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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제2의 안아키’ 막기 위한 처방전 

 

문상덕 기자

▎대체의학을 믿으시나요? / 폴 A 오핏 지음|서민아 옮김|필로소픽|1만6500원
비행기가 종종 추락한다고 해서 신드바드의 양탄자를 믿는 사람은 없다. 어째서인지 대체의학은 다르다. 현대의학이 실패할수록 기세등등하다. 백신과 항생제보다 자연치료를 신봉한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는 대체의학을 극단까지 밀고 간 경우다. 감기에 숯가루 탄 물을, 고열에는 관장을 처방하는 식이다. 우스꽝스럽지만 6만 명에 달하는 부모들이 열광했다.

미국에서 대체의학은 이미 주류에 올라섰다. 미국인의 절반이 감기는 물론이고 암을 예방하기 위해 대체의학을 선택한다. 이들이 한 해에 구입하는 건강기능식품만 360억 달러 규모다. 전문가도 예외는 아니다. 1954년 서른 살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이 그랬다. 종합 비타민을 과다복용하면 암까지 예방한다고 주장했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전립샘암으로 사망하고 만다.

문제는 데이터다. 의학계는 폴링에 맞서는 연구 결과를 쏟아냈다. 폴링은 이를 보고도 인정하지 않았다. 10여 년간 대체의학의 거짓말과 싸워온 폴 A 오핏 교수는 이 점에 주목한다. 미국의 건강기능식품 5만1000여 종 가운데 안전성 시험을 통과한 제품은 단 170개, 0.3%에 불과하다. 저자는 건강기능식품 회사 CEO들이 현대의학의 실패를 빌미로 검증방식까지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핏 교수는 정통의학이나 대체의학은 없다고 단언한다. 정통과 이단이 아니라 과학과 미신(MAGIC)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책의 원제도 ‘DO YOU BELIEVE IN MAGIC?’이다. 의학을 가장한 미신의 민낯을 12개 장면으로 엮었다. 현대의학이 미심쩍어 ‘안아키’ 같은 대안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일독할 필요가 있다.

- 문상덕 기자

201708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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