와중에 6월 27일 또 다른 스캔들이 발생했다. 바로 이나다 도모미 방위장관의 ‘자위대 응원 발언’이다. 1959년생으로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던 이나다는, 2005년 아베 신조에게 발탁돼 정치가로 데뷔했다. 2007년 총리 퇴임 후 아베의 주변에서 거의 모든 정치가가 떠나갔지만 이나다만은 “당신은 다시 한 번 부활할 수 있다”며 그의 곁을 지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2012년 말에 제2차 아베 정권이 발족되자 이나다는 내각부 특명담당에 임명됐다. 2014년 9월 자민당 4대 중역인 정조회장(정무조사회장)에 임명됐고, 2016년 8월에 방위장관에 취임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이나다 장관을 ‘미래의 총리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이런 이나다 장관이 6월 27일 도쿄도의회 선거의 지원 유세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도쿄도에는 테러대책, 수도직하형 지진 등이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방위성 및 자위대와 연대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도쿄 지역과 국정을 연결할 수 있는 인물은 자민당 출신 도의원뿐이다. 방위성·자위대, 방위상, 자민당으로서도 (자민당 지지를) 부탁하고 싶다.”

이 발언은 일본 국민들을 아연케 했다. 일본은 20세기 전반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전후 평화헌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헌법과 자위대법 그리고 공직선거법에서도 자위대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위장관 스스로가 공적인 자리에서 실언한 것이다.

이처럼 연거푸 불거지는 우군들의 스캔들로 아베 총리의 마음고생이 끊이지 않았고, 60%대로 치솟던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30%대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아베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고 불린 7월 2일의 도쿄도의원 선거에서는 그야말로 ‘역사적 참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7월 2일 일요일, 아베 총리는 제2차 아베 정권 발족 4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최악의 하루를 맞이했다.

이런 아베 총리에게 엄청난 라이벌이 등장했다. 고이케 유리코(65) 도쿄도지사다. 고이케는 원래 TV 앵커 출신이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의 추천으로 정계에 입문, 오자와 이치로, 모리 요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그리고 아베 신조의 순으로 이어지는 파벌에 속해 있었다. 2007년 제 1차 아베 내각에서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관방장관에 발탁됐지만, 3개월 만에 아베 내각을 뛰쳐나와 자진 사임했다.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지사가 2016년 6월 정치자금 유용 등의 금전 스캔들로 사임하자 고이케는 도쿄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초 열세가 예상됐지만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가 고이케를 향해 “화장을 떡칠한 아줌마”라고 막말을 한 게 전세를 역전시켰다. 도쿄 여성들이 이 차별적 발언에 크게 분노했고, 덕분에 고이케는 압승을 거뒀다.

새 야당 ‘국민퍼스트회’의 등장 예고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위대의 날 행사에서 사열에 나선 아베 총리.
지난해 7월 도쿄도지사에 취임한 고이케는 같은 해 9월 ‘도민퍼스트회’라는 도쿄를 기반으로 한 지역당을 창당했다. 이 미니 정당이 오랫동안 자민당을 견제할 유력한 야당이 없었던 상황에서 7월 2일 실시된 도쿄도의회 선거를 석권한 것이다.

선거 전 5석에 불과하던 ‘도민퍼스트회’는 55석을 획득하는 대약진을 달성, 총 127석의 도쿄도의회에서 제1당에 등극했다. 선거 전 57석이던 자민당의 의석수는 23석으로 줄어드는 참패를 맛봤다. 이날 밤 아베 총리는 측근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아마리 아키라 전 경제재생담당상과 함께 신주쿠의 프랑스 레스토랑 미쿠니에서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고급 프랑스 와인을 마시면서도 시종 무거운 분위기였다고 전해진다.

도민퍼스트회가 조만간 ‘국민퍼스트회’로 당명을 개정해 총선에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보여진다. 그러면 고이케 도쿄도지사는 1년 전까지 ‘거의 죽은 정치가’에서 유력한 ‘첫 여성 총리 후보’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고이케 알레르기’가 심한 자민당 간부들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아베 총리에게는 아직 최후의 수단이 몇 개 남아 있다. 첫 번째는 아베 총리 관저의 관료들이 ‘북풍’이라고 부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아베 정권은 과도할 만큼의 위기상황 대응을 어필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7월 4일에 발사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특대 미사일이었다. 즉 아베 정권은 가히 태풍급의 ‘북풍’을 만났으며, 겉으로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심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두 번째 뉴스는 7월 5일부터 6일에 걸쳐 규슈 지방을 강타한 전대미문의 호우다. 이 호우로 후쿠오카현과 오이타현에서 총 51만7900명에게 피난 지시와 권고가 내려졌다. TV를 통해 마치 할리우드 영화의 특수효과를 보는 듯한 대홍수의 모습이 일본 전역에 비춰졌다. 이런 중에 스가 관방장관은 6일 오전 6시반부터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재난에 필사적으로 대응하는 아베 정권’의 모습을 어필했다. 실제로 자위대, 경찰, 소방서가 7800명을 동원해 주민 구조와 원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통해 ‘위기에 강한 아베 정권’의 면모를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세 번째는 유럽연합(EU)과의 EPA(경제추진협정)를 통해 보여준 외교 성과다. 당초 아베 총리가 존재감을 나타내기 힘들었던 독일 G20 정상회의였지만, 7월 6일 EU와 EPA를 타결함으로써 ‘자유무역의 기수’로서의 면목을 피력할 수 있었다. EU로부터 수입되는 와인과 치즈에 대한 높은 관세가 폐지되는 점이 일본의 소비자들에게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아베 총리는 어떻게든 정권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가고 있다.

-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201708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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