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글로벌 포커스] 모디 총리의 인도판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 

러시아·일본 끌어들여 숙적 중국을 견제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러시아 덕에 상하이협력기구 진입 성공, 방공미사일·원전 등 전략 기술도 확보… 중국 진출했던 일본 기업들 대거 인도로 공장 이전, 인도-일본 합동 군사훈련도 실시

▎지난해 10월 인도 고아주 베나울림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인도 전통의상을 입고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같은 회의에 참석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을 안내하는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
지난 6월 9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개최국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인도와 파키스탄을 새로운 회원국으로 가입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도가 SCO에 가입한 것은 깜짝 놀랄 만한 결정이었다. SCO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중앙아시아 국가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모두 6개국이 결성한 반미·반서방 경제·안보 협의체다.

중국과 러시아는 애초 자국 영토에 거주하는 중앙아시아 소수민족들의 분리독립을 막기 위해 SCO를 창설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또 중앙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SCO를 국제 질서의 다극화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해왔다.

그런데 SCO의 주도권이 2010년 이후 중국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소련에 속했던 중앙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으로 서방의 강력한 제재를 받으면서 중앙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해왔다.

특히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추진해온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실현시키기 위해 SCO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중국은 중앙아와 서남아 지역에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실크로드 경제지대를 만들어 유럽 동부 지역과 연결함으로써 옛 실크로드를 부활시킨다는 계획이다.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관련된 국가들은 SCO 회원국을 비롯해 파키스탄·이란·터키·조지아·아프가니스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투르크메니스탄 등이다. 이런 계획에 따라 중국은 새로운 회원국들을 받아들이는 등 SCO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로선 중국을 견제하고 중앙아에 진출하기 위해선 SCO에 가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왔다. 모디 총리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SCO 가입을 결정했다. 인도는 그동안 중국이 중앙아 지역에 대한 주도권을 강화하고 라이벌 국가인 파키스탄을 SCO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경우 자칫하면 잠재적 적국인 중국에 포위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유라시아 대륙의 한복판에 있는 중앙아는 교통 중심지이자 전략 요충지다. 동으로 중국, 서로는 유럽, 남으로는 이란과 인도, 북으로는 러시아를 잇는 중심지에 위치한다. 고대의 통상 교역로인 실크로드가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인도는 또 자원의 보고인 중앙아 지역을 중국에 넘겨줄 경우 자국의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실제로 중앙아는 ‘21세기 제2의 중동’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 발전으로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로선 중앙아 각국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디 총리가 추진하는 전략은 이른바 ‘중앙아 연결정책(Connecting Central Asia Policy)’이다. 특히 이 전략은 인도-이란-중앙아-러시아-유럽을 잇는 남북국제운송회랑(INSTC)을 구축하는 것과 중앙아 각국의 에너지를 수송할 수 있는 철도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이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밀월, 인도의 조바심


▎지난해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포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29개국 정상급 지도자와 부총리·각료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인도는 이미 지난해 5월 이란과 INSTC 계획을 논의한 바 있다. 인도는 이를 위해 이란 남동부 차바르항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차바르항은 호르무즈해협 입구에 있으며 인도가 이란을 거쳐 내륙 국가인 아프간을 비롯해 중앙아에 진출할 수 있는 관문이다. 인도는 차바르항 개발을 위해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과 다목적 화물터미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인도는 차바르항에서 아프간의 하지가크까지 900㎞ 구간을 잇는 철도를 건설하는 청사진도 마련해놓았다.

모디 총리는 무굴제국과 티무르를 거론하면서 인도와 중앙아 간의 역사적 유대를 강조해왔다. 무굴제국은 1526년부터 1857년까지 중앙아와 북인도 지역을 통치한 이슬람 왕조를 말한다. 무굴제국을 창시한 바부르 초대 황제의 선조는 14세기 중앙아 일대에 티무르제국을 건설했던 티무르(1336~1405년)이다. 티무르는 중앙아는 물론 오늘날의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캅카스 산맥 등을 정복하고 통치했던 위대한 군주였다. 티무르는 중앙아에서 지금까지도 ‘최고의 영웅’으로 간주돼 왔다. 모디 총리는 “중앙아는 인도의 소중한 친구”라면서 “인도와 중앙아가 서로 힘을 합친다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가 인도의 SCO 가입을 결정한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중국이 밀월관계를 맺어온 파키스탄에 경제회랑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과다르항에서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카스까지 무려 3000㎞를 연결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사업은 고속도로, 철도, 송유관, 광케이블, 산업단지 등을 건설하는 46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CPEC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를 통과한다. 아라비아해에 위치한 과다르항은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로 세계 원유 수송의 20%가 통과하는 페르시아만 초입의 호르무즈해협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2015년 11월 과다르항을 43년간 장기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해 인도양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한 상태다.

중국은 앞으로 과다르항에 해군기지까지 구축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가 중국이 지난 5월 개최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불참한 것도 중국의 이런 계획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고팔 바글라이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CPEC를 “인도는 주권이나 영토 보전에 관한 우려를 무시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다”며 “각국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법치주의, 개방성, 투명성과 평등 등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국제규범에 근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지만 중국이 G2(주요 2개국)로서 국제 질서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마뜩잖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미 노선에선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도 중앙아의 주도권을 놓고 눈에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해왔다. 실제로 인도의 SCO 가입을 가장 강력하게 후원한 국가는 러시아다.

러시아가 인도의 SCO 가입 후원한 속내


▎러시아가 인도에 수출키로 한 최신예 방공미사일 S-400.
푸틴 대통령이 인도의 중앙아 진출에 호의적인 이유는 중국이 추진하는 실크로드 경제지대를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중앙아~유럽 수송로를 담당해왔는데, 실크로드 경제지대가 만들어지면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를 우려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자본력이 풍부한 인도를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고 중앙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또 다른 수송로를 만들려는 것이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추진해온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구축 계획을 성공시키려면 인도의 도움이 필요했다. EEU는 러시아가 소련 국가들과 상품·자본·인력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경제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2015년 1월 출범시킨 지역 경제협력체다.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아르메니아·키르기스스탄 등 5개국이 회원국이다. 모디 총리는 EEU와 인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희망하는 푸틴 대통령의 요청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양측은 FTA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FTA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모디 총리는 지난 6월 1일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의 협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군사와 에너지 분야다. 특히 인도는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대거 도입할 예정이다.

이 중에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신예 방공미사일 S-400 트라이엄프(승리)도 포함됐다. S-400은 적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크루즈미사일, 전투기 및 폭격기 등을 공중 요격할 수 있다. S-400은 표적 레이더, 교전 및 화력관제 레이더, 미사일 발사관, 지휘통제소, 지원시설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미사일 발사 때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S-400 1개 포대는 최대 6개의 미사일 발사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요격미사일의 제원을 보면 최대 사거리는 400㎞, 비행고도는 30~185㎞, 속도는 마하 5~14다. 레이더는 600㎞ 이내에 있는 300개 표적을 추적할 수 있다. 지금까지 S-400을 도입한 국가는 중국뿐이다. 러시아는 기술 유출을 우려해 S-400의 수출을 꺼렸지만 중국의 거듭된 요청과 우호관계를 고려해 2개 포대를 제공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러시아가 인도에 S-400을 무려 5개 포대(50억 달러 규모)나 수출하기로 결정한 것은 상당한 전략적 함의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도는 러시아가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전투기 F-22 랩터에 필적할 제5세대 전투기인 T-50(PAK-FA)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인도는 남부 타밀나두주 쿠단쿨람에 러시아제 1000㎿급 원전 5·6호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인도원자력에너지공사(NPCIL) 발주로 이미 1998년부터 쿠단쿨람에서 원전 건설을 시작해 1·2호기를 완성했으며 3·4호기를 건설하고 있다. 양국은 제약, 항공공학, 자동차 제조, 농업 등 19개 분야에서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며 현재 78억 달러 수준인 교역 규모를 앞으로 5년 내 300억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인도와 일본의 ‘자유의 회랑’ 프로젝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본 교토의 전통 사찰 도지(東寺)에서 지난 2014년 만난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아베 일본 총리.
모디 총리는 푸틴 대통령을 “인도의 오랜 친구”라면서 “오랜 친구 한 명이 새 친구 두 명보다 낫다”는 러시아 속담까지 인용하면서 친밀감을 과시했다. 모디 총리는 “양국 관계는 상호 이익이 되는 기반에서 전방위적으로 발전해왔다”며 “러시아와 인도의 동반자 관계는 전략적이고 특별히 우호적 상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모디 총리가 미국 등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의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냉전시대부터 미국보다는 소련과 가깝게 지냈던 인도는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모디 총리가 꺼내 든 또 다른 카드는 일본과의 전략적 협력이다. 인도와 일본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자유의 회랑(Freedom Corridor)’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인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민주주의 국가다. 일본도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지금까지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해왔다. 실제로 양국은 지난 5월 24일 인도 북서부 구자라트주 간디나가르에서 열린 아프리카 개발은행(AfDB) 연례 총회에서 ‘아시아·아프리카 성장 회랑’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양국이 ‘아시아·아프리카 성장 회랑’을 통해 동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지역에 대한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우선 인도는 스리랑카의 트린코말리항 건설을 지원하고, 일본은 현재 인도가 주도하는 이란의 차바하르항 건설에 공동 참여하기로 했다. 양국은 또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에 있는 다웨이항 건설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양국의 이런 프로젝트 추진은 모디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합의에 따른 것이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11월 도쿄에서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이 전방위적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당시 모디 총리는 아베 총리와 신칸센(新幹線)을 타고 도쿄역에서 효고현 신고베역까지 3시간 동안 함께 이동하며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인도는 뭄바이~아마다바드의 505㎞ 구간에 신칸센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고속철도는 2018년 착공돼 2023년 개통할 예정인데, 일본은 총 사업비 1조8000억 엔 중 최대 81%를 차관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인도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자 10년간 3만 명의 기술인재를 육성하고,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기업들이 인도 각지에 직업훈련소를 설립할 수 있게 했다. 일본 기업은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인도에 진출한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인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1229곳으로 지난 7년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영역과 지역도 다양해져 일본 기업이 없는 인도 내 거점도시를 찾기 힘들 정도다. 특히 중국에 진출했던 일본 기업이 대거 인도로 공장 등을 옮기고 있다.

양국은 원자력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일본 의회는 지난 6월 양국의 원자력협정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인도는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국가다. 이 협정은 일본이 인도에 원자로와 핵연료 및 핵 관련 기술 등을 제공하는 것은 평화적 목적으로 한정하고, 인도가 핵물질과 기술을 평화적 목적 이외에 사용하거나 핵개발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협정에는 인도가 우라늄을 20% 이상으로 농축하면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 동의를 받는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협정 비준으로 일본은 NPT 미가입국인 인도에 원자력발전 기술과 관련 기기 등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피폭으로 핵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일본이 NPT 미가입국인 인도와 원자력 협정을 맺은 것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내가 존경하는 나라, 일본에서 온 총리”


▎지난 7월 인도양에서 실시된 인도-미국 해상 연합훈련에 참가한 일본의 경(輕)함공모함 이즈모호. / 사진:야마다 타로
아베 총리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인도와 손잡고 아시아·태평양 일대를 ‘자유와 법의 지배,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지역’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 전략’이라는 외교 전략을 추진해왔다. 모디 총리는 아베 총리의 이런 외교 전략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모디 총리도 그동안 ‘동방행동정책(Act East Policy)’을 추진해왔다. 이 정책의 핵심은 일본과 ‘동맹’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모디 총리와 아베 총리의 친분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가 더없이 긴밀해지고 있다”며 “이들의 우정은 아시아의 전략적 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정상이 친밀해진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두 정상 모두 우파 출신으로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강조하고 성장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양국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에 같이 진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 간에는 역사적 앙금도 없다. 일본은 영국령이던 인도를 침략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본은 인도의 독립운동가들을 지원했다. 영국 지배 당시 인도 임시정부 주석과 국민군 최고사령관을 지낸 찬드라 보세가 일본의 지원으로 4만5000명의 군대를 조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덕분에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가 1957년 일본 총리로는 처음 인도를 방문했을 때 자와할랄 네루 당시 총리가 “내가 존경하는 나라, 일본에서 온 총리”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모디 총리도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의 무죄를 주장했던 자국 출신 라다비노드 팔(1886~1967) 판사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팔 판사는 일본의 침략전쟁을 단죄하기 위해 설치된 극동군사재판소의 도쿄재판이 승전국인 연합군의 논리에 따라 진행된 일방적인 재판이라는 이유로 A급 전범 전원의 무죄를 주장했다. 기시 전 총리는 A급 전범으로 구속됐다가 불기소 처분으로 석방됐었다. 아베 총리는 2007년 인도 방문 당시 콜카타에 있는 팔 판사의 자택을 방문해 “기개 높은 용기를 보인 팔 판사를 많은 일본인이 존경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 정상은 중국의 군사력을 견제하기 위해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데도 의기투합하고 있다. 양국은 이미 ‘군사장비 및 기술 이전에 관한 협정’과 ‘정보보호 협정’에 서명하는 등 군사적으로 협력 관계를 활발하게 맺고 있다. 인도는 일본 해상자위대 구난비행정 US-2 12대를 16억 달러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이 2014년 무기금수 조치를 47년 만에 해제한 이후 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인도가 처음이다. US-2는 수색구난은 물론 해상 순찰과 대잠수함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 인도는 US-2를 중국 함정과 잠수함의 출현이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는 인도양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에 실전 배치해 경계 감시를 확대할 계획이다.

US-2 도입은 중국과 영토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인도와 일본이 상호 안보협력을 확대하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인도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동중국해, 남중국해, 인도양에서 중국의 해군력 강화에 대비해 정규적으로 연합훈련을 실시해왔다. 인도는 자국 해군과 미국 해군의 연합 해상훈련에 일본 해상자위대를 참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경(輕)항공모함인 이즈모호가 7월 중순 인도양에서 실시된 미국과 인도의 해상 연합훈련인 ‘말라바르’에 참가한다. 이즈모호가 인도양에 투입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인도 연안경비대와 일본 해상보안청도 상호 방문과 합동훈련을 실시해왔다. 특히 양국은 육군과 공군의 연합훈련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의 백악관에서 만찬을 한 첫 외국 정상은?

모디 총리가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의 핵심은 미국과의 협력 강화다. 모디 총리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과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어온 것도 중국 견제전략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인도를 중시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기후 변화 등에서 모디 총리와는 상당한 의견 차이를 보여왔다.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고자 안보 분야에서 협력 카드를 제시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 6월 26일 백악관에서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민감한 현안을 언급하지 않고 미국산 무기를 대거 구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디 총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인 이방카를 올가을 인도에서 열리는 ‘글로벌 기업가정신 정상회의(GES)’에 초청하기도 했다. 모디 총리는 이와 함께 인도가 13억 명 인구를 가진 거대 시장이라는 점,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를 가진 인도와의 협력이 미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모디 총리의 우호적인 제스처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기 판매는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고 미국만큼 무기를 잘 만드는 곳도 없다”면서 인도의 무기 구매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모디 총리가 내 딸을 초청해준 데 대해 기쁘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디 총리는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을 하는 등 환대를 받았다.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백악관에서 만찬을 한 첫 외국 정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인도와의 안보와 경제 및 에너지 협력 등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정상은 미국과 인도 해군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남중국해에서 합동으로 해군의 초계 활동을 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의 바람대로 파키스탄에 대해 테러리스트를 돕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인도는 과거부터 제3세계 맹주로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실리외교’를 구사해왔다. 실제로 인도는 미국은 물론 러시아, 유럽연합(EU)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심지어 전쟁을 벌였던 중국과도 사안별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적절하게 실익을 챙기고 있다. 인도의 전략은 각국이 제시한 조건들 중 자국에 유리한 것만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인도군은 체계가 다른 강대국들의 각종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또 인도는 강대국들과의 경제협력 관계에서도 기술 이전 등 자국 발전에 필요한 조건을 가장 먼저 내걸어왔다. 특히 인도는 서로 경쟁을 벌이는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교묘하게 활용하는 ‘수법’에 능하다.

“인도양을 얻으면 세계를 지배한다”는 영국 해군의 오랜 금언(金言)처럼 인도양은 21세기 들어 가장 중요한 전략적·지정학적 요충지로 꼽히고 있다. 서쪽으로는 아라비아해의 호르무즈해협과 동쪽으로는 믈라카해협을 경계로 하는 인도양은 세계에서 셋째로 큰 바다다. 지구 전체 바다 면적의 20%를 차지하는 인도양은 에너지 수송로이자 해상 무역 루트다. 이 때문에 인도양을 어떤 국가가 통제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국제 질서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인도양을 끼고 있는 인도는 이런 지정학적인 이점을 활용해 자국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모디 총리는 ‘강한 인도’를 만들기 위해 역대 총리 가운데 가장 뛰어난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초등학생이 19단을 외우는 국가의 최고지도자답게 모디 총리의 실리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하는 듯하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1708호 (2017.07.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